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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달 Oct 25. 2019

결핍에 대하여  


06년 1월에 입대하여 그해 5월에 백일 휴가를 나왔다.  


백일 휴가에 맞추어 빵에서 열린 속옷 밴드의 공연을 봤다. (공연을 끝으로 밴드는 오랜 기간 휴지기를 보냈다.) 


공연은 별로였다. 멤버들은 음주 상태였고 연주에서 집중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듣고 싶었던 연주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TV 아이돌 음악에서 벗어나 추억과 시간이 녹아있는 음악을 듣노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객관적으로 별로인 공연을 보고 그렇게 감동을 받은 기억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요새는 음악이며 영화며 다소 심드렁하다. 언제 어디서건 음악을 듣고 영화를 들을 수 있게 만들어준 구독 시스템 속에서 결핍이란 단어는 설 자리가 없다.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없는 환경에서 진정으로 음악을 원했다. 


종종 '자발적 결핍' 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결핍이 만들어낸 열정이 그립다.   


그리고 

'소극적 결핍'의 일환으로 지난주엔 왓챠 플레이를 이번 주엔 애플뮤직의 구독을 해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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