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고 수명 늘어남
이 주의 예술책 :
니컬러스 쿡, 『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장호연 역, 곰출판
사카모토 유지, 『또 여기인가』, 이홍이, 알마
신년이 되었는데 연말이 통 지나가질 않는다. 무언가 끊어내지도 새로 시작하지도 못한 채 삶이 흘러가는 기분이 들어 재작년에 실패한 글쓰기를 다시 해보기로 함. 그런데 이제 일 얘기를 곁들인. 지나치게 특정되지 않도록(다분히 유추가능하지만) 콕 집어 언급은 하지 않겠다...아무래도 순조로이 넘어간 일보다는 열받는 일들이 기억에 잘 남으니 조심해야지. 1주차는 못 올렸지만 나만의 소프트런칭은 내 메모장에서 지난주에 끝났다.
불친절한 일기가 되지 않기 위해 새삼하는 자기소개(머쓱)
지금의 나는 교보문고 온라인에서 예술/취미/일서분야의 종이책을 판다. 2년 전에는 원서를 팔았고 내서로 넘어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밖으로 채널예스 교보문고 버전 그런데 이제 실물잡지인 어떤OttOn을 만들고 있다. 잡지 만들기는 동아리같은 거였는데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가고 있어서 조금 걱정된다. 잡지의 sns를 꾸리는 대학생 서포터즈도 굴린다 데굴데굴...나도 같이 구른다. 얼마 전 4호가 세상에 나왔고 자동으로 검색방지가 되는 제목이라 어떻게 해야 서치가 잘 될 수 있게 할지 고민이다. 한 두 달에 한 번 음악책을 소개하러 팟캐스트 뮤브에 고정 출연한다. 정해진 때에 회차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J평론가님으로부터 슬슬 녹음하죠? 하는 연락이 오면 2주 뒤에는 녹음을 하고 있다. 연락이 온 날이면 반나절 짱구를 굴려서 하고 싶은 얘기를 책을 빌미 삼아 줄줄 늘어놓는다. B작가님이 날 좋아해주시기에 망정이지 결국에는 잘 포장된 심술을 부리고 오는 편이다.
이 주의 신간은 많지는 않고 다만 벌려놓은 일들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작년 연말에 출간된 주요 신간 세 권으로 진행하는 겨울의 예술 북토크 이벤트가 절찬리 진행 중. 1회차는 다 팔렸다. 짝짝짝.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북토크 다시는 다시는 안한다고 이를 박박 갈았으면서도 결국 싸게 먹히는 행사니 자꾸 하게 된다. 내 돈 남겨먹는 행사도 아닌데 시간과 몸을 갈아서 하는 이유는 뭘까? 그러게요...2회차는 내가 뉴욕에 가있을 때라 걱정이다. 여행지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둬야 한다. 이탈리아 리치오디 미술관에 관심있으신 분, 1월 30일에 할 일 없으신 분 구합니다. 내수동에서 예술력을 키워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근데 그 시각 저는 아마 메트로폴리탄에 있겠죠...
뮤브의 겨울방학이 끝나 다시 또 에피소드 준비를 해야할 때가 왔다. 이번에는 책은 굳이 정하진 않고 각자 음악 에세이를 써보기로.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있었던 중요한 음악에 대해 써보는 것인데 하나만 꼽자니 어렵고 또 하나만 가지고 줄줄 쓰자니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연주자가 아닌 사람의 음악 에세이를 읽은 게 몇 번이더라? 지금 생각나는 건 이번에 김영사에서 나온 <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 정도. 내가 믿음직한 작가의 음악 에세이는 종종 읽었지만 J평론가님이 궁금하다며 알려주신 어느 시인의 음악 에세이는 정말이지 도무지 영 읽히질 않았다. 한글 가사를 문학에서 만나면 한순간에 확 의미도 좁아지고 촌스러워지는 게 있는데 은유로 남아야 할 음악을 갑자기 정의해버리려는 시도처럼 느껴져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나와 라포가 쌓인 두 분의 음악과 음악이 핀포인트한 삶의 주요한 순간은 궁금하다 듣고싶다! 남들이 내 얘기를 궁금해하지 않을 게 문제지...스포트라이트에서는 빠지고 싶다. 아무래도 스끼다시 내 인생이라서.
주제가 정해지기 전 이런저런 책 후보를 고르다가 곰출판의 <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이야기를 길게 했다. 99년도에 첫 출간된 책 2020년에 개정되어 다시 나온 것을 장호연 역자님의 번역으로 새 옷을 입고 나왔다. 벌써 세 번째 번역된 책인데... '코스모폴리탄', '지구촌', '월드뮤직'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까? 2020년대 이야기를 담은 5장만 따로 떼놓은 책이 나왔으면, 데이비드 헤즈먼드헬시나 하닙 압두라킵이 써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호연 선생님이 번역해주셨으면. 내가 알고 싶은 이야기는 팽창하고 축소하는 음악 산업과 스트리밍 업계의 이야기인데...다들 관심이 있을까?
출퇴근하면서는 알마에서 나온 사카모토 유지의 희곡 <또 여기인가> 를 읽었다. 1장 후반부밖에 읽지 못했는데 시나리오도 아니고 희곡 읽는 게 오랜만이라 어렵다. 특히 말장난으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소동극이라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었다.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는 뜻...주유소에서 만난 이복형제의 만담같은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아래 짤의 이야기가 나온다.
미역은 무서운 음식이다.
2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사카모토 유지의 글을 영상이 아닌 책으로 보는 건 처음인데, 그녀의 유머..내 취향이야 역시.
일서에서는 모종의 잡지가 갑자기 몇천 부나 팔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죄송하지만 그렇게 수급은 불가하세요...줄줄이 취소했더니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소보원에 피해구제 신청하겠다는 협박을 약 20건 겪고 나니 잡지부록 못 산 게 인생에서 얼만큼의 분노와 슬픔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모르는 삶이 여즉 많다...자꾸 후벼팔 것 같으니 더 이상 댓글은 안 보려고 흑흑.
다음주에는 인디스페이스에 답사를 가고, 세계의 주인 각본집 상영회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취미 분야의 게임도서에 대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전시회 협찬 받은 티켓을 써야해서 미술책 이벤트도 열어서 프로모션에 노출될 책 섭외를 해야한다. 게임도서가 걱정이다. 플스책 패미컴책을 유의미하게 팔 수 있을까? 바이럴이나 잘 됐으면 좋겠다. 게이머 선생님들의 입맛에 맞을 무언가 열심히 준비해보겠습니다. 올해도 오타쿠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예술MD가 될 수 있기를.
엠디의 일주일, 매주 연재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