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MD의 일주일 - #1월 3주차

나는 이걸 마법이라고 밖에 설명하지 못함.

by 선명

이 주의 예술책 :

존 버거, 장 모르, 『세상 끝의 기록』, 더퀘스트

<세계의 주인 각본집> 상영회 & 북토크 이벤트 무사 오픈했다. 작년 10월부터 추진한 대기획…나는 간은 큰 것같은데 디테일이 영 부족한 편이라 이번에는 진짜 꼼꼼히 잘 챙기려고 노력했다.(나름) 그럼에도 불구한 어떠한 변수라는 게 생겼고 P가 된건지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지는 않았다. 뭐 이러나 저러나 유연한 사람이 좋으니까. 저의 신년 장기 프로젝트의 파일럿 이벤트 세계의 주인 북토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근데 이제 저는 행사날 뉴욕에 있습니다..

https://event.kyobobook.co.kr/detail/243402


더퀘스트에서 나온 <세상 끝의 기록> 판매도 좋고 책도 좋고. 알라딘에서 펀딩 앱푸시를 엄청나게 보낼 때는 애써 무시했는데 만듦새를 보아하니 역시 롱런할 모양이다. 존 버거와 장 모르가 함께 작업한 사진 에세이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마지막 권이 20년만에 복간되어 나온 것인데, 다산북스의 <아트 스피릿>도 그렇고 예술 고전 명저들이 줄줄이 새 옷을 입고 나온다. 신간이 안 나오는 것은 아쉽지만 오랫동안 읽혀온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도.

‘소외되고 잊혀진 사람들의 삶’이라는 카피때문에 “제3세계” “오리엔탈리즘” 어쩌구 대상화에 대한 의심이 좀 있었지만 그렇게 단순한 시선으로 쓰인 책은 당연히 아니었고, 존 버거와 장 모르가 몇 십년간 붙어다니며 목격한 ‘세상의 끝’과 같았던 곳들을 이야기하는 포토 에세이였다. 생각보다 건조하고, 생각보다 개인의 역사에서 비롯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장에게 ‘세상의 끝’에서 느끼는 이방인됨의 감각은 역설적으로 편안한 것이고, 그것은 우리가 익숙한 곳을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의 비일상성과 맞닿아 있다.


장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여행하면서 ‘세상의 끝’에 닿은 듯한 느낌을 종종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건 반드시 지리적인 의미에 국한된 느낌은 아니었다. 모든 길이 끝나는 듯한 지점에서 공허를 마주하는 경험이었다. 물론 세상의 끝에 닿는 것이 반드시 공허를 마주한다는 뜻은 아니다. 성취감이 따르는 일이기도 하다. 그건 어떠한 세계의 끝, 지금까지 자신이 속해 왔고 현재도 속해 있는 세계, 일시적으로 등을 돌려야 하는 세계의 끝을 의미한다.”

62년도에 두 사람이 평양에 간 이야기가 흥미롭다. 친절하고 영어를 잘 하는 보위부 사람들에게 필름을 털려 허망해하는 얘기가 웃김.


어떤 기획단 2기 서류 심사를 완료했다. 500여명의 지원서를 다 읽고 다시 읽고 다른 MD님들과도 읽고 회의하고 고민하고…작년보다 두 명이나 덜 뽑는데 작년보다 두 배 많은 면접자를 만난다. 퇴근 전 합불 연락 모두 돌리는 게 목표였고 가까스로 해냈다. 온갖 채널에서 오는 합격자 발표 독촉 연락에 500명의 지원자와 경도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인스타 메일 대외활동 사이트 등등등의 대기조들. 모든 게 끝나자 빠져나가는 어떤 인스타 팔로워들…이해합니다 여러분 근데 다음 기수도 곧 뽑아요..우릴 잊지 말아요…

오늘은 일요일이고, 내가 사랑하는 모 독립예술영화관에 가서 <세상 끝의 기록>과 <사람을 기획하는 일>을 꺼내놓고 읽고 있었다. 그런데 일하시는 분이 다가오셔서는, <세상 끝의 기록> 책을 먼발치에서 봤는데 책이 너무 예쁘다며 무슨 책이냐고 물어보셔서 줄줄 설명드렸다. <사람을 기획하는 일>에 대해서도 물어보셨고 아 이것도 신간인데…요즘 예술 분야에서는 이런 창의성 관련 책이 많이 나오고…하며 어떤 책인지 알려드렸더니 뭐하는 분이시냐는 질문이 돌아왔고 아 이런 일 하는 사람입니다, 했다. 그런데 마침 그 분은 영화관 1층 북카페의 점장님이었고, 마침 그 영화관에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출판을 할 계획이었고, 마침 그 책들은 죄다 각본집이고, 유통쪽으로는 아는 바가 많지 않으신 상황이었다. 이게 웬떡이냐 하고 저희랑 해요~ 교보랑만 해요~ 하며 살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건 제 야망의 십분의 일 정도였죠? 내일 메일 드리기로 했고 명함 좀 들고 다니자 백 번째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마법같은 일이? 고마워요 존 버거와 장 모르와 더퀘스트-! 마침 오늘 트는 영화는 <하나 그리고 둘>이었다. “제가 보는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워요.”

다음주는 그리하여 미팅과 면접과 행사주간. 큰 건들이 꿈틀대며 움직일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대인 근무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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