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리조트를 떠나팡아만 투어를 한 후에, 드롭을 요청해 둔 호텔이 있는 '나이양'에 도착했다. 어차피 투어를 '팡아만'으로 가니까 그 근처에서 마지막까지 지낼까 생각도 했었다. 머물 곳을 찾다 보니 또 자연 속으로 산이나 섬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바람에, 더는 모험하지 말고 공항에서 가까운 해변에서 편히 지내다 가자 결론을 냈다. 한가로이 비행기 오가는 구경을 하면서. 나이양은 공항 근처라 비행기가 매우 낮게 지나간다고 했다.
갑자기 허니문
사실 숙소가 나이양으로 온 이유의 절반은 된다.해변 앞에 위치한 호텔의 풀액세스 룸인데도 비용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왔는데 침대에 허니문 장식이 있어서 뜻밖이었다. 짐을 옮겨주던 벨보이 분도 허니문 잘 보내라고 농담처럼 건네며 간다. 혼자 신혼여행 오는 사람이 있나?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찌 되었든, 예쁜 장식이 있어 기분이 좋았다. 오늘부터 한국으로 갈 때까지 5일 동안은신혼여행이라고 치자.
벽 장식이나 나무 느낌으로 된 붙박이장에서 태국 전통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침대는 두 개가 하나로 이어진 거라 아주 넓어서 가로로 자기도 하고 편히 지냈다.
허니문을 축하해주는 장식
풀액세스 룸
수영장이 연결된 방을 써보는 것은 처음이다. 우선 확실히 편한 점은 수영장으로 바로 들어가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방 테라스가 있기 때문에 선베드를 맡기 위해 안절부절하지 않아도 된다.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책을 보면서,물장구치거나 장난스러운 대화를 하는 등 물가의 즐거운 소음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더운 낮에도 외출 후 돌아온 저녁에도 종종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냈다.큰 수영장이 있거나 메인 통로가 있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었더라면 소음이 많을 수도 있고 커튼을 열기 어려워서 마냥 좋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여기는 수영장이 건물마다 나뉘어 있고 내 방은 끝부분이라, 사람을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 편히 지낼 수 있었다.
수영장 옆 테라스
침대에서 보는 밖
여행하는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았는데 한번 스콜이 지나갔다. 아무리 건기에 맑은 날이 좋아도 비 오는 것도 한 번은 보고 가야 아쉽지 않을 것 같아 반갑기도 했다.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
Do not disturb
혼자서 지내다 보니 두 사람 용으로 준비된 수건이나 물도 남고, 침대도 한쪽만 사용하니 매일 청소할 필요가 없었다. 2~3일간은 'Do not disturb' 표시를 걸어두고 정리가 필요한 날만 빼두었다. 여기는 요청 확인을 하고 간다는 의미의 메모를 넣어 왔다 갔다는 표시를 해주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뭔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Do not disturb'에 대한 답
자전거
호텔 서비스 중 자전거를 빌려주는 것이 있었다. 입구에 몇 대가 나란히 서있다. 바구니가 달려있어 근처 마트나 시장에 다녀올 때도 좋아 보인다. 저녁에 빌리려고 물어보니 오후 5시에 마감이라고 해서 이용하지는 못했다. 다음에 보이면 이용해야겠다.
먹거리
조식
조식 시간은 아침 6시 반부터 10시라고 들었다. 여행을 오면 조식을 먹는 음식과 순서는 늘 비슷하다. 달걀 요리를 해주시는 분께 오믈렛을 부탁한 다음에 커피를 한 잔 내리고, 치즈와 과일을 담는다. 그리고 요거트나 수프를 먹는다. 이번 여행에서 추가된 것은 2차로 태국식 면 요리와 볶음밥, 그리고 그 안에 치즈를 녹여 먹는 것이었다. 더워서 그런지 식욕이 솟아나지는 않지만, 아침마다 든든하게 잘 먹었다.
조식 1
조식 2
외식
석양과 함께
음식이 맛있을 때도 좋지만, 바닷가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보면서 먹을 때도 기분이 좋다. 숙소 건너편의 해변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팟타이와 맥주를 마셨다. 주문을 잘못해서 맥주가 저그에 담겨 나왔는데 덕분에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떠나는 날에도 이곳에서 오직어 튀김과 태국 맥주를 먹었다.
구글에서 식당을 찾아보다 평이 좋은 곳에 갔다. 여러 가지 먹어보고 싶은데 혼자라 많이 먹을 수 없다는 점은 식당에서 메뉴를 볼 때마다 아쉽다. 이전에 맛있다고 생각했던 얇은 면 볶음과 땡모반을 주문했다. 맛있어서 또 와서 다른 메뉴도 먹어야지 했는데 다시 가지는 못했다.
호텔에서 나오면 해변을 사이에 둔 길가에 식당, 옷가게 등 노점들이 있다. 그중에 로띠를 파는 곳도 있었다. 로띠는 반죽을 얇게 펴서 팬에 올리고 그 안에 과일이나 여러 토핑을 올리고 네모 모양으로 접어서 굽는, 태국의 길거리 음식이다. 한 번은 달걀과 치즈, 그다음에는 코코넛과 옥수수를 넣은 로띠를 먹었다. 심심한 듯한 맛과 마치 튀긴 것처럼 바삭한 식감이 좋다. 이전에 갔던 태국 끄라비에서의 추억을 생각하며, 저녁마다 하나씩 사서 맥주와 함께 먹었다.
로띠 1
로띠 2
바나나 튀김
길가에서 웨지 감자튀김 같은 것이 보여서 가보았더니 바나나 튀김이라 하여 한번 사서 먹어보았다. 생 바나나처럼 달지 않고 생각보다 담백한 맛이었다.
동네 구경
시장
숙소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되는 곳에 시장이 있었다. 늦은 오후에 나와서 산책도 할 겸 바다를 지나 돌아가기로 한다. 물놀이를 실컷 해서 그런지 나이양에 있는 동안 바다 안으로 들어가서 수영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신발을 벗고 물이 들었다 나가는 촉촉한 모래 위를 걷었다.
나이양 해변
나이양 해변
북쪽 방향으로 쭉 가다 보면 나무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방향에 공원이 있다고 하는데 그 시작인 것 같기도 하다. 태국에 온다고 하면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기 위한 것이 크지만, 태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의 이미지는 어쩐지 맹그로브가 맨 먼저 떠오른다. 땅이 나무들이 자라기에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기후 때문인지, 다들 엄청 크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땅 위로 올라와 이리저리 얽혀있는 뿌리들이 인상적이다.
나이양 해변 앞 공원가는 길
산책 중 빈 건물과 길강아지들
시장에서는 과일, 조리한 음식, 옷, 생선, 야채,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하다. 이제 저녁이라 생선 등 식사 재료를 사거나 판매 중인 음식을 사서 집으로 가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할머니 두 분이 풀빵과 비슷한 것을 틀에 굽고 계시는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하나 주문하니 나뭇잎으로 만든 그릇에 담아 주신다. 나중에 먹어보니 맛도 풀빵과 비슷했다. 코코넛이 들어간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카놈크록'이라는 간식이라 한다. 과일은 가게마다 크기와 가격이 조금씩 달랐다. 잘 살펴가며 망고 1kg, 망고스틴 500g, 포멜로 1팩을 샀다.
과일이 꽤 무거워서 걸어서 돌아가기에는 거리가 멀어 힘들 것 같다. 이번에 여행 온 이후로 처음이자 마지막 툭툭를 타고 돌아왔다. 툭툭에 대한 기억은 울퉁불퉁한 길과 붙어 앉은 사람들이 떠올랐는데 오늘은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시원하고 편했다.
툭툭타고 숙소 와서 과일 먹음
산책
네일 숍을 찾아 숙소 뒤쪽 길을 가보았다. 구글 지도에 표시된 대로 갔는데 중간에 벽으로 가로막히고 통로로 보이는 문이 잠겨 지나갈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다른 길로 돌아갔는데, 무슨 이유인지 다시 그 길로 가고 싶어져 가서 자세히 보니 벽 사이에 작은 틈이 있었다. 별 일도 아닌데 비밀스러운 통로를 알게 된 것 마냥 뿌듯했다. 이 지역은 관광객들도 머물고 현지인들도 살고 있는 마을 같다. 깨끗하고 조용한 느낌이다.
안쪽 마을
마사지
매일 한두 번씩 마사지를 받았다. 내가 갔던 다른 지역들보다 마사지 금액이 저렴하고 실력도 다 좋았다. 지금까지는 잘 갖춰진 곳들 위주로 갔었다. 혼자 다니다 보니 잘 모르는 곳에서 커튼으로 가리고 마사지를 받는다는 것이 사실은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조심스러워 그러한 곳들은 잘 가지 않았다. 여러 종류의 환경에서 마사지를 받아보니 만족도는 마사지사 분들과 얼마나 잘 맞느냐의 문제이지 시설이 좋거나 비용이 비싸다고 해서 더 시원하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마사지를 자주 받으니 늘 피곤한 몸과 만성적인 어깨 통증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나는 마사지 압이 좀 세고, 뭔가 요구하는 것을 잘 못해서 마사지사 분께서 안 좋은 부분을 찾아서 알아서 해주시는 것이 좋다. 잘 맞는 분을 찾아서 'Kwan Massage'에서 '팁'이라는 마사지사 분께 두 번 받았고, '194 Coco massage & spa'에서 '찐'이라는 마사지사 분께도 두 번 받았다. 마지막 날 '찐'님께 마사지를 받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두 번밖에 만나지 않은 사이인데도 안아주시며 아쉬워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
지난 유럽 여행에서는 별나게 사고 싶은 대로 다 사 오기는 했지만, 보통은 가벼이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기념품 등 물건은 별로 사지 않는 편이다. 이번에도 현지에서 먹거나 쓰고 오는 물건들을 주로 샀다. 이미 있는 것을 새로 살 필요는 없지만 가능하면 여행하는 동안 현지의 생활용품을 구비해 두고 지내는 편이다. 남은 용품들은 다음 여행에서 사용하며 이전 여행을 추억하기도 한다.
근처 마트 여기저기에서 딸기와 민트 향이 섞인 샴푸, 이름 모를 꽃 향이 나는 컨디셔너, 과일 향의 바디샴푸, 수박 향이 나는 클렌저, 치약 등 목욕용품을 샀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찾기 힘들 것 같은 좋은 향이 나서 좋았다. 플루메리아 향 배쓰밤이 있어서 재스민 향과 함께 샀다. 한국에 가면 태국을 추억하며 써야겠다.
친구가 맛있는 코코넛칩을 사달라고 해서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Tops'에서 'Toptab'이라는 코코넛 맛이 나는 알약 모양의 과자가 맛있어서 몇 개 사두었다. 그런데, 친구에게까지 가지 못하고 내가 다 먹어버렸다. 이후에 매일 탑스에 드나들었는데 우리나라처럼 품절된 물건이 바로바로 채워지지 않아 안타깝게도 다시는 살 수 없었다.
쇼핑 품목
숙소 앞에 약국이 있었는데 약사 분께서 친절히 잘 알려주셨고 물건 가격도 괜찮았다. 주로 오후부터 문을 여는 것 같다. 태국에서 제조하는 약이 많아 우리나라보다 싸다고 해서 수술 흉터 제거 연고와 타이레놀 500정을 샀다. 마사지할 때 쓰는 시원한 느낌의 야몽 크림, 그리고 몇 가지 화장품을 샀다. 얼굴이 많이 타서 마스크팩 몇 개를 사서 밤마다 얼굴에 올렸다. 화장품 종류는 한국 제품이 워낙 많아서 현지 제품이 맞나 잘 살펴봐야 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