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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ckMatter May 25. 2024

스물넷에서 하나로, 모든 가능성을 향하여

ASSEMBLE24 - tripleS 리뷰


Girls Never Die

tripleS

2024. 05. 08

Best Tracks S, Girls Never Die, 가시권, Midnight Flower, 치유, 24, Non Scale






Review by BlackMatter

★★★★☆ 4.5/5


tripleS는 모든 가능성의 아이돌이다.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컨셉을 Acid Angel from Asia+(KR) stal EyesAcid EyesLOVElution, EVOLutionNXT 그리고 Aria라는 여러 유닛을 통하여 댄스 팝과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차용으로 표현해왔던 트리플에스는 첫 24인 완전체 정규 앨범 ASSEMBLE24로 이 방향성을 더 굳게 다져나간다. ASSEMBLE24는 ‘무한’의 세계관을 서사적으로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24명의 소녀들이 차례차례 만남을 가지고 결국 공동의 꿈을 향해 하나의 개체로 변모해 나아간다는 트리플에스의 서사는 이미 여러 선례가 존재하여 다분히 클리셰적이지만 동시에 그녀들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해 나가는 첫 완전체 앨범의 서사로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였다.


S

트리플에스의 프로듀서 겸 디렉터 정병기 디렉터가 바라보는 앨범은 음악으로 전달하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 관점을 드러내듯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인트로 트랙으로 시작된다. ASSEMBLE24 또한 인트로 트랙으로 시작을 알리며 24명의 소녀들의 첫 이야기를 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케이팝 앨범이 싱글의 모음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반하여 앨범의 호흡으로 음악을 전달하고 싶다는 정병기 디렉터의 사상을 증명하듯, S는 본 작품의 서사에 청자들을 인도하는 길잡이의 역을 성실히 해낸다. 특히 시작을 알리는 강렬한 디스토션의 일렉 기타 솔로는 걸그룹 앨범에서 흔히 예상하지 않는 오프닝을 선사하며 선명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이후 이어지는 Girls Never Die의 샘플과 기타 기반의 멜로디는 마치 Girls Never Die의 축약판과 같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Girls Never Die

첫 완전체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 Girls Never Die는 무한한 가능성을 향한 여정에 대해 노래한다. 어떤 두려움도 넘어짐도 이제는 24명이 하나의 꿈을 향하여 달려가니 무섭지 않기에 메이크업과 필터로 가리고만 싶었던 한없이 초라해 보였던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딛고 일어나 수많은 가능성의 나에게 닿으려 도약하는 것이다. 단독 작사를 맡은 정병기 특유의 리릭시즘은 이러한 서사에 생생히 숨을 불어넣는다. "본질 속의 진주", "꿈의 난이도", "고통 시련" 등의 직설적이면서도 유니크한 딕션은 소녀들의 투쟁을 조금 더 투박하고 강렬하게 담아내며 끝없는 반등의 메세지를 담은 코러스는 트리플에스의 세계관 속에서 멈추지 않고 현실 속의 청자들에게까지 위로의 메세지를 던져온다. 반등의 의지를 담은 위로의 가사는 프로듀싱 팀 VENDORS를 만나 사운드적으로도 빛을 발한다. Generation과 Girls' Capitalism에서도 합을 맞추었던 VENDORS는 현대적인 신디사이저와 베이스로 웅장하고도 모던한 비트를 완성해냄으로써 어리지만 강인한 소녀의 결의를 표현해냈다.


UNDERMOOD FILM이 디렉팅한 뮤직비디오 또한 이러한 반등의 서사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한다.  정병기 디렉터 개인의 경험을 이용하여 쓰인 반등의 서사인 본 뮤직비디오 속 24명의 소녀들은 곡 초반의 가사를 대변하는 듯하는 일상을 보낸다. 스무 살 무렵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고백한 정병기 디렉터의 경험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정처 없이 방황하며 인터넷 속 폐인으로 살거나,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죽은 동물을 바라보는 행동으로 표현되는 듯하다. 어느 순간, 손에 개미 꼬이고 까마귀의 시체를 발견한 소녀들은 변화를 직감한다. 이러한 비일상적 현상을 을 통해 개미와 시체가 상징하는 우울하고 위축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소녀들은 결국 이러한 과거의 삶에 사망 선고를 내리고, 24명이 하나가 되어 같은 꿈을 향한 여정을 펼칠 것임을 예고한다. 욕조 속 멤버 김유연의 모습과 멤버 정하연이 도심 속 발견한 까마귀, 그리고 옥상 위 멤버 윤서연과 지연의 낙하는 이 재탄생을 상징한다. 뒤로 누운 채 물속에 잠겼다 숨을 토하며 나오는 멤버 김유연의 모습은 마치 새롭게 거듭남을 의미하는 기독교적 세례를 연상케 하며, "다시 해볼까"라는 내레이션을 통해서도 반등의 메세지를 전한다. 한밤중 도심 속에서 발견한 신의 전령과 변화를 상징하는 까마귀 또한 이질적인 개체를 일상 속에 배치함으로써 반등의 시작을 알리고 이가 필연적임을 알려온다. 검은 날개를 단 두 멤버가 옥상에서 추락한 후 하나의 까마귀로 비상하는 씬 또한 하나의 개체로 변모하여 나아가는 24명의 멤버들을 상징한다. 어두운 공간 속 동그랗게 모여 있는 멤버들의 옷이 검은색으로 칠해진 후 깊은 무덤에서 날아올라 한 방향을 향하는 엔딩 씬 속 24마리의 까마귀 떼는 이를 바라보는 멤버들에게 이 반등의 여정이 향하게 될 방향을 안내하는 듯하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천사의 알을 오마주한 듯한 마지막 씬 속 검은 깃털이 휘날리는 해변은 털갈이를 하며 변모하는 새의 모습을 통하여 소녀들의 반등을 그려냄으로써 깊은 여운을 남겨온다.


가시권

가시권은 앨범의 서사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듯한 트랙이다. 클랩과 빠른 BPM의 베이스와 킥이 리드하는 미니멀하고 모던한 비트는 무한한 가능성으로의 여정에서 잠시 벗어나 Friend zone에서 연인 간의 관계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다. 불확실하더라도 한 단계 깊은 관계로 발전하고 싶은 사랑의 감정에 것을 가시권에서 벗어나 앞이 보이지 않는 비가시권으로 나아가는 것에 비유한 가시권의 가사는 Full8loom의 밝고 스피디한 비트와 만나 청자에게까지 설렘과 긴장감을 전해온다.


Midnight Flower

Midnight Flower는 다시 한번 꿈을 향한 반등을 노래하는 것을 이어나간다. 정병기 디렉터 사단과 관계가 깊은 MonoTree의 손길이 닿은 공간감 가득한 신디사이저와 백킹 보컬은 달빛 아래의 자정이 담고 있는 조용하고 몽환적인 감성을 그대로 전달하고, 백킹 일렉 기타와 정박의 드럼은 빠른 리듬을 통해 꿈과 희망을 향한 설렘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멤버 김나경이 참여한 자정의 낭만을 담은 가사는 청자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세지를 전한다. "이방인 같은 야행성"으로 상징되는 다름에서 오는 불안을 "그저 내 속도에 맞춰 Breath"라고 말하며 안심시켜오는 가사는 사회 속 경쟁과 비교로 지친 현대인에게 큰 위로로 다가온다. 하루 중 가장 늦은 시간이면서도 또 다른 하루의 시작에 위치한 자정에 달빛이 선물한 그림자 속의 개화는 어쩌면 너무 늦은 시작이 아닌 누구보다 아름답고 자신다운 시작일 것이다.


White Soul Sneakers

White Soul Sneakers는 유닛 LOVElution의 앨범 에 수록되었던 Black Soul Dress의 후속곡이다. 작사와 작편곡에 참여한 멤버 박소현은 전작에 이어 다시 한번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온다. 드럼이 리드하는 여유로우면서도 댄서블한 비트는 시원한 공기의 이른 여름 저녁의 향취를 연상시키며 강인함을 전해온다. 이 저녁 풍경 속에는 왠지 검은 드레스에 하얀 스니커즈를 신은 소녀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치유

치유는 공간감 있는 신디사이저와 드럼, 베이스라인이 이어가는 서정적이고 따뜻한 멜로디로 희망을 담은 위로를 던져온다. "겨울"로 상징되는 인생의 저점 뒤에는 필연적으로 "봄"으로 대표되는 따뜻한 나날이 찾아온다는 메세지를 담은 이 곡은 거스를 수 없는 계절의 흐름과 삶의 이치에서 모티프를 얻어 시적인 가사를 써내려나간다. KZ의 손길이 닿은 깊은 울림의 드럼과 베이스가 만들어가는 차분한 멜로디는 위로의 메세지를 담은 가사의 훌륭한 뒷받침이 되어주고, 멤버들의 보컬과 어우러지는 백킹 보컬이 만들어내는 화음 또한 진정성을 더해온다.


24

24는 멤버 수를 이용한 제목에서 드러나듯 완전체로서의 포부를 드러내는 곡이다. 드럼으로 고조시켜 나가는 인트로를 지나 등장하는 신디사이저와 중독적인 코러스는 Rising을 프로듀싱한 GDLO가 선물한 곡인 만큼 Rising과 유사한 분위기를 선보인다. 또한, 첫 코러스 이후 나오는 랩 파트 또한 Rising 속 멤버 김나경의 벌스와 평행 구조를 이루며, 동시에 밝고 모던하면서도 단단한 비트를 통해 강인한 패기를 청자에게까지 전달한다. 처음으로 24명의 멤버가 모인 이 순간의 패기는 트리플에스의 헤리티지에 대한 레퍼런스로 가득한 가사에서도 표현된다. 이전 활동곡들에 대하여 언급하는 첫 벌스에서의 "rising", 코러스 속 "dimension", 두 번째 벌스에서의 "déjà vu"에 이은 프리코러스의 "touch", "cherry", "generation"과 같은 가사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2년간의 세계관을 하나로 묶어나간다. 


이면의 이면

이세계에 들어선 듯한 오묘한 사운드를 선사하는 이면의 이면은 꿈을 향해 익숙한 곳을 벗어나 불확실성이 가득한 이면의 이면으로 넘어가겠다는 메세지를 담는다. 이달의 소녀와 오드아이써클 그리고 트리플에스의 전작들에서 정병기 디렉터와 합을 맞추었던 프로듀서 BADD가 만들어낸 브라스와 피아노, 차임벨로 생성되는 몽환적이고 그루비한 분위기의 비트는 이세계로 향하는 차원 문을 넘어가는 과정을 청각화한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공감각적 심상을 형성해 내고, 소녀들의 여정에 청자들을 초대한다. 


Non Scale

오마이걸과 우주소녀구구단 등 3세대 걸그룹의 명곡들을 프로듀싱한 Full8loom의 손에서 다시 한번 과거의 걸그룹 명곡들을 연상시키는 곡이 탄생하였다. 전형적인 걸그룹의 작법을 택하면서도 타이틀곡을 투표하는 그래비티에서 Girls Never Die와 함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곡이었던 만큼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Non Scale은 가시권과 같이 다시 한번 꿈의 서사에서 벗어나 사랑의 크기를 노래한다. 도입부를 알리는 드럼에서 마림바로 이어지는 가벼운 비트는 신디사이저가 도입되는 프리코러스를 지나 코러스에서 곡의 정체성을 발화(發花) 시킨다. 2.5세대와 3세대의 감성적이면서도 설레는 멜로디와 신디사이저를 통하여 자아내는 향수는 추억 가득한 옛 시절로 청자를 보내는 듯하며, 당시 걸그룹 곡들 특유의 아련함을 선사해 준다. 같은 무드를 이워래는 가사 또한 인상적이다. 기존 트리플에스의 작업물과 상반되는 경어를 사용한 가사는 러블리즈 계열의 걸그룹들의 가사를 연상시키며 애틋한 톤을 자아내며 사랑과 위로의 메세지를 보내온다.

Dimension

앨범을 마무리하는 Dimension은 트리플에스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AAA와 +(KR) ystal Eyes의 버전을 거쳐 드디어 완전체 버전으로 돌아온 Dimension은 강인한 반등의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힙합 스타일의 편곡을 거쳐 새롭게 거듭났다. 신디사이저와 베이스, 색소폰으로 이루어진 멜로디에 힙합 스타일의 드럼과 턴테이블리즘의 스크래칭을 더해 그루비함을 강조시킨 24인 버전의 Dimension은 트리플에스의 세계관 속 핵심 개념인 유닛을 나타내는 단어 DIMENSION에 함께 모인 그녀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신감을 전해온다. 동시에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써 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트리플에스의 아이덴티티를 각인시키며 앨범을 훌륭하게 마무리하며 무한대의 가능성을 향한 끝없는 여정을 예고한다.


24인이라는 기록적인 완전체 멤버 수로 데뷔한 트리플에스가 그녀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증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처럼 보이지 않았다. 역대 걸그룹 중 최다 인원을 기록한 멤버 수와 NFT를 적극 이용하는 다소 진입 장벽이 높은 팬덤의 소비문화,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을 선택하여 음원 사이트의 차트가 아닌 RYM과 AOTY 등의 힙스터 성향의 사이트에서 더 큰 주목을 받는 음악 모두 이를 증명하는 듯했다. 결과적으로, 트리플에스가 그룹의 아이덴티티로 내보이는 ‘모든 가능성’을 테마로 삼은 첫 완전체 정규 앨범 ASSEMBLE24는 이를 반증한다. 음악적으로 훌륭한 평가를 받던 전작들과 비교하여도 더욱 긍정적으로 변한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와 커리어 하이를 이뤄낼 듯한 추세를 보이는 앨범 판매량은 24명의 멤버들과 정병기 디렉터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앞으로 이 소녀들이 보여줄 무한한 가능성은 우리에게 어떤 음악과 메세지를 선물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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