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은 여자 이야기
나는 비혼주의자였다. 어렸을 때 사촌 남동생이 놀다가 어질러진 방을 여자인 나에게 치우라는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고, 명절 차례를 지내는 데 남자들은 놀고 여자들만 음식을 해야 하는 우리 집안의 불합리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가족이 다 모인 명절에 어른들이 여자 아이들에게 조신함을 강조하거나 "커서 시집 잘 가겠네!" 같은 말을 하면 가만히 있기 힘들었다.
"다 같이 제사 지내는 데 음식은 왜 여자들만 해야 해?"
"그럼 남자가 요리를 하니? 원래 여자들이 하는 거야! 결혼하면 당연히 해야지!"
이런 생각들이 쌓이면서 여자에게 결혼은 불합리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봐온 결혼 생활들은 그랬다. 나는 나의 예민한 성격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그런 나에게 결혼을 한다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접고 현실에 타협하는 것이라 느껴졌다.
어른이 되면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남자들(대부분의 여자들 또한)은 나의 이런 생각을 부담스러워했고 여성스럽지 않은 사람,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결혼에 대해, 아이에 대해 내 의견을 이야기하면 나를 유별난 사람으로 생각했다. 아이에게 헌신적이고 남편을 내조하고 시가에 잘하는 여자들은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 그 이후 점점 나의 생각에 대해 몇몇 지인을 제외하고는 잘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지금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대학 과후배이다. 우리는 친하지 않았기에 졸업하고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우연히 음악 동아리를 하며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는 진지하고, 진지하고 또 진지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나의 이런 생각을 그는 진지하게 이해하고 받아주었다. 나는 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나눌 때도 내가 고민하는 부분들을 함께 고민하고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우린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이다. 나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것. 하지만 내가 비혼주의자로서 가졌던 생각들은 여전히 변함없다. 결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때의 고민들은 결혼 생활 중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남편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의견 차이가 벌어질 때는 답답하기도 하다.
결혼한 지 3개월이 된 지금! 그를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쓴다. 진심을 담아 글을 쓰고 대화할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