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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mb Jul 16. 2024

영화<PERFECT DAYS> 제목은 반어일까 역설일까

결국, 브런치에 손을 대기에 이보다 시의적절할 수 없는 영화

이것만 보고 <패터슨>처럼 평화를 하사하실 줄만 알았지

次は次。 今は今。

다음은 다음. 지금은 지금.


정돈된 삶. 그러나 그 안은 일렁이는,


나란히 정갈하게 놓인 물건들

아날로그 손목시계와 카메라 동전그릇

알람 없이 문득 깨어나는 고요한 새벽.

남들과는 다른 눈으로 평범함 속 비범함을 읽어내는

사색 가득한 혼자만의 점심시간.


그래서 초반에는

짐 자무 선생님과 아담 드라이버 선생님의 <패터슨>과

흡사할 모양이라고 지레짐작.

고요하게 일상을 영위하면서도

자기 안의 생각에 잠겨 단어를 골라내고 문장을 자아내는,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 선생님처럼 내게

일상의 정돈된 평화를 불어 넣어줄 영화라고 지레짐작.


거기다 이미 내 전화기에 넘쳐나는, 사랑해 마지않는,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 장면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워

오래오래 내게 단단한 바닥이 되어줄 영화라고 지레짐작.


그래서 히라야마 선생님의 잠을 경계로

평화로운 컬러가 자꾸 불안한 흑백이 될 때

단단해 보이던 외부에 틈을 내고

출렁이는 내부가 비어져 나오려는 기미가 보일 때

일상에서 계획되지 않은 사람들이 툭툭 나타나

정돈된 그의 일상 흔들려고 할 때


사람들을 막아서고 싶을 만큼 조바심이 났던 건

내가 하필 정돈되지 못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간 탓이 아니다.


예고편 영상과 그 위를 나른하게 흐르던

루 리드 선생님<Perfect Day> 한 곡만으로도

이미 충분 스포일러 느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빔 벤더스 선생님과 야쿠쇼 지 선생님의 <퍼펙트데이즈>는 <패터슨>과는 다른 이야기.

루 리드 선생님 <Perfect day>는 스포일러가 아니라

반전을 숨기려는 미끼(였다고 나만의 생각).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 들어간 듯한 정돈된 삶 안에서  자유로워보이던 그는 진정으로 자유로웠던 적이 있었을까

숨기고 싶은, 혹은 아픈 과거를 이제는 뒤로 하고

내면의 평화를 만끽하는 방법을 터득한 듯한 그는

한 번이라도 온전히 평화로웠던 적이 있었을까.


오히려 겨우 이어놓은 좁게 뻗은 보통 사람의 길,

그 위에서 한 뼘이라도 잘못 디디면

불안한 흑백 속으로 다시 잡혀들어갈까 두려워

뒤늦게 찾아낸 "코모레비(こもれび, 木漏れ日)",

높다란 나무 사이 초록빛 나뭇잎들 사이로 일렁이는

소중한 그 빛을 잃을까 두려워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정돈된 길로만 걸어가려고 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막상 단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했던 건 아닐까.


내내 화면을  채우던 미소 짓던 그의 얼굴,

대부분은 온화했던 옆얼굴의 진짜 모습은 사실은

오랜만에 만난 여동생이 떠난 뒤

혼자 남았을 때의 표정 같았던 건 아닐까 싶어서

딘가 신경질적으로 들리던

니나 시몬 선생님의 <Feeling Good>과 겹쳐지던 장면의

앞모습 같았던 건 아닐까 싶어서


영화 초반부에 지레짐작으로 기대했던 평화와 안정감 대신


히라야마 선생님의 하루하루는 정말 퍼펙트 데이였던 걸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펙트 데이라는 걸까

답을 찾지 못할 질문을 무겁게 얻어 돌아온 토요일 밤.


토요일 밤과 일요일 새벽에 걸쳐진 시간이라 다행이야.


코모레비,

내가 좋아하는 장면을 일컫는 한 단어가 있었구나.


"코모레비"라는 새로운 단어를,

지나가 버리면 끝인 일렁이는 찰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생이라는 건 절대 안정적일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배웠다


니나 시몬 선생님의 목소리와

야쿠쇼 지 선생님의 충혈된 눈과 복잡하던 얼굴 근육은

수줍지만 행복하게 미소 지었다고 생각했던

<패터슨>의 패터슨 선생님의 얼굴도

다시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퍼펙트데이즈>는 <패터슨>과는 다른 이야기로 새겨졌다,

당분간은 그럴 것 같아.


아 다카시가 패터슨 선생님네 멍멍이 같은 놈인 건 비슷.


#PerfectDays #WimWenders #KojiYakusho

#boasculture #movie #arthouse # 木漏れ日

너 이름이 있는 아이였구나, 반가워 코모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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