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묘일기

빨리 알지 못해서 미안해.

아파서 그런 것 이었구나.

by 배민경

우리집에서 가장 예쁘고 얌전한 아련이가 얼마전부터 이곳저곳에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화분에도 싸고, 이불에도 싸고...


엄마 집 고양이가 화장실이 더럽거나 기분이 나쁘면 이불에 꼭 싸서 나는 그냥 그런 줄 알았다.

항상 제일 착했던 아련이이기에 더 배신감을 느꼈다.


그런데 아련이가 냄비에 오줌을 쌌다.

그 냄비를 보고서 알았다. 아련이는 지금 아프구나.

오줌 색깔이 연분홍을 띄고 있었다.


병원에 안고 갔다.

마취를 했다.

피검사를 했다.


의사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다.

수치표를 보시며, 이리저리 말씀을 해 주셨는데 알아 듣기 힘들었다.


"그래서 의사선생님, 얘 죽어요? "

"........"



며칠전까지 팔팔하고 놀았는데 갑자기..?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납득이 안 되었다.



의사선생님은 치료해도 의미 없다고, 향 후 치료 방향에 대해 대충 얼버무리셨다.


"선생님, 얘 죽는다는거에요..? "

"밥 먹으면 살아. 아유..어린게 왜 저렇게 아픈것일까...아직 한창 클 나인데..가엾어라.."



도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아니 잘 놀았는데. 의사선생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연분홍 오줌을 싸서 온거라고. 죽을병 걸려서 온 거 아니라고. 의사선생님이 돌팔이라 생각하며 집에 왔다.



그런데 아련이는 마취에서 10시간 깨어나지 않았다. 이때 얼마나 고통의 시간을 보냈나 모른다. 중성화 수술 하고도 금방 팔딱 일어났는데, 진짜 죽는거야? 오빠는 아련이를 붙잡고, 이렇게 아프지 말고 그냥 편히 고양이 별로 가라고 엉엉 울었다. 나는 오빠 그런말 하지 말라고 듣기 싫다고 붙잡고 울었다. 우리는 다른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똑같이 아련이를 사랑한다.


KakaoTalk_Photo_2021-02-05-07-43-30.jpeg 아련이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지금은 8개월 정도로 거의 다 큰 것 같아요.. 살 찔 일만 남았는데...

그 다음날 아련이는 거의 먹지 않고 주저 앉아 있었다. 물은 조금 먹었다. 혈뇨가 계속 뚝뚝 나왔다.

이틀째가 되자 아련이 다리에 힘이 풀려서 비틀거렸다. 혈뇨가 점점 나왔다. 이틀째가 되자 물도 먹지 않았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물에 약간의 설탕과 소금을 타서 주사기로 입에 넣어 줬다. 억지로 먹였다. 그러고 조금 놔뒀더니 다리에 힘이 생겼다. 그러더니 그릇에 만들어 둔 설탕물을 자기가 알아서 먹더라. 신기하게 옆에 맹물이 있었는데 설탕물을 먹었다. 내가 자기 살릴려고 뭐라도 하는걸 느낀걸까?


그리고 인터넷 써치를 계속 하는데 밥 안먹으면 위험하다고 해서, 이번엔 밥을 먹였다.

죽어가는 아련이를 보는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무슨짓이든 해 보려고 한 것 같다. 어쩌면 이건 나를 위해 먹인 거 같다. 뭐라도 해 보고 싶어서. 그래야 내 맘이 괜찮을 거 같아서.


아침에 의사선생님이 말씀한 단백질 수치가 낮은 것으로 주식캔과 사료를 구비 했는데, 먼저 캔을 물과 함께 갈았다. 그리고 입에 쏘기. 안 먹으려고 하고 흘리는게 절반이나 조금이라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오후 3시쯤 사료를 따뜻한 물에 불리고 믹서기에 갈았다. 그리고 또 주사기로 먹였다. 생각보다 꿀떡꿀떡 잘 받아 먹었다. 이래도 되는건가 몰랐는데 먹였다. 솔직히 나도 제 정신이 아니었던것 같다.


그런데 그 이후 아련이가 생기가 돌았다. 눈빛에 힘이 생겼다. 작업하는 내 뒤에 앉아서 내 손길이 닿으면 고롱고롱 거리기도 했다. 진짜 많이 아플땐 고롱거리지도 않더라.


그리고 저녁이 되자 밥을 먹었다. 진짜 이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오빠를 부르고, 눈물이 주르르륵 났다. 혈뇨도 멈췄다.


그러나 아직도 오줌은 조절을 하지 못한다. 방광염인지, 요도결석인지, 원인은 모르겠다. 오늘 의사선생님께 연락을 해야겠다. 밥 먹으면 살 거라고 하셨는데 이제 밥을 먹었다. 제발 살았으면 좋겠다. 병원비 많이 들면 오빠가 술 끊으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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