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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Mar 06. 2024

박진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84


박진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박진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황옥희

제목: 예언관철자 


수 없이 뿌려진 예언 중 

꼭 지켜져야 하는 예언이 있다. 


그 예언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옥희의 임무였다. 


그렇게 옥희는 ‘무한한 생’을 선물 받았다. 

옥희와 같은 신의 선물을 받은 자들. 

그리고 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신관(神官)이라 하였다. 


옥희는 벌써 수백 년간 자신의 임무를 방관하고 있었다.

자신이 꼭 하지 않아도 단순하든 복잡하든 

예상이 아닌 예언이라면 일어날 일이고 


또 자기처럼 예언을 지켜내려는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세상 힘들 게 살 필요 뭐 있어, 즐겁고 재밌고 신나게 사는 거지”


옥희는 인간들 무리에 섞여, 

자신의 무한한 젊고 아름다운 생을 즐길 뿐이었다. 


옥희는 신관 중 으뜸으로 방탄한 신관이었던 것이다.


“하아, 오늘은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려나”


지루해질 때쯤이면 새로운 삶을 위해 떠나는 옥희.

오늘 그녀가 나선 길은 그냥 사람들이 많은 홍대 거리였다. 


밤거리에 둥글게 모여 서 있는 사람들

옥희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원을 파고 들려고 한다.


그때쯤 음악 연주가 시작되고 

옥희도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는 옥희였다. 


그는 사자였다. 

신의 사자. 옥희에게 임무를 전달하는 자. 


“황옥희!!”


사자후를 날리는 그.

순간적으로 사람들의 시간이 멈추고 


노래하던 사자가 악기를 내려두고 옥희에게 걸어온다.

옥희의 시간도 멈췄으나 반만 멈췄다.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는 소리, 느껴지는 촉감 모두 멈췄을 테지만

옥희에게는 오감이 살아 있는 상태였다. 


옥희의 팔길을 잡다가 턱주가리르 잡는 사신. 

그는 옥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처음 볼 때 보다 예뻐졌군”

“그르으른말.”

“아차.”

“그른 말씀 전하려고 오신 겁니까?”

“예언을 전하러 왔다. 홍길동도 아니고 동해도 없고 서해도 없고 남해도 없고 없는 북해라도 만들어서 도망갔나 싶었다”

“하하, 저는 제 임무를 제 나름 껐 잘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벌하러 온 건은 아니나, 이번 임무에 실패하면 벌 받을 것이다”

“어찌..”

“사흘 후, 이 곳에서 이 얼굴을 하는 자를 보아라. 그가 하는 말이 곧 예언이고 너는 이 예언을 지켜야 한다.”

“흐잉..”


그렇게 몸이 움직이면서 도망치려는 관성의 힘이 그대로 남아 앞으로 곤두박질 치며 넘어지는 옥희였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 옥희. 

일어나 보니 자신의 집이었다. 


“아, 아씨!!”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는다. 그리고 한 숨을 내신다. 

옥희가 확인한 것은 꺼진 향. 

사자가 꿈에 찾아올 수 있는 걸 방지하고 자신의 잠을 숨기는 장치였다.

그런데 어제 잠깐 더워서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에 꺼진 듯했다.


“수십년을 버릇으로 삼았는데, 하필 어제 실수를 하나”


가끔 향이 꺼져도, 

사자가 찾아오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아니 오늘 하필이면 걸려든 옥희였다. 


“사흘 후..?”


달력을 확인하며

사흘과 나흘을 헷갈렸다고 농땡이 피울 까.

저번에 한 번, 아니 여러 번 써먹긴 했지..


사실 양심적으로 이렇게까지 일을 안 하는 직원이면 

자기라도 자르고 말 텐데, 번번히 기회를 주는 게 고맙기도 한 것 같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엄중경고는 또 처음이니까


“향은. 잘 피워놓자..”


오늘은 공사쳤지만, 내일은 실수하지 않게 미리 향을 준비해놓는 옥희.

그런데 한 번 임무를 받아서 이 임무가 끝날 때까지는 상관없나 싶기도 하다.


“우씌”


괜히 짜증나서 발로 향을 한 번 차본다.

그러다 우드드 쏟아지는 향들, 다시 정리하는 옥희였다. 


옥희는 옥쇄에 묵힌듯한 자신의 처량한 모습을 비관했다.

이런 일들을 맡기로 하면서 영원한 생을 받았긴 하지만,

그동안 잘 피해 다녔는데 

왠지 잘 피해 다닌 지난 시간의 공든 탑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우울해”


이런 우울한 기분에는 역시 신나게 놀면서 재밌게 풀어야지

오랜만에 현재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는 옥희였다. 


언제나 한 세대가 지나갈 때쯤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했다.

자신의 신분은 그래도 숨기는 편이 자신에게도 편했으니까. 


그렇게 현재 세대의 친구들을 만나

술도 마시고 춤도 추고 재밌게 보내는 옥희였다. 


불빛이 찬란한 클럽에서 신나게 놀다가

다음 날이 되었다. 


사흘이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괜히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이라고 했으니까 가긴 가야 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아.. 진짜 싫다”


나이도 벌써 수백살인데, 

아직까지 일은 하고싶지 않다.

현대인들이 말하는 월요병에 제대로 걸려버린 옥희였다. 


정작 그 월요일이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월요일이 온다는 생각만으로 힘들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재주는 

다 배운 옥희였다.

오래 살다 보니 남는 건 시간이었고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 보다 

자신이 직접 뭔가를 하는 게 안전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 옥희가 최근에 배우고 있는 건

놀랍게도 IT였다. 


옥희는 홍대 공연 사이트에 들어가 

모레 있을 공연 예약을 확인했다. 

꿈에서 얼굴을 봤으나 이름은 몰랐다. 


“아씌, 누군지 모르겠네”


수많은 예약 리스트. 

이들을 다 봐야 하는 건가?


날씨를 확인하는 옥희. 

적당히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날씨였다. 


“날씨라도 좋던가”


일을 하려니까 갑자기 머리가 아픈 것 같고

배도 살짝 아픈 느낌이 났다. 


“아~~ 진짜 또 무슨 예언을 하려고~~~, 그냥 가벼운 거 여라”


옥희는 다음 날 

하루 종일 내일 있을 일이 생각나서 집중이 안됐다.

평소에 재밌게 하던 게임도 부모님의 안부를 팀이 묻게 만들었다. 


“아씌, 안해 안해!!!”


수 백 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었다. 

그때가 문뜩 떠오른다. 


옥희도 한 때는 불타는 사랑을 했었다.

가끔 그 비슷한 사랑을 하긴 했으나 

사랑은 머니 머니 해도 첫사랑이 제일 아프지 않겠는가


-나 그대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왠지 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년이 지난 어느쯤에 나 백 년이 지나 잊혀질 어느 쯤에

-그대 미소 잊지 못해 다시 온다면

-그때는 우리 헤어지지 마요. 


홍대 앞. 

저녁의 시간이 오고. 


많은 버스킹을 지나쳤다. 

지난 수백 년 동안 많은 인연을 지나쳤듯

한 곡 한 곡이 명곡이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보잘 것 없기도 했다. 

지난 수백 년의 만남이 그러했듯이. 


-천년이 지난 어느쯤에


지난 백 년의 개수가 어느새 열을 넘었던가 

그의 환생처럼 보였던 이와의 마지막 사랑도 

어느새 백 년이 쫌 넘었던가


“또, 보자”


그는 알 수 없고, 

나는 기다려야 하는 그 마음을 전 한지 어느새 벌 써 백년이던가


-이 세상 아니라도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텐데

-눈물 한 방울도 보여선 안 되겠죠


<그 미소 하나로 언제라도 그대를 사랑할 수 있게>


눈물이 났다. 

옥희는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리며 그를 바라봤다.


“그다.”


그의 환생을 기다리며 

그렇게 살던 옥희는 오랜만에 그를 보았다. 


그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이번 생엔 자신 없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가 적어놓은 계좌번호에 100억을 입금할 뿐이었다.

무통장으로. 


“이 정도면 잘 살겠지”


그렇게 돌아서서 그가 가길 기다린다.

예언자가 나타날 때까지. 


그리던 순간 그가 뒤돌아선 옥희에게 다가온다.


“저기요”


옥희는 대답하지 않고 딴 청하나, 그가 옥희의 앞으로 온다.


“저기, 혹시 우리 만난 적 있어요?”

“네? 아니요? 저요. 처음 보는데요?”

“진짜요? 그쵸? 우리 처음 보죠?”

“네. 그럼요.”

“근데 이상하다. 왜 처음이 아닌 것 같지… 저 진짜 꼬실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하. 제가 한 미모하죠”

“아, 여기.. 우선 눈물부터, 감사합니다. 제 노래를 그렇게 잘 들어주셔서”

“아.. 아네..”


그때 옥희의 앞으로 꿈에서 본 얼굴이 지나간다.

가수가 아니었나? 

순간 그와 더 얘기를 나눠야 하나, 예언가를 쫓아야 하나 갈등한다. 


“저기, 괜찮으시면 번호점”

“저, 제가 지금 바뻐서, 이거 갖고 있으면 제가 찾으러 갈게요”


옥희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그에게 던져주었다.

앗, 이번생은 그냥 놓아주려고 했는데

순간의 판단으로 또 이어지게 되어버렸다.


이런 것도 예언 안에 포함된 걸까.

아니겠지.


그랬으면 우리가 만날 때마다 그렇게 슬픈 사랑을 할리가 없었겠지.

우선은 영원한 생을 지키기 위해 

예언가를 따라가는 옥희였다. 


그때 예언가가 다른 장소에 있던 공연팀과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꿈에선 이곳이었는데.. 다른 장소에서 하네.

예언이 틀리는 일은 거의 없다.

누군가가 관여하지 않는 한. 

그런 예언을 관철시키는 임무를 하는 게 바로 옥희와 같은 신관이 하는 일. 


이들한테서 어떤 예언이 나오길래.

사자는 신관을 찾아온 걸까. 


거기다, 옥희는 느낄 수 있었다.

이 공간 안에 신관은 자신 혼자가 아니었다.


보통은 예언 하나에 신관 하나가 배정된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힘들은 최소 4명 이상이다. 


도대체 어떤 예언이 펼쳐지길래, 


뒤에서는 그가 옥희의 사라진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이상하네”


자신의 심장을 부여잡고 있으면서,

비록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옥희는 느꼈다. 


보고싶었고, 보고싶었으며, 보고싶어 죽을 뻔했으니까.

그래도 참아야지. 또 자신 때문에 힘들 게 사는 건 싫으니까.


이상하게 끝이 항상 좋지 못했던 그와의 사랑이었으니까.

이번 생만큼은 더 행복하길 바라는 옥희였다.


옥희는 그에게서 신경을 끄고, 

예언가가 할 예언을 듣기 위해 신경을 곤 두 세웠다. 


“안녕하세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공연을 봐주시니 설레네요”


그는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가지 말들을 시작했다.

그가 하는 말들이 심상치 않았다.


속으로 중얼 거리는 옥희였다.

“이런 미친.”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북에서 내려왔다는 얘기를 하면서,

통일을 기원하는 말들과 탈북자들이 말한다.


얼마전에 탈북자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온 기타를 치는 친구를 소개하며

영화 ‘로기완’을 봤냐고 말을 한다. 


-저는 통일을 노래합니다. 


그때 옥희는 기이한 현상으로 통일을 듣는다. 

이번 예언은 바로 통일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옥희는 기가 찬 표정을 한 여럿을 보았다. 

‘하’, 옥희도 혀를 차며 그들을 보았다. 


4명이 아니라 스무 명은 되어 보였다. 

그럴 정도로 어마어마한 예언이었던 것이었다.


얼마전에 아프리카의 평화에 대한 예언을 들었을 때

그쪽 지역 신관들 고생하네, (고생으로)죽어나가겠네 생각했던 옥희였는데,

옆 집에 불나고 있다고 해서 구경갔다 왔는데 우리집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본 느낌이었다.


“통일.. 좋아하네”


옥희는 어이가 없어가지고, 

이럴려고 자신의 마음을 그로 통해 들었다 놨다 한 건가?

그로 인해 마음이 촉촉해졌던 옥희는,

갑자기 분노가 올라 화가 났다. 


“이 미친 신 새끼”


그렇다고 신관의 자리를 그만둔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영원한 삶은 장단점이 확실하지만 장점이 더욱 확실한 기능이었으니까.


언젠가 살다 보면 통일이 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눠지고 붙고, 나뉘고 붙고는 순리처럼 일어났으니까.


예전에도 국가의 흥마성쇠에 대한 예언은 많았다.

그때마다 차라리 죽을까? 하는 정도였을 뿐..


그리고 오늘 날 다시 그런 예언이 온 것이었다.

또 죽을까? 하는 정도의.. 힘듦뿐..

실제로 죽지는 않겠지.. 그래 죽지만 않겠지..


옥희는 마음 속으로. 

자신이 배운 모든 욕을 사자와 신에게 쏟아 부었다. 

오늘은 입 밖으로 꺼내도 정상참작이 되는 날이었다.


그럴 정도의 예언을 들었으니까. 

그래도 혼자도 아니고 이 홍대 거리에서 

신을 욕할 순 없었다. 


괜히 이상한 사람 꼬이면 그것도 귀찮으니까. 


그렇게 한숨을 쉬는 신관들이 보였다.

우선 이들과 이름이라도 교환해야하나.


아,

그에게 휴대폰을 넘기고 왔던 잠시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진짜 되는 일 하나도 없네”


옥희는 짜증이 났지만.

참았다.


그래도 혼자 하는 일은 아니니까.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 


“통일…”


우선 바로 옆에서

신관인듯 통일이 말이 되냐.. 하는 말을 꺼내는 사람부터 쳐다보았다.


욕을 하면 신관이고, 그냥 통일이 싫은 거면 걍 지나가는 행인일 테니


“이걸 무슨 예언으로 해, 그냥 지가 똭 하고 시키던지 어떻게 하라고? 아우..”

“저기요?”


옥희가 옆에 신관이 확실시되는 행인에게 말을 걸자

매우 깜짝 놀라 반응하는 신관후보였다. 


“어어어??어었 네? 저요?”

“혹시 신관이세요?”

“아니ㅇ이이네니엥? 어 떠떻게 하셨어요? 아셔썽요?”

“긴장하지 말고, 저도 신관이예요”

“아니.. 그거. 이거 말해도 되는거에요?”

“신관끼리 뭐 어때요? 어차피 다들 공연 집중하고 여기 거리고 시끄러워서 못들어요 제가 좀 신관이 된지 오래됐거든요 희희..”

“아.. 정말요?”

“저는 황옥희라고 합니다”

“아.. 저는 양설욱이라고 합니다”


그는 옥희를 보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옥희는 오늘 이 자리에 온 신관들과 친해져

평소에 자신처럼 있는 척, 아는 척하면서 자신은 놀고

일은 이들한테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진짜 예언이라면 이루어질 테니까.

어차피 시간은 내 편이니까. 생각하는 옥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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