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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May 25. 2024

손현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165


손현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손현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권현주 

제목: 거울인간


“내가 쫓는 건 나다, 정확히 말하면 나와 완전히 똑같이 보이는 존재, 우리는 그를 거울인간이라 부른다”


형사생활을 도중에 그만두지 않았다면 약 30년. 경력으로 치면 경찰청장급이 됐지만 그는 이제 경찰이 아니다. 단순한 수사로는 도저히 그 놈(거울인간)을 쫓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경찰과 검찰이 협업해 거울인간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허수로 들어갔다. 그의 특성이 너무 특별해서 눈앞에 있어도 그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나와 똑 같은 사람을 만나면, 도플갱어를 보게 되면 둘 중 하나는 죽는다고 한다. 거울인간에게 느껴지는 공포가 바로 그런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나와 같은 사람이다. 그나마 도플갱어는 한 번에 하나의 모습으로 밖에 변하지 않는다지만 거울인간은 보는 사람마다 마치 왜곡되지 않은 거울처럼 자신이 그대로 눈앞에 있는 걸로 착각한다. 


그래서 거울인간을 잡는 데는 협업이 불가능하다. 묘사를 자신으로 해야 특정할 수 있었지만 그럴 때 혼선이 야기되어 검거를 놓치고 말았던 경찰들이었다. 왜냐면 거울인간을 보는 자들은 자신을 보지, 타인이 보는 거울인간을 똑같이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건 그동안 검거에 실패하면서 내린 수많은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주야, 아직도 그 거울인간인지 뭔 지 잡는다고 날리냐?”


현주는 거울인간 수사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포기한 상관에게 대들다가 징계를 받게 된다. 징계중임에도 불구하고 총기를 소지한 죄로 구속까지 당했고, 파직당하게 됐다. 


“형, 우리가 포기하면 안되는 거 잖아?”

“이제 잠잠하잖아. 그 놈이 어떤 놈인지 파악되는 게 없어, 솔직히 존재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들 이상한 환상에 빠진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거울인간을 제대로 본 사람은 없다. 모두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서 탈출한 자신의 모습을 봤을 뿐이니까, 정말로 현주의 앞에 있던 지난 형사 시절 함께 근무를 했던, 지금은 서울경찰서의 부서장급으로 치안총감으로 있는 형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나도 그 놈 볼때마다 사지가 떨려, 총구를 조준하고 쏘려면 내 얼굴을 한 채 웃고 있거든, 아니 내 얼굴이 웃고 있어”


거울인간을 근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은 얼마 없었다. 그 중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현주와 그리고 이제는 경찰총장이 된 장경서 경찰청장 밖에 없었다.


장경서는 거울인간을 붙잡았다는 공로로 특진에 특진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다. 현주도 경서처럼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의 거짓이 거짓이라고 밝히지 않았다면 현주가 지금 경찰청장을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날 이후로 이제 아무 일도 없잖아, 정말로 그 놈이 죽은 걸 수도 있고, 아니면 경서가 붙잡은 게 진짜로 그 놈일수도 있고”

“아니야, 그렇게 쉽게 잡혔으면 20년동안 괴롭히지 않았겠지”



약 7년전, 장경서는 거울인간을 붙잡았다는 속보를 냈다. 거울인간을 붙잡는 일을 공개수사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했던 게 경서였고, 반대했던 게 현주였다. 


“거울인간이라는 특성이 우리가 추측만하지 검증된 게 없습니다. 이대로 공개수사를 주장하는 건 용의자(범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대로 우리만 쫓는 게 아무 의미 없다는 게 지난 10년의 과정 아닙니까? 사실 거울인간이라는 가해자를 추정하지, 실제로 그 거울인간이 저지른 짓이다고 단정할 수 있는 어떠한 단서도 없습니다. 그는 특유의 지문도 없고, 생체로 구분할 수도 없습니다. 피해자는 모두 자신의 손에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형태입니다.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을 닮은 사람, 아니 자신과 같은 사람을 제보할 수 있도록 하고, 거울인간이라는 마치 미지의 환상과 같은 인물에 대해 접근하고 붙잡아야 합니다” 


경서와 현주의 대립은 경찰 내 정치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경찰을 넘어 현주를 지지하는 세력과 경서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검찰과 그리고 정치권까지 싸움이 번졌고 당시 현주를 지지하던 세력을 꺾기 위해서 경서의 편을 들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수사는 공개수사가 됐고, 사람들은 거울인간이라는 공포를 갖게 되었다. 경찰들은 수많은 오제보를 통해 거울인간에 대한 수사와 검거를 진행했고 경서는 마치 짜인 각본처럼 극적인 결말을 통해 거울인간을 검거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밝힌 범죄자의 모습은 화상으로 타올라 존재 자체를 알 수 없었다. 


살아 잡은 게 아닌 죽은 시체를 향해 거울인간이라 칭하며 검거를 성공했음을 밝힌 경서는 그렇게 라인을 잘 타며 승승장구하게 되었다. 그런 결과로 지금의 경찰청장이 되었다. 다음 선거에 나가 국회의원이 되는 예정까지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지금보다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었는데 현주가 내부의 분란을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은 늦춰졌다. 거울인간 재수사를 요구하며 현재 범인으로 지목된 사체는 거울인간이 아니며 이 모든 일은 조작이라고 주장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조작이라는 증거를 가져오라는 압박이 있었다. 조작이란 증거를 준비해서 가져가려고 했으나 이 과정에서 함정에 걸렸다. 결국 조작이란 증거를 가져가지 못하고 파면당하게 됐다. 


총기소지도 모두 경서의 작전에 말려든 것이다. 현주는 정직하게 총기를 반납했다. 그가 총기 반납에 싸인 한 장면을 우연히 영상으로 동료의 생일 축하 영상을 찍으며 증거로 가지고 있던 동료가 있었는데 그도 경서에게 회유당해 증거물을 삭제했다. 


술자리에서 나오는 도중에 경서에게 회유당했던 경찰과 마주친다. 현주는 그를 한 번 스윽본다. 그도 현주를 보다가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돌려 다른 곳으로 간다. 


“뭘 그렇게 보냐, 과거는 잊어라”

“과거가 잊어야 되는 거면 역사는 왜 배우냐”


현주는 동료의 말림에도 불구하고 터벅터벅 그에게 걸어가 어깨를 붙잡고 돌려세운다. 그러자 과거 후배였던 동료는 놀란 표정으로 현주를 바라본다. 


“무슨 일이시죠..?”

“너, 잘 사냐? 그래, 잘 사려고 그런 거니까 잘 살겠지”

“그만 하세요 선배. 아니 이제 선배도 아니죠? 계급도 이젠 내가 더 높고, 이제 경찰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총장님이 정말로 그 범인을 잡은건데, 왜 자꾸 아니라고 하세요. 그래서 그 뒤로 범인인 나타났습니까…….”


후배가 말이 없어졌다. 현주가 순간의 오싹함을 느끼고 뒤를 돌아본다. 


그곳엔 자신이 웃으며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후배한테는 후배가 웃으며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겠지..


“저.. 너. 저게..”


후배는 거울인간을 처음 봤다. 제대로 본 건 처음이었다. 

이렇게 거울인간의 실체를 알 수 있게 바라본 사람은 현재 경서와 현주 밖에 없으니까. 


너무나 당당하게 자신을 숨길 필요도 없는 그 존재, 거울인간이 현주와 후배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서로가 다른 목소리를 듣는다. 자신의 목소리였다.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와 비슷한 그런 목소리였다. 


“오랜만입니다. 권현주 형사님. 동기분인 장경서 형사님도 잘 계시더라구요?”


현주는 순간 얼었다가 풀려, 곧바로 거울인간을 붙잡기 위해 주먹을 날렸다. 거울인간은 이를 가뿐히 피했다. 후배의 입장에서 자신과 꼭 닮은 아니 그냥 똑 같은 존재를 현주가 패려고 하자 기분이 이상했다. 현주의 입장에선 자신을 패는 거지만. 보는 입장이 다르니 서로 다르게 볼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실력이 녹슬지 않았네요. 붙잡힐 뻔 했던 기억이 그대로 떠오릅니다.”

“역시 아니었어..”


현주도 어쩌면 경서가 붙잡은 사체가 거울인간이 아닐 까 생각하기도 했다. 온몸에 화상으로 타올라 녹아버리고 그을려 버린 사체, 그래서 그 변신 능력도 없어진 건가 하는 생각하면서도 그가 거울인간이면 안 되는 게 아닌 데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생각이 맞았음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문득 왜 이제와서 다시 나타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7년동안은 그 모습을 감추다가 왜 이제와서 다시? 그리고 자신을 쫓는 자신에게 왜 다시 나타난 걸까? 


“권현주 형사님, 저를 무척이나 잡고 싶으시죠?”

“네 범죄는, 네가 짊어져야지”

“저 너무 억울해서 못 참겠어서 참고 참다가 왔어요. 왜 제가 범죄자라고 단정지으시는거죠? 그냥 남들에게 거울처럼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가 범죄자가 되는 건가요?”

“이제 와서 무슨 헛소리를..”

“형사님 기억해보세요. 거울인간이라는 이름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그리고 제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누 군지”


거울인간이 저지른 모든 범죄,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거울인간은 그 범죄가 모두 자신이 저지른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제가 왜 사람을 죽여요? 괜히 저를 들어내면서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지..?”


이미 바지에 오줌을 저린 후배가 있었다. 

자신과 똑 같은 모습으로 현주와 대등하게 맞서고 있는 그런 모습이 오싹했다. 


“저라는 존재는 뭘 까요 형사님?”

“너…”

“환상 같은 존재지만, 이렇게 보다시피 환상은 아니거든요”

“그런 건 상관없다. 네가 더 이상 나쁜 짓 못하도록!!”

“그러니까 형사님, 그 나쁜 짓을 왜 제가 했다고 단정을 지으시냐고요. 단지 답을 모르는 질문에 자신의 수준으로 해답을 풀이해 놓은 것 밖에 안되지 않냐 고요”


현주는 거울인간의 말에 현혹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자, 마음 속에 깊이 감춰둔 공포심이 다시 올라왔다. 거울인간에 대한 공포, 그것은 자신이 가지고 잇는 모든 공포를 불러오는 그런 모습이었다. 


자신이 한 말이 아니었지만 자신이 한 말처럼 들리는 일. 꿈이나 상상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거울인간은 현실에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마침 운 좋게, 나라는 존재를 알아내 나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운 진짜 악인이 있는데, 그런 악인은 안 잡고, 나를 악인으로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지켜봤죠 어디까지 하나. 제가 죄가 없다고는 안 해요. 그런데 다는 아니라고요 형사님. 나를 그나마 제일 잘 아는 분이 그것도 몰라”


현주는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렇게 붙잡고 싶었던 거울인간이 눈 앞에 있는데, 당장은 오금이 저린 게 더 컸다. 


“또 보겠습니다. 그때는 제 질문에 대답해주세요”


그렇게 유유히 사라지는 거울인간을 보고, 그렇게 붙잡으려고 난리를 치던 현주는 정작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그를 보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 옆에 후배는 거울인간을 보며, 자신이 본 게 진짜가 맞는지 의심하며 현주와 사라지고 있는 거울인간의 그림자를 돌아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저게 거울인간이다…”

“저걸… 저런 게.. 진짜라고요..?”


후배의 말에 대답하기 전, 거울인간이 남긴 질문과 말을 떠올리는 현주였다. 모든 범죄가 거울인간이 한 것으로 조작했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러면서 떠오르는 이름 하나, ‘장경서’, 그는 어떤 진실을 알고 있을까? 한 때는 함께 거울인간을 잡기 위해서 일생을 받쳤고, 어느 순간에 거울인간을 잡았다는 거짓말로 정상까지 올라간 옛 동료이자, 자신을 나락으로 밀어버린 적이 된 자.


“우리 직업이 뭐냐?”

“우리요..? 저는 경찰인데, 선배님은 과거에 경찰이셨죠.”

“경찰이 하는 일이 뭐냐”

“네..? 그거야 나쁜놈 잡고…”

“진실을 밝히는 거지.”

“그…그쵸.”

“그럼, 경찰이니까, 경찰처럼 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라인 잘 탄 경찰 후배와 파직당한 경찰 둘이 새벽이 오고 있는 어둠 가로등 불 아래 큰 숨을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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