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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Jun 08. 2024

슈가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179


슈가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슈가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민윤기

제목: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하여


“네가 바꾼 미래가 마음에 드냐?”


높은 빌딩, 펜트하우스에서 불빛이 반짝이는 도시를 내려다보는 윤기와 그를 전적으로 돕고 있는 허석이었다. 허석은 거울에 비친 윤기 머리 위에 올려진 인형을 보고 그가 직접 올렸는지 궁금했다. 다시 돌아보니 인형은 머리에 없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허석이 돌아보자 다시 인형을 올리는 윤기의 손짓이 보인다. 


“마음에 든다..? 글쎄요. 마음에 든 건지, 아닌지 아직 모르겠네요” 


‘꿈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에 대하여’ 라는 책을 준비중인 윤기였다. 꿈을 포기하지는 건 바보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들보다 멋진 사람은 없다 라는 사견이 잔뜩 들어간 책이었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 열심히 하더라, 그럼 미래에서 기다릴 게”

“실장님, 만약 제가 여기서 역사가 바뀔만한 미래를 새로 쓴다면 저희가 있었던 미래는 사라지나요?”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싶은 가 본데, 마음대로해, 나도 몰라”

“네..?”

“우리는 과거로 왔지만, 그 과거는 우리의 미래다”

“이해가 안 되네요”


윤기와 같이 과거를 바꾸기 위해 온 7명의 멤버를 허석은 세븐이라고 불렀다. 그 세븐의 비서실장이면서 매니저 역할을 맡아주고 있는 허석이었다. 


세븐은 미래에 최고의 그룹이었는데 과학자이면서 사업가이기도 했던 그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들이 이룬 업적을 나누던 그들에게 허석이 찾아왔다. 


“여러분 후회 안 되시나요?”


세븐은 마치 일곱개의 봉우리와 같이 최고의 정점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후회라는 단어를 물었는데, 하나 같이 많은 걸 후회하고 있었다. 윤기도 마찬가지였다. 허석의 질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동료뿐이었다. 


“후회가 있던 시간을 바꾸고 싶으세요? 여러분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찾아온 과거로의 회귀. 세븐은 각자 자신이 후회되어 바꾸고 싶은 과거 속으로 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미래를 바꿀 수 있게 허락됐다. 그렇게 윤기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바탕으로 미래를 바꿨다. 그렇게 미래를 바꾼 지금 다시 만난 허석이었다. 


허석은 윤기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바꾼 미래인 지금으로 살아갈지, 다시 돌아갈지, 그렇게 고민을 하며 펜트하우스에서 사람들의 삶을 먼발치서 엿보고 있던 윤기였다. 지금 이 문을 나가면 자신이 미래에서 왔고, 과거로 왔다는 사실도 잊게 된다. 


“미래에서 기다린 다는 말은, 그래도 다시 돌아가자는 거죠?”

“어떤 미래든, 결국 올 거잖아? 네가 선택한 미래니까, 미래가 두렵나?”


미래가 두렵냐는 질문에 윤기는 선뜻 두렵지 않다. 또는 두렵다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두려우면서도 두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글쎄요. 두려운데, 두렵지 않고”


한 번 가봤던 미래였기에 어느정도 예상이 되기도 했지만, 또 바꿔 놓은 미래가 어디서부터 나비효과가 될지 알 수 없어서 두렵기도 했다. 


거기다 지금은 자신 혼자 바꾼 것도 아니고 허석을 만난 게 꼭 세븐 뿐만이 아닐 수도 있지만 최소한 일곱 지점에서 미래는 바뀌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 게 어차피 올 미래였으니까”

“실장님은 왜 우리를 찾아오셨죠?”

“너희가 미래였으니까”

“미래..”


미래라는 말이 마치 게스탈슈 붕괴현상처럼 느껴지는 윤기였다. 그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왔는데, 다시 이제는 그 과거가 그때의 미래였다는 말은 아직 윤기에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없는거죠?”

“네, 동료분들이 미래로 돌아갔을 지, 여기 그때로부터 과거, 이제는 미래가 되어버린 이곳에 남아 계실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문득 궁금해졌는데요, 실장님 이것도 얘기 안해주실 것 같긴 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친구도 있나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라..”

“그냥, 과거를 보러 온 그런 친구..”


허석은 그저 웃음으로 대답했다. 세븐이라 불리던 미래 그룹 행보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허석이었다. 


이제 선택을 해야하는 윤기였다. 그러다 문득 이 방을 나서지 않는다면 자신은 영원히 미래와 과거 사이, 이곳에서 모두를 기억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그런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문득 미래를 기억하며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전화를 받는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다. 허석이 찾아오기 직전의 자신. 


“여보세요.”

“네, 민윤기입니다. 누구시죠? 어떻게 번호를 아신거죠?”


신상의 문제가 생기면 안 되는 급, 말 그대로 세계를 움직이는 손이었던 윤기였다. 그렇기에 윤기의 번호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런데 이렇게 직통으로 전화가 오는 건 가족 말고는 없는 수준이었던 자신이었다. 


“글쎄, 미래에서 전화를 했다고 해야할까, 과거에서 해야했다고 할까”

“도대체 누군데, 난데없이 전화를 해서 이상한 말을 하죠?”

“민윤기.”

“뭐, 너 누구야!”

“너는 뭐냐..”


윤기가 윤기에게 물었다. 너 뭐냐고


“슈가대디다 이 놈아!”


이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단, 맨체스터에 있는 구단이나 파리에 있는 구단이나 베를린에 있는 구단이나 로마에 있는 출구 클럽 중 하나를 인수할까 말까 논의하던 시점이었던 게 떠올랐다. 그러면서 자신은 파란 피라고 말하면서 런던으로 급 유턴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슈가 대디, 좋지 그런데 그 구단 꼴등한다”


잔뜩 속해를 안겨줬던 미래,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았으면 어땠을 까 생각했던 윤기였지만, 지금 이 소식을 접해들은 윤기는 니까짓 게 뭔데 감히 나의 사랑하는 구단의 미래를 니가 정하냐는 말을 한다. 


“그렇지, 과거엔 아무리 미래를 알려줘도 그게 실제로 일어날지 모르니까, 이런 반응이 당연하지”

“너, 뭐야”


보통 이런 이상한 전화를 받으면 장난전화라고 생각해서 끊을 텐데, 과거, 또는 현재 시점의 윤기는 끊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이건 과거인가? 시점으로 부터, 연도로보면 지금으로부터 한 참이 지난 시간인데, 자신이 바꿔놓을 현재로 인해 바뀔 시점일텐데 바뀌지 않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석을 찾기 위해 두리 번 거렸지만 허석은 마리 이 모든 상황을 아는 것처럼, 아니 전혀 모르는 것처럼, 아는 듯 모르는 것처럼 밖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너 지금 몇시야, 아니 몇 년도 몇월 며칠이야”

“그걸 왜 물어?”


이상한 질문이지만 자신이라면 또 대답해줄 걸 알았다. 그게 윤기였으니까. 윤기는 그런 이상한 질문에 또 대답을 해준다. 분명히 현재 시점으로 미래가 맞다. 그럼 자신이 바꿔놓은 미래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려고 할 때, 허석이 손을 윤기의 팔을 잡고 밑으로 내렸다. 


“이쯤해두고, 이제 결정하시죠?”

“결정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법이잖아요”

“시간은 계속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서도 미래에서도, 이렇게 두배 이상의 시간을 쓰시면”

“곤란한가요?”

“곤란한 건 아닌데, 제가 다른 분한테도 가봐야 하잖아요?”

“그 친구들도 전부 이 호텔에 있는 건가요?”

“비밀은 아니지만 비밀로 할게요”


끊기지 않은 휴대전화에선 윤기가 원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윤기가 바꾼 미래가 실제로 미래가 됐다는 이야기였다. 


“실장님, 저 여기서 안 나가도 돼요?”

“안 나오는 건 안됩니다. 그런데 선택은 늦출 수는 있습니다”


이곳에서, 방에서 나가면 기억을 잃는다. 아무래도 허석은 인간의 범주에 인물이 아니라 신의 범주에 가까운 인물이었던 모양이었다. 과학의 승리 이런 것보단, 세븐의 일원이 워낙 좋은 일을 많이 하기도 했고 그러니까 주는 신의 선물 같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저 그럼 여기서 고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사실 고민은 할 게 아니라, 여기서 미래도 바꾸고, 과거도 바꾸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는 윤기였다. 자신의 미래와 자신의 과거를 이용해서였다.


방금 전 알아낸 정보로 자신은 자신에게 연락할 수 있었다. 며칠 전처럼 자신이 직접 바꾸지는 못했지만, 아니 자신이 직접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을 통해 바꾸는 거니까. 


시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연결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연락한 곳에서는 분명히 또 연락이 되어 있었고 그랬다. 


윤기는 이곳에서 꼭 자신이 바꾸고 싶은 시간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에 힘을 보태 주고 싶었다. 


윤기는 자신이 쓰던 책을 봤다. 책 표지를 이렇게 하면 좋겠다 라는 느낌으로 막무가내로 그린 그림 표지를 바라본다. 그 위에 적힌 책의 제목이 윤기의 시선으로 들어왔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하여’


처음 세븐을 찾아온 허석을 보았을 때 윤기는 바로 과거 자신과 친했던 동네의 가난한 형이 떠올랐다. 그 형을 보면서 자신도 노래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 형은 결국 가난에 못 이겨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아주 어린시절이었지만 기억이 나는 게, 윤기는 그 노래를 인터넷에 올렸고 10년 동안 묵혔던 노래가 우연히 다른 인플루언서들에게 발견됐고, 리메이크 되면서 엄청난 흥행을 이루는 걸 봤다. 


원작자가 이미 무명 시절에 죽어버려 더욱 더 유명해진 감도 있었겠지만 이후에 그 형이 남긴 모든 음악이 대히트를 했다. 


그래서 윤기는 그 형을 만나러 왔다. 그리고 그 형이 내지 못했던 공과금과 1년 생활비를 몰래 후원해주었다. 그러면서 당시에 무명이었지만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들을 후원해주었는데, 방금 전 현 시점의 미래인 윤기로부터 그들이 모두 살아있고 대성공을 이루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른 세븐의 동료들이 뭘 바꾸고 싶어서 과거로 왔는 진 몰랐지만 윤기는 바꿨다. 그 동네형이 바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친형이었으니까. 형은 윤기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자 마자 자신의 책임을 다한 이후 윤기에게 보험금을 남겨주며 죽었다.


그 보험금으로 살아남은 윤기였다. 그래서 평생을 후회하면서 살았던 윤기에게 허석의 말은 달콤한 유혹을 넘어 운명이었다. 


“저는 이곳에 남아 과거도 바꾸고, 미래도 바꿀겁니다”

“선택은 하셔야 합니다. 선택할 시간을 더 드리죠”


그렇게 허석은 방을 나갔다. 윤기는 방을 나가면 기억을 잃는 규칙을 떠올리며 허석이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바랐다. 


“그럼 이제 바꿔볼까”


윤석은 자신의 기억들을 더듬는다. 그러면서도 꿈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본다. 미래의 정보와 과거의 정보를 모두 습득하여서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서, 자신의 형처럼, 그리고 자신처럼. 


그게 지금 윤기가 이 방에서 아직도 미래냐, 과거냐를 선택하지 못(안)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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