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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Jun 29. 2024

이원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200


이원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원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이원빈

제목: 러브 인 막사 


“최선이 꼭 최고의 선택은 아니더라”


살아생전 단 하나의 꿈을 위해 도전했지만 원빈은 이제 그 꿈을 내려놓기로 한다. 나름 전국체전에서는 입상도 몇 번 했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전국급은 되더라도 세계급은 안되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종주국이기도 하고, 이 나라에서 손가락 안에 들면 세계제패도 실없는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게 운이라는 게 아무리 크게 작용해도, 안되는 건 안되더라”

“고생했다”


10대도 되지 못한 0대, 8살에 처음으로 들어간 태권도 도장에서 인생의 반 이상을 쏟아 붙은 원빈이었다. 태권도장의 사범까지 되고 관장급이 되었고 전국체전에서 우승도 몇 번 했지만 세계로 나아가는 단계에선 매번 쓴 고비를 마셨다. 


올림픽 국가대표 진출전에선 항상 한 발짝이 모자라 떨어졌고 단 한 번 나갔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컨디션 난조를 보여 광탈하고 말았다. 그렇게 태권도 선수를 내려놓고 포기한 원빈은 이제 다른 세상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제 어떡하려고? 태권도 도장 차릴 꺼야? 나름 그래도 실력 하나만큼은 너 좋잖아”

“아니, 그만 둔다는 건 아예 그만둔다는 거야. 나 이제 태권도 절대 안 해”

“그래? 니가 이제 몇 살이지?”

“좀 늦었지만, 수능 보고 대학 가려고, 재수는 아니지만 재수할 나이. 21살이네”

“스물한살이면 삼수야. 재수는 20살이 하고 보통은”

“그런 가”

“근데 공부는 될 거 같아? 운동(태권도) 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일단 군대를 갈 꺼야. 군대에서 공부하려고”

“인생을 쉽게 보내 이 자식”

“일단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고 다른 길 알아봐야지, 아직은 안 해봤잖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이르다는 말도 이른데?”

“그래, 뭐 니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잘 선택했을 거고. 힘내라”

“넌 요새 뭐하고 지내냐?”

“나? 나는 요즘 한참 사업 중이지”

“사업? 너 무슨 사업하는데?”

“진짜 돈 장사하는 그런 건 아니고, 연애 사업 중이지”

“연애가 사업이냐? 그냥 마음을 교류하는 뭐 그런거지”

“뭐래, 너는 그럼 연애사업 잘 되가냐?”


친구의 질문에 원빈은 자신이 다 마시고 없앤 빈 술잔을 바라본다. 자신의 마음속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태권도가 아닌 무언가가 채워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먼저 다가왔던 이성들도 태권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모두 비워버렸으니까. 


“난 그런 거 안 해”

“너 모솔이지? 너 연애했다는 얘기를 내가 들어 본적이 없는데 모태솔로였네 참”

“뭐래, 아니거든”


맞는 말이지만 맞다고 하기 싫은 그런 말, 사실이지만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그런 진실들이 있었다. 연애를 못한다는 말은 그런 말이다. 안 한다와 못의 차이는 별거 아니지만 마치 동산과 태산의 차이와 같았다. 


“이 참에 연애나 해라”

“군대 갈 건데 무슨 놈의 연애”


친구에겐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도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원빈이었다. 원빈은 자신에게 호감을 표했던 여자들이 생각났다. 태권도만 생각할 땐 집, 훈련장도 아니고 훈련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냈기에 정말로 다른 건 생각조차 못했는데, 집에 들어오면서 길거리에 지나치는 연인들을 보고 있자니 자신은 분면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건데 왜 이렇게 배알이 꼴리는 걸까 싶은 그런 감정이 들었다.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걸어가는 여자를 보면서, 자신의 어깨에 기댈 운 좋은 여자가 누굴까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쓸쓸한 마음이 들어 자신에게 다가왔던 이성들에게 연락을 해보는데, 찌질 남 그 자체가 될 뿐이었다. 그들은 이미 좋은 짝을 만났고 원빈의 연락에 매우 의아해하는 느낌이었다.


니가? 연락을 왜? 너 여자 모르는 놈 아니었어? 하는 그런 느낌과 말투로 그들을 대하는 그들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은 상냥하게 아예 무시하는 느낌으로 거절하지 말고 가능성이라도 주고 거절을 해야했었나 하는 후회를 하는 원빈이었다. 


“됐어, 군대갈 건데 무슨 연애!”


운동할 때는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도 거의 없을 정도로 잘 흘러갔는데, 운동을 쉬기 시작한부터 무료한 삶에 놓아졌다. 그리고 곧 군대를 간다고 생각하니까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르면서도 느린 것 같으면서도 애매한 시공간에 자기 멋대로 왔다 갔다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심심하면서도 무료해, 아니 무료한 게 심심한건가. 아 모르겠다~”


원빈은 혼자 길거리를 걸었다.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연인들이 왜 이렇게 많은 지, 그러다 높은 빌딩에 붙여진 영화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보러 가는데, 왜 자기 말고 다 짝짝이로 영화를 보러 온 걸까? 진정으로 영화는 혼자 보면 안 되는 룰이라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뭔 다 연애야. 나도 하고싶게 괜히”


친구의 말대로 원빈은 모태솔로였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빠져 살았기 때문에 연애보다 좋아하는 게 있어서 연애는 방해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도 들었다. 친구들도 게임을 좋아하던 책을 좋아하던 자신의 운동에 방해되는 느낌이면 굳이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던 원빈이었다. 


“내가 인간 관계를 진짜 못 했구나”


휴대전화 속 연락처를 보니 연락할 사람이 없다. 가족이나 어제 만났던 친구뿐이었다. 그 놈도 한 때는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었던 친구였다. 그러다 원빈보다 일찍 포기하고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 친구였다. 


원빈은 그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뭐하냐고, 그러자 사업 중이지 라는 답변이 왔는데, 그래 열심히 하라고 답변을 보내고 침대에 눕는다. 무료한 삶이었다. 포기한지 얼마 안 됐으니까 다시 돌아갈까? 그런데 문득 예전처럼 살라고 했을 때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가면..”


다시 돌아가면 예전보다 2배는 열심히 해야 했다. 그만큼 했어도 안 됐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예전만큼도 다시 할 수 있겠단 생각이 안 드는 원빈이었다. 나오는 건 한숨 뿐이었다.


그때 문뜩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릴스나 쇼츠를 보고 있다가 연애에 관련된 모임 소식에서 더 이상 위로 보내지 않고 반복되는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원빈이었다. 


“연애라…”


그대 평소 확인하지 않았던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붉은 배경의 숫자들이 엄청나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연락을 해왔다. 광고처럼 보이는 계정들도 많았고 여러가지 제안들을 해오는 메시지들도 많았다. 


그 중에 하나를 우연히 클릭했다.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는데, 해볼까 싶다 가도 역시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은 어떨까 검색을 해봤는데 이전 출연자들 중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이성들도 다수가 나왔다.


“웬만하면 다 예쁘니까. 마음에 들 수밖에 없네”


만약 자신의 스타일이 현대에 이상한 사람이라도 자신은 곧 프로그램이 방영될 쫌이면 군대로 튀었을 수도 있다. 전역했을 때가 됐을 땐 다시 잠잠해졌을 확률이 높았다. 


“해볼까?”


원빈은 답장을 했다. 바로 답장이 오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잔뜩 상상이 부풀어졌다. 그러다가 미리 한 번 체험해볼까 생각돼서 헌팅포차라던지 그런데를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자신이 클럽이나 이런 곳도 한 번도 안 가 봤다는 걸 알아차린 원빈은 친구에게 클럽가자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클럽은 무슨, 나 연애 시작했다. 혼자 갔다 와 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 의리 없는 놈이라 생각한 원빈은 클럽에 입고 갈 옷을 찾아보다가 문득 답장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폰을 잡아 보았다. 


답장은 아직 없었는데 요즘은 클럽보다 동해의 양양이나 강릉이 핫 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보를 찾아보니 조금 넓은 자연산 클럽과 같은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이색적인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평생을 이런 곳을 모르던 원빈은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많은 호기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재밌겠네, 클럽 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렇게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태로 갔다가 찍기만 하고 바로 돌아올 지도 모르니 거의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대뜸 기차표를 끊고 동해로 향하는 원빈이었다. 


동해에 도착해서 바다를 보자 갑자기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저 넓은 지평선은 끝이 없다. 지평선 너머를 보고 싶어 다가가더라도 새로운 지평선이 펼쳐질 뿐이었다. 


문득 자신의 삶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태권도를 하면서 전국제패가 목표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걸 이뤄냈을 땐 세계제패를 꿈꾸며 세계대회를 나가는 일을 목표로 했고, 비록 성공했다고 볼 수 없었으나 참으로 원빈에겐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바다를 보로 온 게 아닌데, 바다만 봐도 좋네”


모래 사변에 대뜸 앉아 바다만 봤다. 그동안 못 봤던 바다를 한 번에 몰아서 다 보는 것처럼 그렇게 바다를 보는 원빈이었다.


파도는 끊임없이 해변가로 몰아치고 다시 돌아갔다. 포기하지 않고 몰아 쳐 오는 파도였고, 금방 또 포기하며 돌아가는 파도였다. 


“하아. 바다 좋네”

“바다 좋죠?”

“어? 네에? 어어어?!”


언제 자신의 옆에 다가 온지 모르는 사람,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원빈은 발라당 넘어졌다. 얇은 모래알들은 금세 원빈의 옷 속을 파고 들었는데, 마치 이름도 모르는 그녀가 원빈의 마음에 파고든 것처럼 원빈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 누구세요? 언제부터 옆에 있었어요?”

“옆에는 조금? 계속~ 있길래 죽은 건가, 아니면 누가 옷만 여기 버려둔 건가 싶어서 확인하고 싶어서 왔죠. 근데 내가 온 것도 모른 채 바다만 쭉 보고 있길래 뭘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다를 보고 있는 건가 궁금해서”


약간의 석양이 묻힌 그녀의 얼굴은, 바다 빛의 색감보다 고와 보였다. 원빈은 첫 눈에 반한다는 느낌을 잘 몰랐지만 나중에 이 순간을 되 집어 봤을 때 알아 차릴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첫 눈에 반한다는 느낌’을. 


“아.. 네. 그냥 바다를 오랜만에 봤는데 너무 예뻐서요. 그쪽처럼..”

“네? 와, 처음 봤는데 플러팅 장난 아니시네?”

“아.. 이게 저도 모르게 그만”

“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맛있다가 나오듯, 예쁜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예쁘다가 나올 수밖에 없죠”


자신감에 넘치는 그녀를 보며 원빈은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말들이 뒤섞여서 도저히 어떤 말을 밖으로 꺼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상태였다.


“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놀래요?”

“네에? 네에에에”


여자가 내민 손에 원빈은 손을 털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무거운 원빈을 일으키지 못한 그녀가 원빈의 힘에 딸려 와 오히려 넘어졌다. 그녀가 갑자기 원빈에게 쏟아지듯 넘어졌다. 


“어어어!”


그녀도 놀라고, 원빈도 놀랐다. 순식간에 원빈에게 안겨버린 그녀였다. 


“아니, 그러게 힘을 주면 어떡해요. 나 참”


어이가 없다는 듯, 원빈의 가슴을 밀며 일어나는 그녀였고, 원빈은 한동안 누운 채로 그녀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다가 그녀가 일어선 모습을 보았다. 노을이 비춘 그녀는 마치 원빈에게는 햇빛을 창조해내는 태양과 같아 보였다. 


“괜찮.. 아요? 일어나요. 괜찮으면”

“아.. 네”


그렇게 그녀를 만난 원빈은 살아 생전 처음으로 태권도 보다 더 큰 걸 찾아냈다. 그녀의 이름이 궁금해졌고 앞으로 그녀와 같은 시간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궁금했다. 


그러나 이성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던 원빈은 그녀의 이름을 묻지도 못하고 그녀의 연락처는 당연 코 얻지 못한 채 꿈 같은 시간이 흘러 지나가게 둘 수밖에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 시간이었다. SNS에는 원빈에게 연애 프로그램에 대한 출연 답장이 왔지만 원빈은 그걸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그렇게 다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동해를 뒤집다 시피 한 원빈은 결국 모태솔로로 군대에 입대를 했다. 훈련소에서도 거의 반 송장처럼 그녀만을 떠올리며 그때의 바보 같은 모태솔로 그 자체였던 자신을 원망하게 된 원빈이었는데, 


정말로 운명이라는 건 있는 걸까? 

인연이라는 건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싶은 순간이었다. 


자대를 배치 받는 순간, 원빈을 데리러 온 것이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원빈을 알아보지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원빈은 그녀를 단순에 알아봤다.


비록 그때와 다르게 긴 생머리가 아닌 머리를 땋아 올려 뒤로 묶은 모습과 중위라는 계급장을 달고 있는 그녀였지만, 분명히 이름도 알지 못했지만 자신에게 안겼던 그녀가 확실했다. 


“한다영..”


그렇게 알고 싶던 그녀의 이름이었다. 군전투복 이름표에 있는 이름. 

원빈과 그녀에게는 좋든 싫든,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었다. 


모태솔로 원빈과 소대장 다영의 1부 이야기가 그렇게 어이없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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