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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Jul 04. 2024

케이(Kei)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206


케이(Kei)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케이(Kei)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김지연

제목: 식사하셨어요? 


“밥 먹었어?”


우울 해하는 친구에게 밥은 먹었냐고, 뭐 먹었는지 묻는다. 그러면서 먹은 음식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묻고 비슷한 음식의 맛집을 알려주는 지연이었다.


“지연아, 지금 내가 밥을 먹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밥을 먹어야 든든하고 든든해야 울든 웃든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니까”


지연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도 해주지만, 역시나 에너지가 중요하다면서 밥을 왜 먹어야만 하는지 우울해도 밥은 꼭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밥맛이 안 느껴지면 그건 너무 심각한 거니까 그때는 이렇게 자신에게 찾아오는 게 아니라 정신치료과 의사 선생님을 만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연이었다. 


“지연아, 그러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그럼 뭐가 중요한데? 밥 보다 중요한 게 뭔데?”

“그러니까, 어..”


처음에는 지연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그래서 지연을 설득시키려고 하다 보니까 이제는 자신의 고민이 무엇인지 까먹다가 다시 떠올라 얘기를 하는데, 처음 얘기했을 때와 다르게 무게가 줄었다. 오히려 지연이 말한 맛집에 대한 궁금증이 더 생겨버린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웅. 그치그치”


밥을 다 먹었다는 얘기에 이제서야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지연이었는데, 막상 이제 와서는 이 얘기를 굳이 해야 하나 싶었다. 그냥 지연의 말대로 맛있는 거 먹으면서 풀어버리면 그만 아닐까, 내 인생을 이렇게 허비하기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너, 은근히 똑똑하게 상담을 해주네”

“다 울었어? 그럼 눈물로 근육을 소비했으니까, 채우러 깔까?”

“채워??”

“족발 어때, 족발이 땡 기더라, 족발 좋아해? 보쌈도 괜찮고”


족발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먹어본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족발 맹신론자 지연은 사실 친구가 울 때 족발 한 쌈을 싸서 친구의 입에 넣어주고 싶었다. 그러면 불만이 쏟아 나오던 입엔 족발이 들어간다고 불만 보단 맛나는 족발을 먹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지연이었다.


“족발. 괜찮은데, 근처에 맛집 있어?”

“여기, 근처는 아닌데 조금 걷긴 해야 하는데 운동도 하고, 맛도 보고 어때?”

“그래 좋아”


우울할 땐 걷는 게 최고라고 했다. 그리고 맛난 음식을 먹는 것도 최고의 방법이었다. 지연과 친구는 이런 일석이조의 방법을 선택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지연은 어렸을 때부터 음식에 진심이었다. 학교에서도 급식부라는 자체 동아리를 만들어서 급식소에서 일하는 어머니들하고 친해지기 일수였고 대용량 음식을 만드느라 맛을 놓치지 않는 방법을 마치 대학처럼 연구했던 게 지연이었다. 


공부도 곧잘 잘했기 때문에 선생님이 특별히 지연이가 급식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허락해주었다. 지연은 비록 거짓말이긴 했지만 장래에 영양사가 될 거라고 말하면서 음식과 맛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쌓았다. 


그렇게 대학을 갈 때는 호텔조리학과라던지 요리에 비슷한 대가 아니라 전혀 다른 곳으로 갔다. 식품영학과도 식품공학과도 식품생명공학과도 식품산업관리학과도 아니고 지연이 선택한 전공은 바로 경영학과였다. 심지어 재수생이었다. 음식과 관련된 학과도 아닌 경영학을 재수를 까지 해서 들어갈 거라고는 주변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연의 전공선택으로 주변은 적지 않게 놀랐다. 그러자 주변의 사람들이 너는 음식에 관련된 전공을 선택할 줄 알았는데 성적도 좋아서 성적 맞춰 간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지연은 아직 대학에 대한 고민이 없던 시절의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때는 장마가 막 시작되기 전이었어. 6월이었나? 대학교 축제가 한 참이던 시절이었지”


지연은 자신이 선택한 대학교의 대학축제에 갔는데, 그곳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먹었던 음식 중에서 최고의 맛을 느꼈다고 했다. 음식도 별거 아니었다. 그런데 거기 축제에서 경영학과의 학생이 만든 음식이 너무나도 맛있었던 것이었다. 


맛의 추종자였던 지연은 음식을 만든 사람을 추적했고, 직접 음식을 만든 사람이 왜 음식학과가 아닌 경영학과에 갔는지 묻고, 음식의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지연을 바라보았다.


“너, 우리학교 신입생 아니지? 신입애들도 고딩 티를 못 벗어난 애들이 많지만, 넌 너무 어려보이는데? 고등학생? 고등학생이 술을 시켜?”

“술은 제가 시킨 거 아니고 같이 온 오빠가 시킨거구요?”

“오빠? 원조교제해?”

“우리 친오빠요.”
 “친오빠가 우리학교 학생이야?”

“아니요, 오빠 여친이 이 학교 학생이에요.”

“그래? 뭐 그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고 지금 너도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잖아? 오늘 하루 손님으로 왔다고 우리가 연결됐다고 생각하면 곤란하고, 그러니까 우리는 아무 사이 아닌데, 내가 굳이 너한테 내가 하는 요리의 맛의 비결을 알려주는 건 좀 이치에 어긋나 보이지 않니?”

“와.. 말 잘하네요. 할말이 막 드는데, 막상 꺼낼 수 있는 말은 없어. 그래요. 알았어요. 아니 근데 잠깐만, 그럼 이거 하나만 확인해볼게요. 그럼 우리가 연결되면, 뭐 그런 게 생기면 이 맛의 비결을 알려줄 수 있는건가요?”


대학생 오빠는 지연을 재밌고 귀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지연은 그런 눈빛에 지지 않고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 느낌이 들었는지 팔 한 쪽이 꿈틀되다가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는 대학생이었다. 


“뭐, 그런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 확실하게 명령어를 지정해주자.”

“명령어요..?”


경영학과는 분명이 문과인데, 왜 이과스러운 말을 하는 걸까 싶은 지연이었다. 이 오빠는 분명히 T가 분명했다. 


“니가 내 후배가 되면 생각해볼 께 우리학교, 경영학과로”

“정말이죠? 약속했어요?”


지금 지연이 도착한 학교는 인서울로 누구나 이름 하 번쯤은 들어볼 대학교였지만 그렇다고 스카이라던지 T.O.P. 10 안에 들어 들락날락하는 그런 학교여서 굳이 경영학을 위해서 오는 학교는 아니었다. 


“제가 여기 경영학 학생으로 오면 맛의 비결을 알려주신다는 거죠?”

“그래, 할 수 있으면 해봐. 쉽지는 않을 걸?”


학교의 급이 스카이급도 아닌데 그렇게 자신만만 하는 게 그 당시엔 이해할 수 없었던 지연이었지만 몇 개월 뒤 그 이유를 알았다. 


한국 최고의 기업이 이 학교의 재단을 인수해 운영하면서 학교의 급이 스카이급 이상으로 올라가버린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전부터 학생들 사이에는 입소문이 퍼졌던 것이었다. 


이 학교에 이미 수시로 합격한 애들이 승리자였다. 덕분에 지연은 더욱 공부를 해야했다. 그 당시 스카이냐, 이 학교냐 논란이었다. 명문인 스카이와 축구에서 첼시, 맨체스터 시티, 파리생제르망 처럼 곧 명문 그 이상의 클럽이 되었던 것처럼 현재냐 미래냐의 차이가 되는 것이었다.


경쟁률을 예상할 수 없는 그런 상태에서 경영학을 지원했고, 아마도 재단이 바뀌는 일이 없었으면 수석으로 합격했을 지연이었지만, 수석은 되지 못했다. 그래도 반 턱걸이로 경영학과 면접을 보고 최종으로 방금, 합격문자를 받은 지연이었다.


“앗싸!!”


그렇게 지연은 자신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0년 세월의 삶 동안 가장 맛있다고 느낀 음식의 비법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비법으로 장사를 하면 떼돈 벌겠는데? 그런 생각까지 했을 맛이었으니까.


그렇게 하얗게 눈이 내리던 계절인 겨울이 지나가고 얼었던 땅속에서 몸을 숙이고 있던 꽃들이 일어서기 시작한 때, 지연도 기지개를 펴고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그 선배를 찾았는데 없었다. 그 선배는 휴학을 냈다고 한다. 


“뭐야!!”


선배는 경영학을 선택한 이유가 자신이 스타트업을 차리고 준비하고 싶어서였는데, 10억의 투자를 받게 되서 실제로 회사의 CEO로 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진짜, 어이가 없네!!”


교수와 친해지고 조교랑 친해지면서 선배의 연락처를 얻은 지연은 선배를 찾아갔다. 선배는 자신의 사무실에 찾아온 지연을 보고 여기 어떻게 오셨냐고 묻는다.


“선배, 저 기억 안나요?”

“선배? 저, 아세요? 우리학교 후배들은 내가 다 아는데, 누구시죠? 어디서 본 적은 있는 거 같긴한데. 어디서? 모르겠는데, 저를 아시는 거죠?”

“선배. 저 모르세요? 기억 안나요?”

“네. 기억 안나요. 미안해요 후배님. 그래서 이름이 뭔데요?”

“저 김지연입니다. 선배님”

“김지연? 지연이면 송지연은 알고, 양지연도 들어봤는데, 아니지 양지현이지, 김지연은 누구지 김지영은 있는데. 김지연이 있었나”

“네 선배님, 저는 올해 신입생으로 들어온 경영학도 신입생 김지연이라고 합니다.”

“올해 신입생이면 24학번? 아니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근데 그쪽은 절 안다고요? 어떻게?? 학교 행사 같은데서 마주쳤. 아.. 혹시 2년전에?”

“네 맞습니다. 선배님. 그래서 맛의 비결을 알려주러 왔습니다.”

“오.. 정말로 경영학도가 돼서 왔네요? 우리학교 나름 빡셀텐데?”

“네. 그래서 재수를 했습니다. 선배님” 

“재수까지? 아이고, 그런데 우리가 했던 약속 기억하죠?”

“네 선배님. 그렇게 저는 정정당당히 정식으로 후배가 돼서 들어왔잖아요”

“음. 근데 어떡하죠? 나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으니까, 그쪽 선배도, 그쪽이 내 후배도 아닌 것 같은데”

“네? 선배님 이제 와서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 나는 그쪽이 내 후배라고 생각 할 수 없다는 거죠. 내가 작년까진 그래도 학교에 다녔으니까. 그러면 재수를 하지 말고 처음부터 붙었어야죠. 그럼 선후배가 됐을텐데. 막말로 같은 학교 다녔다고 다 선후배면, 저는 우리학교 20년전에 다닌 사람한테 선배님~ 하고 쫓아다니면서 부를 수 있을까요?”

“네.”

“음. 그럴 수 있긴.. 하겠지만, 그게 또 우리한텐 적용이 안돼죠. 제가 만약 학교에 안 돌아가면”

“그래도 선배님이시죠”

“아.. 음. 아닌데?”

“그럼 사람들한테 물어볼까요? 민주주의 국가 답게 투표로 정해 보시죠 선배님”


지연은 이제와서 맛의 비결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이 느꼈던 최고의 맛을 반드시 알아내야만했다. 


“음. 그럼 이렇게 하죠. 그쪽도 나도 옳은 것 같으니까”

“저만 옳은 거 같은데요?”

“반만 알려줄게요”

“아니, 선생님. 닭 튀김을 반마리만 한다고 해도 양념과 기술과 노력은 그대로 들어갑니다. 맛을 어떻게 반만 알려줄 수 있어요”

“나머지 반은 우리 회사 알바로 일하면서 직접 배워가는 거 어때요? 어차피 맛이라는 게 프렌차이즈가 아니면 레시피 대로 해도 그대로 뱃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 학생인데요?”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와서”

“악성.. 사장님이신거죠?”

“싫으면 됐구요. 제가 사장이 돼서 느낀 게 뭐냐면, 말만 믿으면 안된다는 건, 답은 언제나 종이에. 이 문서에. 계약서에 있거든요.”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구두로 얘기한 구두합의도 계약으로 인정이 되는 사례가”

“증거 있어요? 계약서가 중요한 게 증거효력이 있는건데, 경영학과니까 그런 거. 아 이제 신입생이라 못 배웠겠구나”

“선배님. 이렇게 치사하신겁니까?”

“나도 알거든요. 내 맛의 비법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지닌건지. 지금 따지고 보면 수천억, 아니 수조짜리 비버을 그냥 내 입맛대로 내놓으라는 건데”


지연은 막상 선배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엄청난 맛이었기에, 그러니까 왜 그런 맛을 대학교 축제 같은데 내놓아서 자신의 입을 유혹했냐고. 


“아니….. 선배님 정말.. 네 알겠습니다. 선배사장님, 아니 사장선배님”

“사장선배느 뭔가 내 회사를 빼앗갈 거 처럼 느끼고. 선배사장님도 이상한 말인 거 같고. 그냥 선배라고 불러요. 인생선배든, 학교선배든, 회사선배든”

“네 좋아요”


그렇게 지연은 갑자기 알바를 하게 생겼다.


선배는 우선 푸드트럭으로 자신의 맛을 이용해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벌써 SNS 상에는 인기였다. 선배가 만드는 푸드트럭 일정표가 공유될 정도였다. 그렇게 지연은 전국을 돌며 선배를 따라 맛을 배우러 다니게 됐다. 


덕분에 학교 시간표를 이틀에서 삼일안으로 몰고, 또 3일 정도는 알바를 해서 지옥의 일정표가 되면서 경영학 헤르미온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죽일 놈의 선배.. 내가 꼭 맛의 비밀을 알아낸다!!”


그렇게 맛의 비밀을 두고 지연과 선배(효남)과 맛의 줄다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 줄다리기는 꼭 맛에 대한 것만 아니라 감정, 사랑인지 우정인지, 그리고 사내의 주도권 등도 함께 얽히게 된다. 


지연은 다른 직원들과 학교 동료들에겐 식사하셨어요?를 물었지만, 사장이면서 선배인 효남에게는 단 한번도 식사하셨나요?를, 밥 먹었어요를 물어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엎을 예정이었다. 


예정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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