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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Jul 03. 2024

코드쿤스트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205


코드쿤스트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코드쿤스트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조성우

제목: 잊혀진 모든 밤들에게 


“밥값 해야지” 


성우가 바라보고 있는 건물 앞, 그곳은 폐가였다. 이런 폐가에 성우가 도착한 이유는 이곳에는 자신의 자유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 이 폐가의 정체를 알게 된 건 우연히 찾아간 할머니집에서였다.


봄날의 햇살이 붉고 크게 비쳐진 마당 가에서 자신 대신 손자 역할을 하며 놀아주고 있는 강아지를 바라보면서였다. 


어렸을 땐 자신이 할머니의 강아지였는데, 이제는 저 강아지가 손자의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겠지, 그런 생각이 흘러가고 있는 도중에 성우의 엄마가 자신의 옛 졸업 사진을 보고 있을 때였다. 


성우도 궁금함에 사진집을 본다. 그 때 당시는 사진이라는 게 귀한 물건이라서 지금처럼 아무렇게 막, 바로 찍을 수 있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 한 장 한 장을 소중히 여기며 보관하고 있었던 할머니였다. 


“사진 보나, 어때 성우야. 니 엄매, 니처럼 귀여웠재?”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거리는 성우, 그런 성우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보여지는 할머니와 엄마의 모습이었지만 성우는 눈치를 챘음에도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성우의 동생이 대신 우와 우리 엄마 너무 예뻤다. 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성우는 엄마가 앨범을 가지고 나온 창고가 더 궁금했다. 그러면서 창고에 들어갔는데 형광등이 낡아 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창고에는 꽤나 많고 할머니와 같은 시간을 버텨낸 물건들이 많아 보였다. 


그래서 천천히 자신의 스마트폰 손전등 모드로 후래 쉬를 비쳐 불빛을 밝혀 살펴본다. 조금씩 조각으로 보이는 물건들은 성우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결국 다음 날 시장에서 등을 사와서 간다. 중간에 전기선이 끊어진 걸 확인하고 인터넷에서 전기선을 안전하게 고치는 법을 쳐서 고쳐보려는 성우였다. 그런 성우를 보며 손사래를 치는 할머니였다. 


성우는 할머니를 위해 고치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할머니의 오해가 나쁜 건 아니기에 가만히 있었다. 


“냅둬 성우야, 동네 정 할아버지한테 부탁하면 들어준다. 니가 하다가 괜히 다치지 말고”

“정 할아버지요?”

“저기, 건너 편에 사시는 할아버지인데, 우리동네 물건 고장나면 다 정 할아버지한테 가서 고치고 온다”


어린 시절 TV에서나 봤었던 고물상 아저씨 같은 느낌인가 보았다. 만약 도시에서 살았으면 돈 꽤나 벌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당장 창고의 호기심을 해결하고 싶었던 성우는 곧장 그 정 할아버지네로 간다. 굳이 도시가 아니었어도 돈을 많이 벌었는지 잘 산다. 트랙터라던지 모내기부터 농사에 필요한 도구도 마을 회관급은 아니지만 꽤나 갖춰져 있었다. 


“역시, 손 재주가 좋은 사람들이 시골에는 살기 좋은 가 보네..”


성우는 정 할아버지의 집안을 살펴보는데, 항상 열려 있는 지 대문이 열려 있었기에 잠깐 살펴보는데, 자신과 또래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나온다. 저 사람이 정할아버지는 아닐테고, 그의 아들이나 손자정도 되는 사람인가 했는 데 아니었다. 그도 성우처럼 무언가를 고치기 위해서 정 할아버지를 찾아온 것이었다. 


정 할아버지는 검게 탄 피부에 와 흰머리를 하고 있었지만 늙었다기 보단 겉으로 보면 할아버지가 아니라 아저씨라고 불러야 될 정도로 건장하고 젊어 보였다. 


“저기, 저기 손자 인데요”

“아, 니가 성우구나? 많이 컸네, 요만했는데”


자신의 기억에는 정 할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정 할아버지의 기억에는 성우가 존재하고 있었다. 신기하다고 해야하는 걸까? 성우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자신의 목적을 말했다. 도시였으면 얼마라는 이름이 나왔을 텐데 정 할아버지는 시간을 먼저 말했다. 얼마를 드려야 할까 머뭇거리다가, 수고비는 얼마를 받으세요 라고 물었는데, 정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마당에 널려 있던 곶감 중 하나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곶감..?”


그러고보니 할머니네도 정할아버지처럼은 아니지만 마당에 곶감을 말리고 있었던 장면이 기억났다. 그 곶감이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성우에게 정 할아버지는 성우가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저거 잘 익었다. 가 가지고 먹어라”

“네, 곶감이요..?”

“할머니가 손자가 좋아한다고 나한테 어떻게 곶감을 잘 말리는지 물었다.”


할머니가 말리는 곶감이 어느 해부터 맛있어졌는데 그 이유가 정 할아버지였나 보다. 원래 곶감을 먹지 않았던 성우 마저도 곶감을 먹었다. 곶감을 좋아하는 손자는 성우는 아니었다. 동생이거나 친척 형제들 중에 하나일 것이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금방 갈게, 기다려라, 전선이랑 벤치 좀 챙겨 갖고 갈라니까”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감이나 갖고 가라”

“네..”


무언가 시골 인심이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도 발휘되는 건 줄 몰랐다. 시골의 역학은 성우가 풀어낼 수 없는 수학문제 같았다. 답이라는 게 있었을까?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게 관계인데 그건 이런 식으로 나쁘지 않은 관계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성우였다. 


할머니 집에 도착해서 서울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찾아보는데, 햇빛을 째며 나른하게 누워있는 성우랑 비슷하게 휴가를 즐기는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분명 자신이 기억하는 서울은 엄청나게 바쁘고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는데 막상 다른 곳에서 기억하는 서울은 작은 ‘쉼’을 위해 쉬어가는 모습 그 자체였다. 그 쉼을 과대로 포장하여 홍보하는 온라인 속의 모습을 보니 그 모습이 더욱더 체감되는 성우였다. 


만약 이곳이 도시였다면, 저 창고도 벌써 고쳐졌을까? 오히려 수많은 고장들 때문에 예약을 잡는 것도 힘들었지 않았을까, 그리고 막상 고쳐주러 오는 것도 거래로 인해 일어나는 일지 방금 일어난 일처럼, 진정한 도움은 아니었다. 


그때 곶감을 가지고 정할아버지가 나타났다. 가져가랬더니, 하나 들고 가고, 하면서 성우에게 주는데 동생이 먼저 반가워 받는다. 곶감을 좋아했던 건 동생이었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동생은 자신보다 더 곶감을 안 좋아했다. 그런데 자신이 너무 맛있게 먹자 자신을 따라 곶감을 먹기 시작한 동생이었다. 아무래도 친척 형제들중에 곶감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곶감 또 갖고 왔소, 고맙네, 우리 하잉이가 좋아해서”


하잉? 하연, 하연이가 좋아하는구나, 하연이는 성우와는 3살 차이 나는 친척 여동생이었다. 범인이라고 특정하긴 그렇지만 곶감을 좋아하는 애를 찾았다. 걔는 사실 곶감뿐만 아니라 먹을 걸 다 좋아한다. 그러면서 살은 찌지 않는 가족의 특성을 닮았다. 아마 우리 가족 중에 가장 많이 먹는 게 하연이었다. 아니, 하연이를 뺀 가족들이 다 먹는 양이 하연이와 비슷할 정도로 하연이를 먹을 걸 좋아했다. 


하연이는 호라이였던가? 그때 하연이네 가족과 이모네 가족이 도착했다. 하연이는 곶감을 먹고 있는 성우의 동생 성연이를 보고 반가워 한다.


“성연 언니!!”

“하윤아!”


하윤? 성우는 자신이 하윤이가 아니라 하연이라고 기억하고 있음을 들키지 않아서 다행히 생각할 때 자신이 하연으로 기억하는 애보다 훨씬 작은 꼬맹이가 나타나는데, 성우의 동생인 성연이 그 애를 하연이라고 불렀다. 


가족들도 오랜만에 보니 이름이 헷갈렸던 성우였다. 괜한 헛기침을 하고 전선을 살펴보는 정 할아버지를 도와 창고의 등을 고쳤다.


등을 고쳐 놓으니 창고가 생각보다 넓고 컸다. 이곳이 서울이었다면 요즘 뜨고 있는 레트로 카페를 열면 참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먼지가 덜 쌓인 게 등이 고장 나기 전까진 그래도 잘 활용했던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낮에라도 잘 사용했던 모양처럼 보였다. 


“고맙습니다.”


정 할아버지는 보수를 받기는 커녕 곶감을 나눠주고 떠났다. 성우는 처음으로 저런 어른이 되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지금까지는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저런 어른이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사람들만 만났는데, 살면서 처음이었다. 


성우는 창고를 뒤지면서 가족의 여러가지 역사들을 발견하는데, 마치 보물상자처럼 보관되어 있는 자물쇠가 달린 상자를 발견한다. 생각보다 가벼워서 들고 나오는데, 누구도 이 보물 상자가 무엇인지 모른다. 


엄마는 존재자체를 몰랐고, 성우의 호기심은 엄마가 아닌 이모로부터 온 것이 분명한데 이모는 이 상자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할머니의 동의를 얻고 하늘에 계신 할어버지의 무언의 동의를 얻어 자물쇠를 부수기로 합의했다. 


자물쇠가 부서지고 상자가 열리는데 아주 오래된 종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곳에서 발견된 곳은 지금까지 시골에 내려오면서 저 땅 주인은 누군데 이렇게 버려두는 걸까 하는 그런 땅의 주인이 바로 우리 가족이라는 사실이었다. 지금 그 명의는 각자 가족들의 명의와 할머니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 


“…?”


인도에 대한 호기심으로 아메리카를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그저 창고의 수많은 물건들이 궁금해 탐색을 나섰던 성우로 인해 가족은 잃어버린 땅을 찾았다.


재산 신고를 하거나 국가 지원금을 신청할 때 알 수 없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거절당한 경우가 있었는데 잘 몰라서 그냥 뒀는데 바로 그 이유였다. 


성우는 상자 속에 든 지도로 창고 밑에 지하창고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고, 지하 창고로 들어갔는데 그곳에서는 전쟁이 났을 때 피난할 곳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손수 준비한 물건들이 한 가득했다. 


심지어는 햇빛이 희미하게 비춰지게 하는 장치까지, 정 할아버지에게 묻혀서 그렇지 할아버지도 이 동네에 알아주는 장인이었다는 소문이 나름 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이었다.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넓은 땅, 그러나 시골에 있어서 특별히 사용할 건 없었다. 농사를 지으면 밥 걱정은 없는 그런 넓은 땅이긴 했는데, 이미 다 도시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이 곳에 내려올 이유가 없는 가족들이었다.


할머니한테다 있는 거 다 정리하고 올라오라고 했지만, 끝내 이곳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가족들이 가끔 모여들고 있었다.


“여기 땅, 그러면 내가 사용해도 돼?”

“그래, 성우 니가 발견했으니까. 우리는 이 땅에 욕심이 없다”


이미 부족할 게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성우에게 땅의 사용을 맡겼다. 모두 독차지 하겠다는 것보단 그냥 빈 땅이니까, 그곳에 뭔가를 하겠다는 정도였으니까.


성우는 그곳에 자신의 돈을 들여 건물을 지었다. 박물관과 카페였다. 가족들은 왜 이런데 짓냐 하는데, 사실 성우 정도의 능력이면 서울 중심에도 건물 매입이 가능했고, 근교에도 물론 이 정도의 카페보다는 작지만, 충분히 큰 카페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이 창고처럼, 무언가를 담은 역사든, 뭐든 담고 전시하고 그리고 낙원처럼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었으면 해서.”


그렇게 성우는 에버랜드에 맞먹는 규모의 땅에 자신이 평소에 상상하던 환상을 현실로 심기 시작했다. 


사라진 모든 것들이 모여드는 박물관, 그곳에서는 지난 밤에 잊혀진 것들이 다시 생을 얻어 샘을 이루었다. 


그 샘을 마시기 위해, 또는 세수를 하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곧 관광의 명소가 되는데, 성우는 이 모든 게 마치 운명처럼 정해진 느낌을 받았다. 


“할아버지가 이걸 계획하신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꽤나 멋진 일을 하셨네요”


성우는 자신의 기억을 남겨 보관할 수 있는 박물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얘기하듯 속삭였다. 언제나 열린, 지나간 밤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잊혀진 모든 밤들에게 이제는 너희는 여기 함께 잠들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자신이 빗어낸 곱지 않은 와인잔에 따른 붉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와인은 한 방울도 새지 않고 모두 성우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또 어느 날의 기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잊혀지지 않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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