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64
엘즈업 나나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우아 나나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권나영
제목: 위장자살
“자살이 아니다?”
나영의 보고를 들은 상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증거는?”
“아직 물증은 없습니다.”
“심증뿐이라 이건가.”
여기가 경찰도 아니고, 굳이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할 필요는 없었다.
“심증을 가진 이유는?”
나영은 팀장의 질문에 자신이 여태까지 죽은 사람들의 사진을 책상위로 펼쳤다. 같은 방법도 아니고 다양했음에도 이 자살이 연결된 것이라 주장한다면 그건 잘못된 확신 이이라 여겨질만했다.
오히려 나영이 사진을 열거하는 순간, 정말 자살이구나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상사인 상준이 사진을 보다가 나영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걸 보면, 오히려 더 자살 같은데.”
현장에서도 타인의 흔적은 없었다. 모두가 유서마저도 자필로 되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단 하나뿐이었다.
나영과 상준이 일하는 곳의 회사 직원이라는 것뿐이었다. 다만 두 사람은 이 회사만의 소속은 아니었다.
국가정보원.
두 사람의 진짜 회사였다.
나영과 상준은 국정원 소속 요원으로 국가의 대업 중 하나인 이 파이널스트레이트 회사에 위장 취업중이었다.
얼마전 타국에 국가의 기밀이 세어 들어간 사실이 확인 됐고, 이 루트를 찾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 파이널스트레이트 회사에서 기밀을 다뤘던 임원급 인사들과 그 임원들과 관련된 인물들 몇 명이 최근 1년 동안 자살을 했다.
얼마전 파이널스트레이트가 벌인 일이 대법원에서 패소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자살한 부회장을 시작으로였다.
“이들이 정말 타살이라면, 누군가 배후가 있을텐데. 마땅히 이득볼 사람이 없잖아.”
이득 볼 사람은 없지만, 만약에 기밀을 가져간 나라에서 파견한 일이라면 그들은 확실히 이득을 봤다.
다만 그런 문제라면 국가적인 문제였다. 이 두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은 증좌가 없었다.
“네, 그래서 유력한 용의자도 아직 추려내지 못한 건 맞아요. 하지만.”
나영은 그들이 위장된 자살, 즉 타살이라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서 상준에게 꺼냈다.
“여기. 정채호 부장의 딸을 만났습니다.”
이제 다섯 살 정도 되는 딸이었다.
“딸을?”
“근데 여기 이 정채호 딸의 엄마. 그러니까 부인이 뭔갈 숨기는 분위기였어요.”
파이널 스트레이트에서 나왔다고 하니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
상준이 듣기에도 뭔가 이상한 느낌은 들었다. 왜 자신의 남편의 회사의 직원을 만난 이후 안절부절했을까? 누구나 의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됐다.
“그래서?”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혹시나 해서 계좌를 추적해봤는데.”
“너. 그거 불법인 거 알지?”
“우리가 하는 일도 엄연히 따지면 불법이죠?”
“국가의 일이야.”
“제 개인적인 일이 아니잖아요.”
“됐고. 그래서?”
“정채호 부장이 죽을 걸 이미 알았는지 모르는 모르지만, 엄청난 보험금을 받았더라고요.”
“그건 그냥 우연일 수도 있잖아. 그리고 그런 일이 있으면 그저 정채호 가족의 일이지, 여기 모든 사람들이 관련이 있다고?”
“정채호 부장만의 일이 아니니까요.”
자살 자 중에서 상당수가 엄청난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쫓던 스파이가. 내부에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들은 이미 산업 스파이가 누군지 유추해서 추적중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스파이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건가 싶었다.
“하고싶은 말은?”
“말이 잘못됐네요. 내부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외부 모두 다 있다?”
파이널스트레이트의 자료 유출로 대한민국이 입은 가치는 현금으로 따지면 2000조였다. 국가 예산의 3.5년치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강대국이라 불리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의 국가예산으로 따져도 2년은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한국 독점이 될 수 있는 신기술이 이제는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는 것이었다.
“네 말이 맞다면, 그들은 증거가 될만한 모든 걸 제거한다는 말이 되는데.”
나영이 상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살아 있는 입이, 가장 무거운 증거이고, 확실한 증거잖아요.”
“왜 그들을 제거했는지가 말이 안 돼.”
나영의 말이 일리가 없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굳이 제거할 필요가 있는 대상들인지 싶었다. 정채호 부장도 그렇고 특별히 기밀에 접근 권한이 없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
나영도 상준의 말에는 따로 반박하지 못했다. 자신이 봐도 그들이 제거될 이유가 그렇게 커 보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우연히 그들이 자살을 했다는 건 말도 안 됐다. 거기다 가족들이 그들의 죽음을 미리 알아차린 것처럼 보험금을 타는 것도 말도 안 됐다.
“여기 보험사를 알아 볼까요. 왜 보험에 가입했는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모습이었다.
“글쎄.”
국정원에서 파견된 요원으로, 이제 산업스파이로 추적되는 일들만 확실하게 붙잡으면 임무가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살자들이 타살이 된 건, 이 일이 단순한 산업 스파이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 회사에 더 큰 비밀이 있거나, 혹은 80년대 이야기 갖겠지만,”
“80년대요?”
“후계 싸움에서 진 라인을 정리하는 걸지도.”
“네?”
상준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창밖을 바라봤다.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이었지만, 땅은 밝았다. 사람들이 켜 놓은 불빛들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니가 발견한 이 것들이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심상치 않다는 생각은 드네. 잘 했다.”
“… 칭찬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었는데요.”
상준은 요원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에이스였다. 그에 비해 나영은 이제 막 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약관의 나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국정원을 목표로 훈련하며 실력을 쌓았다. 실전 경험이 없는 에이스와 같은 대우를 받는 요원이었다.
“코드네임을 받고 싶다고 했지?”
요원들 중에는 특별한 작전에 들어가는 요원들에게 코드네임이 부여됐다. 아직 특별할 게 없었던 나영은 그런 코드네임을 받고 싶어하는 신입에 가까운 요원이었다.
“그럼요! 혹시 주시는 건가요?”
“이 사건이 지금 내가 생각한 정도의 미션이라면, 충분히.”
“어떤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요?”
“잘못하면, 전쟁으로 번질.”
“네?”
한 회사의 사원들의 죽음이 전쟁으로 번질 일이 무엇일까? 나영은 상준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엄청난 사건에 휘말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그 정도의 일인가요?”
“이 사건으로 우리가 추정한 피해금액이 얼마인지 못 들었지?”
나영은 아직 일개 팀원이라 이 임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몰랐다.
“어. 어마어마하다고는 들었습니다.”
“자그마치 2천 조원이라고 알려졌지.”
“네? 2천조.. 어어억. 정말요?”
“사람들은 착각하고 있지. 2천조원으로.”
“네…? 설마그럼.”
“2천조는 최소 가치야. 실제로 상상 이상의 금액이야.”
파이널스트레인지 회사에서 개발한 신제품은 국가에서 실험하고 있던 극비 임무였다.
어떤 곳에서도 밝혀지면 안 되는 그런 극비.
과학 분야에서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개념의 원소. 분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새로운 광물을 개발하는 거였어.”
달 착륙에 성공한 한국우주항공청에서 발견한 특별한 광물이 있었다. 그 광물은 달에서도 운석처럼 떨어졌다. 그 광경을 라이브로 목격했던 우주원이 자신의 발 밑에 떨어진 운석을 그대로 들고 왔다.
그런데 그 광물에는 아주 특별했는데, 마지 육기체처럼, 단백질이나 나무처럼 자라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을 합성하는지에 따라 광물의 최종 형태가 변했다.
게임에서 하나의 캐릭터가 여러 직업의 클래스로 전직을 하는 것처럼 하나의 광물이 다른 광물로 진화하는 신의 권능을 본 것이었다.
그래서 광물의 이름을 한국은 세계에 비밀로 한 채 ‘하나’로 했다. 대한민국의 애국가에도 나오는 ‘하나’님을 현상화 한 광물을 발견한 것과 같았다.
“원소의 개념을 뒤집는. 원소보다 작은 개념의 하나.”
상준도 지금 나영에게 설명은 하고 있지만, 개념을 완전히 익힌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들은 그대로를 나영에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 잘 이해는 안되지만. 엄청난.. 거네요?”
나영은 그동안 원소보다 작은, 원소만큼 작은 개념으로 나노나 쿼크, 레프톤 같은 개념을 알고는 있었다. 그 보다 작은, 0보단 큰 세계를 어쨌든 통틀어 양자라고 불렀고, 그런 양자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공상과학 소설을 본 것도 기억했다.
지금 말하는 ‘하나’는 그런 개념의 어느 중간 지점으로 보였다. 그러나 확실히 원소보단 작아서, 다른 원소로 변환되는, 그리고 하나의 상태에서는 성장하는 그런 괴이한 무언가의 형태라는 건 이해가 됐다.
“… 그러면.”
“그래. 그걸 연구하는 게 이 파이널스트레이트였다.”
하나라는 이름으로 시작된어 마지막 최종 직선을 완성한다는 그런 느낌처럼 여겨졌다. 경이로우면서도 놀랍고 믿기지 않는 얘기였다.
“…”
나영이 찾은 자살자들의 나열은, 정말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면 아주 중대한. 그저 산업스파이의 문제만이 아닌 거대한 일이었다.
그저 스파이만 잡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사람의 죽음까지 연관된 것만으로 큰 일인데, 앞서 말한 ‘하나’라는 물질과 연관된거면. 이 일은 장차 세계의 역사를 뒤집을 그럴 사건이었다.
“자네가 가져온 정보로 내가 취합한 결과는 이래.”
상준은 곰곰이 생각해보고 앞으로 함께 수사를 해내어갈 에이스가 될 요원인 나영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나영은 마치 운명을 마주한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내외부에서 단순히 정보만 빼내가는 게 아니라. 이미 어느정도 정보를 빼갔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거 같아.”
상준이 나영의 눈빛을 쳐다봤다. 그저 신기하고 재밌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표정은 아니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굳은 심지가 들어나는 책임감도 엿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이 우주에서 뭔갈 가져온 걸, 그게 뭔지 접근하다가 정보를 캐낼수록 엄청난 걸 이라는 눈치챈거지.”
“네에..”
“아무래도, ‘하나’ 그게 어딨는 지 찾으려는 거 같지?”
정황상 그랬다. 나영의 말대로 ‘살인’까지 할 정도라면 그거 아니면 다른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 사실, 더 보고 했었나?”
“팀장님이 처음입니다.”
“대통령님께. 니가 직접 보고하도록.”
“네?”
나영은 더욱 더 당황했다. 기껏해야 최고 보고선은 국정원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아득히 뛰어넘어버렸다.
국가 최고 수반에게 이 사실을 직접 보고하라니. 나잇대로 이제 스무살을 갓 넘긴 약관에 불과한 나영으론 현장에서 범인을 마주하는 일보다 훨씬, 더 엄청나게 긴장되는 일이었다.
“네 코드네임을, 하나로 하는 것도 건의해 보겠다.”
“네에..에?”
나영에겐 말도 안되는 일이 갑자기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