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63
엘즈업 연희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로켓펀치 연희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성희연
제목: 레벨업부스
“다같이 성공하자.”
가장 어려운 말이면서도 가장 설레는 말이면서도 가장 믿기 힘든 말인 동시에 믿고 싶은 말이었다.
희연은 이 부스를 찾아온 사람들을 찾아봤다. 자신처럼 사회 초년생도 있었고, 그렇게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자. 여기. 이 문서 잘 읽어보시고, 관심 있으면 여기. 이거 가입신청서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부스를 설명하고 있던 청년이 희연을 더불어 부스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문서를 나눠주고 있었다.
다같이 성공하자. 라는 캐치프라이즈가 적힌 부스였다. 이곳은 취업박람회였는데, 희연은 이 회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 만든 부스가 아닌 느낌이었다.
“음.”
질문을 하기 앞서, 부스 매니저가 나눠준 종이를 읽어봤다. 이 부스에 대한 부분이 적혀 있었다.
“경제공동체..?”
예전에 서울시나 경기도, 그리고 정부에서 마을공동체와, 지역공동체, 사회공동체 지역밀착 공동체 등 여러 공동체를 만들려고 시도했다는 건 알았다.
그러나 여긴 취업박람회고, 정부가 아닌 사기업 부스 아닌가 싶었다.
희연은 자신이 있는 위치가 정부나 공기업 부스인가 잘못봤다. 공기업은 공무원을 시험으로 뽑기 때문에 취업박람회에 오긴 하지만, 사기업 부스와 떨어진 곳에 있었다.
자신의 위치를 살펴봐도 여기는 사기업 부스가 맞았다. 비록 구석진 곳에 있긴 했지만 자신이 틀리게 찾아온 건 아니었다.
“음.”
사기업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부분도 아니고, 다같이 잘살자는 캐피프라이즈는 그저 광고문구 일 뿐일까 싶었다. 취업박람회에서 부스를 차렸다는 거 자체가 그래도 사기업의 사기는 아닐 꺼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만은 사람들이 찾아온 걸 보아 인기도 많아보였다. 문서를 읽어보는데 이런 일들이 정말 가능한 건가 싶었다.
희연이 의문 가득하게 종이를 요리보고, 저리보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모습을 발견한 부스의 직원 하나가 희연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따로 정보가 없으신 채 오셨죠?”
다른 사람들은 문서는 대충 읽고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그러고보니, 저 계약서, 이렇게 막 해도.”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할 말을 밖으로 꺼내 버렸다. 앞에 있는 직원이 웃으면서 희연에게 다가왔다.
“여기는 대기업들이 모여서 만든 출자기업이예요.”
“출자기업이요?”
“알고 계신 것과 좀 다른 건, 이제 직접적 출자기업은 아니고, 각 기업에서 지출한. 재단과는 또 다르고.”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은 아니었지만, 공공기관에 맞먹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라고 했다.
보통은 이런 경우 ‘재단’으로 한 기업이 자신의 뜻에 맞게 운영했는데, 여기는 재단식 운영은 아니라 기업형식의 운영이었다.
“그러니까, 한국식의 실리콘 밸리를 위한. 그런 기업인거죠.”
“네..?”
직원들에게 일부 지원금과 같은 월급을 주고. 성과에 따라 이 월급을 상향하는 구조라고 했다.
“처음에 1단이 되는거고. 2단. 3단으로 갈수록 월급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급이 아닌 단인건, 앞으로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고, 호칭은 마치 바둑과 같아 ‘프로’로 통일했다.
“이런 게 가능해요?”
“대신, 직원분이 개발한 아이디어나 이런 부분에서 최종적으로 아이템이 상업화가 됐을 때 10%의 지분을 우리 ‘레벨업’이 갖는 거죠.”
한 기업의 독점화를 막고, 하청도 아니면서, 미래를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도출된 것이었다.
기업에 출자한 기업 중에는 사기업으로 유명한 대기업 상위 50위권의 그룹들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장 큰 손이라고 알려진 국민연금과 한국투자은행부터 여러가지 공기업들도 있었다.
“어..”
누군가의 상상으로만 끝날 거 같은 이야기가 눈앞에 현실이 되어 있었다.
“그럼. 계약서는.”
“우선, 알바부터 시작해요. 알바는 일한만큼 받아요.”
계약서를 쓰면, 레벨업에 여러 종사자들 중 알바를 필요한 일자리에 일하게 된다. 거의 100%에 가까운 채용을 하지만, 무조건 적으로 하는 건 아니었다.
이들이 면접 대신 택한 방법은 이미 일하고 있는 선배들의 합이었다. 통합 20시간 이상의 근무를 조건으로 하면서 동시에 긍정 평가를 5인 이상에게 받으면 정식으로 1단 승급 신청을 할 수 있었다.
1단의 심사는 1단자들이, 2단의 신청자들은 2단자들이 하는 구조였다. 상급자가 아니라 동급이 될 사람들로부터 심사를 받는 구조였다.
“어.”
그런 게 문서에 적혀져 있었기에 처음엔 이해가 안 됐지만, 옆에서 설명해주는 부스의 직원에게 말로 들으니 그나마 이해가 되었다.
“정말. 이런 게 있다고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거짓말쇼인가 싶었다. 그러면 누구나 이런데 들어오지 않겠나 싶었다.
“근데. 이 부분이 있으니까요.”
자세히 보니까. 4단 정도가 돼야. 공무원 7급과 맞먹는 월급이었다. 그렇게 벌이가 좋은 건 아니었다.
“아.”
그런데 단수 등급은 사실랜덤이었고, 실력에 따라 다를 수도 있어서 꿈이 확실한 사람들에겐 자신의 든든한 아군을 구할 수 있었지만, 뭘 할지 모르겠고, 우선 취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겐 마냥 좋은 직장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종이를 자세히 읽어보니 성과가 1년동안 전혀 없을 때는 권고사직을 받는다고 했다.
이 경우 그래도 어쨌든 퇴직금이나 실업급여는 챙길 수 있는 부분인 거 같아서, 이 전략을 짠 사람들이 배려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
긴가민가한 느낌이 컸다. 이런 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사회 초년생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때요? 가입신청서를 작성하시겠어요?”
희연은 직원의 말을 듣고 미소지으며 웃어 보였다.
“그게, 저는 아직 대학생이라서요.”
“아. 어쩐지 어려보이셨는데. 그러면 취업박람회는 어떻게 오시게 된거예요? 미래에 갈 회사에 대해서 알려고?”
“그게, 과제라서.”
교수님이 취업박람회에 갔다 온 다음 레포트를 제출하라는 과제를 내줬기 때문에 오게 된 것이었다.
“아. 보통 언니나, 오빠 따라서도 많이 오시곤 하죠. 대학생이라니, 한 참 좋을 때네요.”
희연은 자신보다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레벨업 부스의 직원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혹시 실례가 안되면 그럼 지금 여기 일하시는 언니는 직급이 어떻게 되나요? 그냥 문득 궁금해서.”
이런 부스에 나오는 사람들이 레벨이 높은 사람일까, 낮은 사람일까 궁금했다.
“아, 저는 8단이고. 저기 매니저니은 9단이십니다.”
“네?”
1단이나 2단의 사람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엄청나게 높았다.
“먼저 레벨업 회사가 만들어진지 얼마 안되서. 특혜죠. 히히. 지금 가입하시면 더 높이 빨리 올라갈 수 있어요.”
“와.”
희연은 갑자기 관심이 생겨서 직원에게 더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직원의 이름도 알게 됐다. 자신과 현주라는 이름을 가진 레벨업 8단의 설명을 들었다.
자신이 이렇게 레벨업이 높은 이유는, 자신의 업무는 이렇게 부스에 나온 것처럼 다른 직무와 비교하면 인사쪽이라서 그랬다는 말을 했다.
여기 레벨업은 어쨌든 이 회사를 중간으로 거쳐서 나가는 걸 목표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레벨업 시스템상, 사실 단수 진급이 서로의 눈치를 보는 단계라 운빨이 없다면 거짓말인데, 그게 가장 큰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운이 메리트요.”
소곤소곤하게, 귓가에 작게 알려주었다.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 때문에 사회성이 낮은 사람은 높은 단수로 올라갈 수 없었다.
한마디로 능력도 능력이지만 사회적으로 잘 적응 하는 사람들이 높은 단수로 올라가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도 이런 인재들을 탐내시 시작했다고 했다.
다른 신입사원보다, 레벨업에서 자신의 직무를 위해 일하는 직원에게 스카우트 기회가 많이 온다는 것이었다.
원래 회사에 출근하고 이직을 하려면 여러가지 눈치를 보게 되는 게 다반사인데, 레벨업 회사는 그런 걸 목표로 하다보니까, 오히려 눈치를 덜 보게 되고, 희주는 그런 사람들을 전담으로 상담해주는 업무를 하다보니까 업무성과가 좋았고, 8단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고 했다.
“우와. 대단하네요.”
“저보다 대단한 건, 단수는 저보다 낮지만 저분이죠.”
5단의 단수를 가진 지용에 대해서 알려줬다.
“왜요?”
“개인으로 가진 특허만 엄청해요. 단수 신청도 5단 정도면 만족한다고 안하는거지, 실제로 저보다 더 8단에 가까운 분이고, 후배를 기르고 싶어서 여기 이렇게 나와 있으니까요.”
“특허요?”
개인으로 나가서 사업을 벌여도 될 특허들만 엄청나게 많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은 사업자 스타일은 아니라서 레벨업 회사에 뼈를 묻을 거라고 했다.
이미 특허로 얻는 수익이 연봉을 넘어선 자라고 했다.
“이렇게 여기는 직원들의 각자의 사업을 지원하는 회사이다 보니까. 그리고 각 출자기업들의 투자를 어떤 회사보다 잘 받을 수 있고, 정부랑 연관되고 실패해도 도전해도 되니까요.”
희연은 이런 회사를 왜 자가기 몰랐지 싶었지만, 아직 대학생인 자신이 사회에 대해 아는 건 사실 이 ‘레벨업’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였다.
“우와, 정말 대단하네요. 저는 사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뭘 할지 모르겠었는데. 레벨업. 여기. 너무 좋네요.”
“좋죠. 다만 여기는 뭉쳐진 개인이라는 느낌이 강하긴해요. 개인들이 이거 할사람 하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그래서 매 분기마다 지침도 바뀌어요. 원래는 프로젝트에 제한이 없었는데 한 사람이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여해서, 그것도 제한으로 바꼈어요.”
“아. 얼마나 했는데요?”
“혼자, 30개를 가입해서. 이제는 그것도 회사 시스템에 공개 등록되고.”
기껏해야 10개 정도만을 생각했던 희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도 지금 괜히 8과목을 수강신청해서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 듣는 과목 수업도 힘든데, 회사의 프로젝트를 30개를 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그 3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게 바로 지금 저 앞에서 사람들에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그였다.
“저렇게 하니까, 특허를 그렇게 많이.”
처음에 부스 직원인 희주에게 30개 프로젝트를 들었을 땐 진상인줄 알았는데, 진상이 아니라 정말로 열정이 대단한 것이었다.
“아, 근데 진상은 맞나.”
계속 속으로 얘기해야할 게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희주가 하하. 웃으며 당황한 모습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가 듣고 있었다.
“진상.? 절 불렀나요?”
“네? 아니. 아니요.”
“아. 네.”
그의 명찰을 보니, 그가 정진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름처럼 살아가게 되는 걸까 싶은 순간이었다.
희연은 교수님에게 정말 재밌는 레포트를 제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레벨업의 알바를 하면서 더 재밌는 일이 생기겠다는 확신이 생겨, 가입신청서에 자신의 이름을 포함한 신상명세를 적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