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66
셔누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우연우
제목: 라이즈 몬스터
“최선을 다하면 최고의 결과가 나온다.”
연우가 항상 마음 속에 담고 되새기며 자신을 가꾸는 말이었다. ‘최선’은 배신하지 않는다. ‘최고’는 최선을 다한 후 따라오는 일이라며 그렇게 늘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적당히 해도 돼.”
모두가 집으로 향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훈련장에 남아서 열심히 훈련하는 연우였다.
“다들 하는 만큼 하면,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하게 되잖아요.”
“욕심도 많다.”
이미 평균 이상의 성적을 보이고 있는 연우였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얼른 더 노력해서 최고의 선발 투수가 되는 게 연우의 꿈이었다.
“저는 더 높이, 훨씬 높이 올라갈겁니다.”
30년은 한국보다 앞선다는 일본 야구의 천재, 오타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연우는 오타이의 반 정도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아티는 그야말로 괴물이어서 굳이 나눠져 있는 ‘야수’와 ‘투수’ 룰을 모두 섭렵할 뿐만 아니라. 두 분야에서도 모두 최고였다.
연우는 그런 오타이를 넘는 게 꿈이었다. 아마 모든 야구 선수가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오타이와 같은 선수가 되는 걸 꿈 꿀 것이었다.
그러나 연우는 조금 달랐다. 이미 한계는 어릴 때 부터였다. 성장 기대치도 170cm의 키도 안 될 거라고 나왔지만, 키 크는 운동과 음식들을 챙겨 먹으며 180cm 이상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한계를 극복하여 새로운 지점으로 도달하는 게 연우의 특징이었고, 그럴 수 있었던 건 정말로 피나는 노력이었다.
주인 잘못 만난 손과 발, 뿐만 아니라 몸의 여기저기는 이미 자신의 한계는 끝났다고, ‘빈사’를 선포했지만, 연우는 그것 마저도 타협하지 않고 나아갔다.
하루는 안과에 갔다 온 후 시야가 흐릿했는데, 이를 자신의 감으로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엄청난 제구력을 얻게 됐고, 이제는 눈 감고도 던질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아직은 부정확해.’
포수를 봐주는 같은 훈련생은 그럴 때 마다 화를 냈다. 눈을 감고 던지면 아무래도 제구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너! 눈 감고 던졌지!”
“그걸, 네가 눈 뜨고 지켜보면 되겠네..”
그렇게 연우는 한계라는 걸 모르게 연습했다. 그에게 있어서 야구는 인생이었고, 앞으로도 쭉 함께할 이야기였다.
연우가 가장 부러워 하는 건 일본 고교생들의 야구 토너먼트 대회였다. 한국에도 대통령기배와 청룡기, 봉황대기, 황금사자기와 같은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있었지만, 모두가 임하는 태도는 일본고교 야구 대회에 비할 바 못됐다.
“괜히, 30년 차이가 나는 건 아니야.”
처음 이 말이 10년 전쯤 우치로 라는 일본 선수로부터 나올 때만 해도 반박할 수 있었다. 10년 정도 차이가 나는 건 진짜라고 해도, 당시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일본을 이기기도 하고,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상대였다.
“저게, 가능 해?”
하지만 오타이라는 선수가 등장한 이후,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메이저리그가 있는 야구의 선두주자로 보이는 미국에서도 없었던 역대급 선수였다.
“하루에 홈런 두개와 탈삼진을 열개를 뽑아내는, 선수는 없지.”
한 팀에서 나와도 대단한 기록인데, 그걸 한 선수가 했다. 연우는 그런 선수를 롤모델로, 그리고 그를 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자신이 다 하고 있는 최선으로는 부족했다.
밥 먹을 때도, 야구 폼을 떠올리며 밥을 먹었고, 잠을 잘 때도 씻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야구야 말로 내 인생이니까.”
그렇게 연우는 오늘도 훈련장에 홀로 남았다. 항상 투수를 봐주거나 포수를 봐주는 훈련생이 한 명 필요해서 같이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혼자였다. 모두가 가족을 만나러 떠난 연휴였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이랑은 나중에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까.”
연우는 그렇게, 야구공이 한가득 담긴 키트를 가지고 나오는 도중에 창고에서 ‘쿵’,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뭐지.”
그때 창고 안에서 고양이라도 있는지, 이상한 낌새가 났다.
“뭐야? 고양이인가?”
두리 번 했을 때 고양이와는 다른, 이상한 그림자가 순간적으로 눈에 띄웠다.
“저게 뭐야.”
연우는 약간 진정되지 않는 떨림을 느꼈지만, 곧 마음을 정비하고, 근처에 있는 야구 배트를 집었다. 여차하면 던질 야구공도 몇 개 챙겼다.
“뭐, 뭐야. 놀라게 하지 말고 나와!”
연우도 알고 있었지만, 분명 상대는 인간 같은 고등 생물은 아닐 것인데, 우선은 의사소통으로 평화협정을 치루고자 했다.
-킥. 크.
하지만 그런 협상이 통할리가 없는 상대였다. 인간들 끼리도 의사 소통이 안돼서 싸우는 마당에, 그런 언어와 대화마저 안되는 생명하고 그런 게 될 리가 없었다. 거기다 연우의 추측대로 상대가 고양이라면, 고양이는 인간의 말을 알아 듣고도 무시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어서 나와.”
연우는 나오라고 말은 했지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저 혼자 있으니까, 괜한 마음에 이렇게 불러보는 느낌이었다.
“캬아앙.”
그런데, 연우의 괜한 마음은 현실이 됐다. 그림자로 보면 고양이를 닮았던 존재는 조금은 다르게 생긴 모습으로 나타났다.
크기는 고양이와, 새끼 강아지 사이 정도였지만, 이빨은 더욱 날카로웠고 눈매는 매서웠다. 거기다 비희라도 되는 것처럼, 어깨와 허리 사이에 날개가 돋아나 있었다.
“뭐, 뭐야.”
연우는 방망이를 앞으로 향했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자신을 향해 덮쳐온다면 곧바로 휘두를 생각이었다.
“캬아아.”
그 괴생명체가 자신의 존재성을 뿜어내고 있을 때였다.
“녀석은 비희야. 아직 새끼지만 조심해야해.”
나른한 목소리가 연우의 뒤에서 들려왔다.
“뭐 뭐야.”
연우는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이 비희라는 존재를 알고 있는 미확인 인간. 이 사람이 이 괴물의 주인인가 싶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괴물 투수, 아니 괴물 야수, 그냥 괴물 같은 야구 선수인 오타이는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렸다.
“걱정 마, 녀석은 아직 새끼라 공격성은 크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헤맸는데 잘 찾았다. 오늘 따라 여기 사람도 없어서 다행이고.”
연우가 뒤에서 난 목소리를 살피니, 자신이 방망이를 휘두르면 순식간에 기절할, 아니 기절을 넘어 저승으로 가버릴 거 같은 가녀린 소녀가 있었다.
“너는, 누구야. 저건 뭐고.”
“어 질문이 두 가지나 있네. 내 이름은 상인, 쟤는 아까 말했듯이 새끼 비희고.”
“뭐, 뭔데.”
“괴물, 몬스터, 뭐 이렇게 소개 해야겠지? 우리 말로 요괴 같은 거라고 해야하나. 어! 피해!”
그때 상인이 말한 바와 다르게 비희가 제대로 날개를 펼치지도 못하면서 달려들었다. 그때 빠르게 야구 배트를 휘둘렀다. 새끼라고 하지만 초스피드로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는 비희의 몽뚱이를 정확히 강타해버렸다.
“꺄아아아아악!”
비희는 마치 비명을 지르듯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힘들게 부들거리며 일어섰다.
“어머, 너 대단하다.”
상인은 쳐 맞은 비희 만큼이나 놀란 눈빛이었다.
“뭐, 뭔데! 공격성이 없을 거라면서!”
“그러게, 뭐지. 몬스터들에게 인간에 대한 공격은 엄금되어 있는데.”
“몬스터? 인간? 그게 뭔데.”
“캬아아악!”
그때 비희가 한 번 더 달려들었다. 그렇게 쳐 맞고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았다. 연우는 한 번더 배트를 휘둘렀다. 한 번으로 안될 거 같아서 이번엔 위 아래로 내리쳐 비희를 땅에 꽂히게 만들었다.
“꺄. 끄..으으.”
비희가 정신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와, 인간이, 몬스터를 처리한 거야?”
“뭐? 죽은 거야?”
“어.. 아직 살아 있는 거 같은데. 근데 비희를 건드리면, 무리를 데리고 올텐데.”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비희가 눈치를 보면서 살짝 일어나 달아나려고 했다. 그때 연우가 상인의 말을 듣고 야구 공을 던져 비희에게 그대로 맞췄다.
그러자 비희가 파리채에 맞은 벌레처럼 고꾸라졌다.
“와, 너 대단하네?”
상인은 비희가 더 이상 달아나지 못하게 주문을 외웠는데, 그 주문을 듣자 연우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뭔 주문이 그래? 너무 적나라하네, 봉인한다. 어쩌고 저쩌고라니.”
“뭐 그럼 대책 있음 말해보던가. 그나저나, 어떻게 이 비희를 처리한거야. 아무리 새끼라고 하지만, 엄청난데?”
“그건 그냥 내 생사의 문제가 걸렸으니까. 막무가내로 나온거지.”
“그리고 이 비희가 널 공격한 건 이상해. 아무리 새끼라고 해도, 몬스터가 사람을 공격할 순 없어.”
상인은 갑자기 연우에게 다가왔다. 연우는 갑자기 다가온 상인을 보며 깜짝 놀랐다. 엄청난 속도로, 마치 땅을 접어 자신에게 다가온 모양세와 가까웠다.
저기 저 만치 있었던 애가 갑자기 이곳에 서 있었다. 짧은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았다.
“음. 이건.”
상인이 코를 통해 킁킁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연우가 자신에게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자신의 몸을 향해 향을 맡았다.
“뭐야, 아직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땀 냄새라도 나는거야?”
연우는 상인이 자신도 모르는 자기 냄새를 발견할까 봐 서둘러 맡아 봤지만, 아무 향도 느끼지 못했다.
“엄청난 피냄새..”
“뭐?”
연우는 아무리 맡아도 자신의 몸에서 피냄새가 나진 않았다.
“몇 번은 죽었어도, 된, 아니 죽다 살아난 몸이잖아.”
“뭐 뭐라고?”
수많은 한계를 극복했던 연우였다.
그런 연우는 자신도 모르게 정말로 훈련하고, 노력 때문에 몇번은 죽었다가 살아났던 몸이었다.
“너, 도대체 뭐야.”
비희만큼이나 연우에게 신비로움을 느끼고 있는 상인이었다. 다만 비희처럼 달려들진 않았다.
“뭐 뭐하는 짓이야!”
상인은 갑자기 연우의 티셔츠를 붙잡았다. 그러자 티셔츠는 분명히 자신의 훈련을 버티는 내구성이 뛰어난 옷이었는데, 새가 날갯짓을 하면 흩날리는 깃털처럼 펄럭이며 찢어졌다.
“역시,,,”
연우는 어느새 상체를 상인에게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자 놀라서 방망이를 휘두를까 하다가 차마 그럴 수는 없어서 자신의 몸을 가리고 막아섰다.
“치워봐.”
상인은 그런 연우의 손을 벌려 몸을 자세히 봤다. 그리고 마치 왈츠라도 추는 듯 손을 올린 후 뒤를 돌려 뒷모습까지 확인했다.
“너, 도대체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네 근처로 왔던 사자들이 분에 못 이겨 표적무늬까지 그려놨잖아.”
“뭐, 뭐라고?”
“넌, 초 일등 급 몬스터 타깃이 된 거야.”
연우는 지금 상인이라는 소녀가 말하는 바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무슨 헛소리야. 내가 몬스터들의 타깃이라니.”
“최선의 방어는 곧 공격이라고, 차라리 네가 몬스터들을 잡는 게 어때?”
“뭐?”
“내가, 받아줄 게, 내 조수로.”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