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67
민혁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민선필
제목: 괴물을 뚫고
“죽기전에, 시도는 해봐야지.”
선필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원망과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온 세상을 뒤덮어버린 흉측한 모습을 한 괴물들, 그러니까 몬스터들로 인해 인류는 보금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생존자들이라 불리는 이들은 인류의 재건을 위해 노력했고, 선필은 그런 인물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지금, 몬스터들에게 도시를 탈환하기 위해 도시로 진격하자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냥 개죽음이 될 수도 있어.”
선필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현실을 냉혹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필도 그런 사람들의 의견을 모르는 건 아니나, 지금은 그런 말 보다는 해보자는 한 마디가 더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했다.
“그냥 이대로 있어도, 죽는 건 매 한가지 잖아.”
선필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을 생각이었다. 굽혀봤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곧 식량은 다 떨어지는 게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몬스터로 인해서 수색을 나서는 일도 쉽지 않았다.
10명이 식량을 찾아 나가면 5명만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머지 다섯명이 돌아오거나 나가면서 몬스터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에 나머지 인원들이 움직이는 구조였다.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가자고? 우리한테 총이라도 있어? 무기라고 쓸만한 것도 없다고!”
선필의 의견에 강력히 거부하는 인물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선필과 가장 많은 의견을 주고 받은 죽마고우 대경이었다. 그에게도 죽음은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면 이대로, 뭐 어쩌자고?”
선필의 질문에 대경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지금도 배에서는 밥을 달라고 난리치며, 모두가 꼬르륵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제는 힘도 없어서 그 소리를 낼 힘도, 들을 힘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너도 봤잖아. 그 놈들을..”
그놈들.. 이 밖을, 인류를 위협으로 몰아넣고 있는 괴물들을 말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나타난 건지 아무도 몰랐다.
“봤지. 그래서 여기까지 도망쳐 왔잖아. 근데 더 이상 도망 갈 곳도 없잖아.”
선필은 대경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이 공간에 함께 있는 수십여명의 사람들도 두 사람을 쳐다봤다. 누군가는 대경에게, 누군가는 선필에게 공감하고 있을 순간이었다.
“아무도 없다면 나 혼자 가. 그런데 확실히 이것만은 알아 둬. 난 밖에서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곳으로 다시 안 돌아와.”
함께는 끝났다는 말이었다. 이대로 멈춰선 자들과는. 그 말에 상처받은 자들도 있었고,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깥의 괴물들은 영화속, 드라마속, 소설 속에서 보았던 것보다 포악했다. 사람을 먹이로 인식하고 잡아먹었다. 이미 이곳에 와 있는 사람들 중에서 무사히 당도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었다.
“그렇지, 바깥은 위험해.”
“여기도 언제까지 안전하다고 할 수 없어.”
평소에는 인류가 평화를 구축하고 있던 시절에는 이곳은 리조트로 이용되었던 곳이었다. 그래서 간신히 사람들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곧 겨울이 왔고, 사람들을 이제 바깥의 괴물들 뿐만 아니라 혹독한 추위와도 싸워야 했다.
난방을 할 수 있는 기름이 있을리 없었고, 전기는 이미 끊긴지 오래였다.
“…저도 갈래요.”
일행 중 어린 축에 속하는 소녀가 일어섰다. 그러자 그 소녀를 보고 소년도 일어섰고, 소년의 부모님이 소년의 손을 잡아 채 앉게 하려 했지만 소년이 팔을 뿌리치고 소녀의 옆으로 섰다.
선필은 입술을 깨물었다. 도움이 필요했지만, 저 소년과 소녀가 바깥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 같지는 않아 보였다.
“내가 너희를 보호할 수 있진 않아. 스스로 살아남아야 해.”
선필은 바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기에 차갑게 말했다. 소년은 겁에 질린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소녀를 바라봤다. 소녀는 결의에 가득 찬 채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에게는 그래도 가족이 이곳에 남아 있었지만, 소녀에게 남은 건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선필과 같은 정의로운 자가 떠나면 지옥이 될지도 몰랐다.
“그래, 가자. 반드시 길이 있을꺼야. 출발은 내일 새벽 4시야.”
소년과 소녀, 그리고 몇 명의 청년들이 함께했다. 70여명의 일행 중 열명이 조금 넘는 14명의 원정대가 꾸려졌다.
그 사이에 소녀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몇 명이 있었다. 그래서 선필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처리하고, 자신들이 잠시나마 이곳의 황제로 군림하자는 모략을 꾸몄다.
그리고 선필의 원정대가 떠나기 전에 곧장 작전을 실행하려고 했다.
“없어!”
“벌써 떠났어!”
선필의 일행은 이조차 내다봤는지 미리 떠나고 없었다.
“따라잡아야해!”
그들이 앞으로 나서는 것을 보고 선필의 일행이 조심히 뒤 따랐다. 그리고 리조트 주변을 어슬렁 거리던 괴물이 나타나고, 그들을 미끼로 선필의 일행은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역시 우리를 찾고 있는 놈들도 있었어.”
“나오자 마자 즉사 할 뻔 했네요.”
“우선. 내가 이걸 주웠거든. 이걸 보고 잘 움직여보자.”
달빛으로 겨우 비춰보는 선필의 손에 든 건 지도였다. 이 곳의 지리도 모른 채로 바깥으로 나오는 건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다행이도 이 주변에 뭐가 있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아무 것도 없을 확률이 높겠지만, 우선 여기로.”
선필이 지도에서 손을 가리키는 곳은 주유소였다. 상태가 괜찮으면, 기름과 식량을 모두 구할 수 있는 장소였다.
일행은 쉬지 않고 걸으려 했지만, 배고픔의 갈증으로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최대한 쉬지 않고 걸어 주유소에 도착했다.
“…”
희망을 걸었던 게 바보였을 지도 몰랐다. 그냥 봐도 폐허가 된 상태였다. 한 번의 거대한 폭발이라도 있었는지 지붕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건물이었다.
이들이 지도를 통해 이곳이 주유소였다는 걸 몰랐다면, 그저 폭격 맞은 건물 하나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살펴보자. 우리가 14명이니까. 3명씩, 살펴보자, 너는 나와 가고.”
선필은 소녀를 자신의 옆에 두었다. 소년이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다른 동료들과 함께 수색을 했다.
소녀가 수색 중에 놀라 선필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뭐가 있어?”
“아, 아뇨. 여기. 놀라서.”
“너.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제대로 이름도 몰랐네. 학생이라고만 불렀으니까.”
“아, 저는 장소희예요.”
“장소희? 어디서 들어봣는데.”
“저는 오빠 아는데.”
“어? 날 안다고.”
“민서화, 제 친구예요.”
“….!”
선필은 소희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받고는 했다. 그리고 나이차가 몇 살인데 저런 어린 소녀에게 설마 이성의 감정을 느끼는 건 가 싶어서 자신을 다독이고는 했다. 그런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자기 띠동갑 동생 때문이었다.
“너가, 서화 친구였구나.”
“네…”
소녀 소희는 소년을 넘어 멋진 청년이 된 선필을 쳐다봤다. 어렸을 때부터 몰래 짝사랑하고 있던 선필이었다. 서화를 쫄라서 서화의 집에 자주 찾아갔던 게 그 이유였다.
일주일에 한 번은 찾아갔는데, 그래서 일부러 어슬렁거리면서 인사도 하고 그랬는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에 속상했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
선필의 기억속에서 속상함과 분노와 좌절이 올라왔다. ‘오빠!’ 몬스터에게 붙잡혀 자신을 부르던 자신의 동생이 떠올랐다.
“서화는, 잘 살아 있겟죠?”
서화가 몬스터에게 잡아 먹혔다는 걸 차마 말할 수 없는 선필은 말이 없어졌다.
“…서화…”
“서화는 참 좋겠어요. 이렇게 멋지고 든든한 오빠가 있으니까요.”
멋지고 든든하다는 말이 선필의 가슴에 쿡, 하고 찔렸다. 그러지 못했으니까. 정 반대의 오빠였다. 지키지 못했다. 서화는 선필의 눈앞에서 몬스터에게 잡혀 먹혔다.
“어 저기!”
뭔가 발견한 소희는 선필과 정확히 그게 뭘까 확인하려다가 큰소리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소희와 선필이 발견한 건 총이었다. 그리고 그 총을 붙잡은 두 손과 팔이 있었다. 몸통은 없었다.
“아아아악!”
소리레 놀라 일행들이 다가왔고, 선필은 주먹을 꽉 지고 주변을 봤다. 일단 총은 하나 뿐이었다. 서둘러 약실과 탄창을 확인했다. 총알이 7개 있었다.
“오. 오빠.”
“이건. 귀한 선물이야.”
비록 이 군인의 상태를 보면, 몬스터가 총에 맞아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왜냐면 군인의 팔은 있었지만, 몬스터 사체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안 때지네.”
팔을 겨우 떼어내고 총을 드는 선필이었다. 소희는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긴 했지만, 생존에 있어서 믿을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요?”
이때 일행들이 다가왔고, 총을 획득한 선필을 봤다. 일행 중 누구도 선필이 아닌 다른 이가 총을 구했으면 의심하고 싸움이 일어났을 거라 생각했다. 저 총알이 있는지 모를, 그리고 피가 묻은 총을 선필이 먼저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기,, 폭발이 아니라 폭격을 맞은 거 같네요.”
선필은 그 폭격의 목적이 이 군인과 싸운 몬스터를 격퇴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 까 생각했다.
“아…”
“여기, 통조림 몇 개랑.”
“저는 이 정도 지만, 기름을.”
식량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었고, 기름은 비록 지금은 쓸 일이 없을 지 몰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3병의 페트병 정도의 기름이 있네요.”
“저기 편의점도 폭격을 맞아서 대부분 음쓰가 됐는데, 그래도 이렇게 통조림 안에 든 건 몇 개 건질 수 있었네요.”
“우리 말고도 이미 다녀간 사람들이 있엇던 거 같아요. 그래서 구석구석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서.”
“몇 개 지만 더 있는 거 같고.”
그렇게 일행은 편의점이었던 곳으로 가서 구석을 살피면서 가져갈 수 있는 건 모두 챙겼다.
“여기요! 여기!”
그때 소년이 크게 외쳤다. 모두가 소년의 곁으로 다가갔다.
“영환아 뭐 찾았어?”
소희가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영환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선필은 소희와 같이 기억속에서 그 이름을 찾았다.
‘나 오늘 영환이가 이거 줬다!”
서화가 좋아했던 짝사랑남이었다.
‘이것도, 인연이면 인연인가.’
선필은 두 사람을 보며 죽은 서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고, 서화를 못 지킨 죄책감을 두 사람을 지켜내는 것으로 씻고 싶었다.
“제가 상식사전 같은 거에서 봤거든요. 세상이 위험해 쳐하거나 좀비사태 때 대비하는 법.”
“어? 우와.”
“이런 게 좀비 사태 대비용에 있다고?”
여름이었으면 감쪽같았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시간은 가을이었지만, 겨울과 같은 날씨 때문에 확연한 차이가 있어서 발견하기 쉬웠다.
“네, 편의점을 발견하면, 그걸 다 챙기면 오히려 표적이 되니까, 큰 가방 같은 곳에 담아 숨겨 놓으라고.”
그렇게 먼저 편의점을 방문한 일행이 땅을 파놓고 숨겨놓은 거대한 가방을 찾았다.
“이 정도면, 한동안은 걱정이 없겠네.”
일행은 당장의 배고픔을 채우고도, 며칠은 더 챙길 양식을 구할 수 있었다.
“덕분이네, 영환아. 고마워.”
선필의 말에 영환은 기분이 묘했다. 어디선가 봤던 그 얼굴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폐허였지만, 일행은 이곳에서 하루를 묶고 다음 날 출발하기로 했다.
괴물들이 뒤덮여버린 이 세계에서 어디로 갈지 몰랐지만, 우선은 다른 생존자들을 찾아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