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68
기현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현수류
제목: 음파작전
수류가 영웅이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인간이 아닌 자들, 비인이라고 불리고, 괴물이라 불리는 자들이 특정 선율을 들었을 때 변신이 풀려버린다는 사실이 발견된 후부터였다.
하필이면 그 선율을 처음 연주했던 게 수류이었다. 사실상 마지막 발악이었다. 수류가 연주를 했던 건 몬스터 퇴치를 나서는 군경 합동 출정식에서 악기를 연주한 것으로 시작됐다.
그때 그들은 인간들 보다 먼저 선수를 쳐, 출정식을 이루고 있는 인간들을 먼저 치려고 했다. 선발대가 인간들 무리에 사람으로 변해 잠복해 있었ㄴ느데, 우연히 수류의 연주로 인해서 변신이 풀린 것이었다.
수류의 연주를 시작으로, 그들이 특정 주파수, 음악이 내는 소음에 능력을 상실하고, 약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수류는 영웅이 되었다. 인간에게 다시 ‘자유’와 승리를 가져다 준 사람이 되었다.
비록 이전 인간이 점유하던 지구에 비해서 십분의 일도 안 되는 영토를 되찾았지만, 수류는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칭송받는 영웅이 되었다.
“현수류에게 훈장을 수여합니다.”
수류는 얼떨떨했다. 처음 연주를 시작할 때만해도, 이제 생에 마지막 연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요청한 음악이 아닌,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고민했던 음악을 연주했다. 그런데 그 음악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괴물을 잡는 음악, 인류의 구원자가 된 수류는 다시 인간이 되찾을 세상을 상상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의 왼쪽 가슴 위로 훈장이 꽂혔다.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고민이 들어닥쳤다.
‘잘 모르겠지만, 다만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야.’
수류를 중심으로 음악을 녹음했다. 괴물들이 어떤 음악에 힘을 잃는지 연구하는 시설이 세워졌고, 수류는 그곳에서 새로 짠 악보를 연주했다. 10개중 5개 정도에 반응하는 괴물들이었다.
“오늘 음악은 효과가 좋네요.”
괴물이 더 이상 음악을 듣지 않기 위해 자신의 귀를 공격해서 뜯어버리는 지경이었다. 문득 수류는 그 모습을 보고 겁이 났다.
“효과가 좋은 건 알겠는데, 저런 상태면, 앞으로 다른 음악이 나와도 무용지물이 되는 건 아닐까요?”
현재는 음악이 몬스터들을 무찌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건 맞았다. 그런데 다음은? 지금처럼 아예 들리지 않는 방법을 괴물들이 선택한다면? 그때는 다시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다.
“음.”
귀를 뜯어낸 이후 몬스터의 현상을 지켜보면, 아무래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약해진 모습은 있었지만, 아예 무방비의 상태로 쉽게 제압이 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레벨이 되는 몬스터들만 청력을 뜯어버리는 선택을 하지, 대부분 몬스터들은 그런 선택을 하기도 전에 쓰러집니다.”
연구회는 이런 보고서를 빠지 없이 기록하였다. 그리고 곧 서울을 되찾는 진공작전을 시작할 참이었다.
세계 각지에서도 여러 승전보고가 공유되었다. 아직까지는 수류가 발견한 음악 이외에 괴물들을 약화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수는 속으로, 몬스터들이 청력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그 청력을 포기함으로 인간이 가진 마지막 최후의 수단을 파훼한다면 그때는 뭘로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적들이 파훼법을 쓰지 않는 쪽과, 그리고 그 이상의 무력화 시킬 방법을 얼른 찾아야겠네요.”
그렇게 독일 연구소에서는 폭탄처럼 순식간에 음파를 터트리는 음파 미사일을 발명해 전세계의 네트워크에 설계도를 공유했다.
평소의 지구의 모습이라면, 절대로 자신들의 무기를, 그것도 설계도를 공유하는 일은 없었을 테지만, 지금의 지구는 비상사태였다. 갖가지 여러 괴물들의 모습을 한 생명체들에게 인류는 함께 공동대응하고 있었다.
이미 몇 나라는 멸망해 역사속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은 그나마 다행이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나라 중 하나였다.
만약 수류가 그 날, 그 음악을 발견하지 않았으면, 결국 한국도 역사에서 사라지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더 영웅 대접받는 수류였다.
연구를 마친 수류는 연구시설의 숙소로 돌아왔다. 예전처럼 회사와 집이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그 정도의 안전지대를 확보할 무력이 부족하기도 했고, 지금 한국의 인구는 100만이 조금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음악으로 상대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적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수류는 방으로 들어와 그런 말을 내뱉았다. 차라리 연구시설에 있을 때가 덜 외로웠다.
문득, 자신이 연주한 음악을 함께 연구하고, 연주하고 노래하던 친구들이 떠올라 옛날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여전히 친구들이 함께 연주하는 것 같았다.
“…”
수류는 대학가요제를 함께 나가자고 말했던 어린 시절의 그때를 잠시 떠올려 봤다. 연락이 끊긴 친구들 중에는 몇 명이 어딘가에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직접 목격한 친구의 모습을 보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 친구는 자신이 아니었다면 더 살았을지도 몰랐다. 자신에게 도망칠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자신이었어도 그랬를 것이었다. 당시 상황상 수류가 더 탈출할 확률이 30% 정도 였고, 그친구는 사실상 0%였다. 이미 한족 팔이 뜯겨 곧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의식을 잃기 전이었다.
그때 그 친구는 자신으로 몬스터들을 다 유인하고, 수류가 도망쳐 나갈 곳을 만들어줬다.
“선혁아, 덕분에 살았다. 늘 고마워.”
사진 속 선혁의 얼굴을 한 번 쓰다듬으며, 수류는 오늘도 선혁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친구들은 수류가 음악을 연주할 때 마다 생각났다. 각자 파트가 있었고, 처음엔 수류가 혼자서 그들의 파트를 모두 담당했고, 지금은 다른 담당자와 함께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오리지날을 이길 수 없다고 했던 가, 여전히 그들이 떠올랐다. 음악을 연주할 때 마다 그들이 떠 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살아 있다면 꼭 만나자.”
행방불명으로 아직 신원이 미상인 친구들에게는 늘 그런 말을 했다. 그 친구들도 자신을 찾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통신이 닿는 어딘가 라면 자신의 소식을 듣고 자신을 만나러 올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들을 기다리며, 인류의 반격을 준비하고, 반드시 옛 세상을 되찾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서울을 함락 시키면, 이제 전국적으로 영토를 되찾을 꺼야.”
수류는 대답이 없을 거지만, 얘기를 계속했다. 그의 정기적인 하루 일과였다. 출근 전에는 출근하면서 오늘 뭐를 할 건지 보고를 했고, 돌아온 다음엔 오늘 뭐 했는지를 보고를 했다.
사실 수류뿐만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이 이런 루투를 밟고 있을 지 몰랐다. 그들은 이제 생존 자체의 목적 보다 더 숭고한, 반격의, 그리고 다시 역사를 되찾겠다는 다짐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씻고, 잠을 청했다. 얼마전까지 이런 개인 숙소를 갖는 다는 게 꿈에 겨웠던 인류였다.
인류가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도망치는 것밖에 없었다. 인류가 가진 무기들이 통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 피해량의 정도가 마치 검과 활로 최신 무기인 총과 각종 미사일, 레이저 시스템 등과 싸우는 것이었다. 인류가 검과 창이었고, 몬스터들이 총과 레이저인 셈이었다.
그러나 다행이 이제는 ‘수류의 선율’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음악이, 인류의 무기가 되었다. 곧 음파를 전문적으로 내는 무기와 음파를 뿐어내는 폭탄이 제조되었고, 몬스터들에게 반격이 가능했다.
햇빛이 어둠을 몰아내며, 다시 새벽이 왔다. 수류는 햇빛을 받으며 일어나, 친구들에게 다시 오늘은 어떤 일이 예정되었는지는 말했다. 사진 속의 친구들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출근 길에 나서는데, 수류는 처음 보는 인원을 발견했다. 자신 보다 좀 어린 여성이었다. 전투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군인인 듯 보였다.
“현수류 연구원님이시죠?”
수류의 직급은 현재 연구원이었다. 곧 그녀가 수류를 보며 방긋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그 모습이 오늘 아침 마주친 태양빛과 같은 느낌이었다. 뜨겁지만 자신에게 다가와 체감되는 건 따뜻한 느낌이었다.
“아, 네 그렇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수류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그녀의 이름표를 봤다. 박달해. 그녀의 이름이었다.
“아, 저는 박달해라고 합니다. 이번에 박수류 연구원님의 특별 전담 보좌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보좌관이요?”
수류는 기억을 더듬어 봤다. 약 일주일 전이었나, 앞으로 연구회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는 일이 많아 질 것 같고, 서울 진격 작전에는 언제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르니까, 핵심 연구원들에게 특별히 보좌관, 즉 경호를 붙인다는 회의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수류에게는 박달해라는 이 여자가, 경호이자 보좌관으로 담당 된 것 같았다.
수류는 약간 인상을 찌푸리다가 달해가 보기 전에 풀었다. 그녀의 외모는 누가 봐도 만족할 수준이었지만, 보좌의 일만이라면 모를까, 경호의 일을 맡기기엔 덩치가 자신이 더 컸다. 아무래도 천적으로 여자와 남자의 신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힘을 기르고 응축한 느낌 보단 천성 여성의 느낌이 더 강한 여자였다.
“예, 이번 신설된 특별무관 시스템에서 수석을 맡아, 이렇게 우리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현수류 연구원의 책임 보좌관이 되었습니다.”
“어. 아. 네.”
수류는 방금 전 자신의 생각이 약간 부끄러웠다. 특별무관은 군인, 경찰, 소방 등 앞으로 인류 재건을 위해 필요한 시스템을 한 꺼번에 교육받는 곳이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교육이었지만, 수석이나 차석을 안주면 안 줬지 쉽게 주지도 않았다.
즉 그녀의 실력은 현 대한민국의 탑급이란 소리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자신처럼 운이 좋아서 중요인물이 된 게 아니라, 정말로 피나는 노력을 하고, 결과까지도 증명한 인재 중의 인재라는 소리였다.
좀 지나친 비약이긴 했지만, 예전 같으면 대통령 경호실이나 갈 그런 특별한 인재였던 것이었다.
“특무관의 수석이라고요. 정말 대단하네요.”
그때 부러움의 눈빛을 보내는 동료들이 끼어들었다. 지금이야 자신들이 특별한 우대를 받고 있지만, 만약에 정말로 인류가 몬스터를 몰아낸 세상이 오게 된다면, 특무관의 사람들은 과거 경찰청장이라던지, 총장 등의 인재들이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연구원 동료들이 치고오자, 수류는 빠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달해가 방긋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그 미소를 보면 단순히 보좌관이 아니라 인생을 함께 걸어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미소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몬스터에게 뺏긴 전국, 그 중 수도 서울을 되찾기 위한 작전이 펼치지기 50시간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