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73
김선태를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선전의
제목: 라이프 전시회
전의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가 하는 한 마디는 ‘밈’이 되어 국내를 넘어 세계를 흔들기도 했다.
“제가 왜 이렇게 유명해졌냐고요? 글쎄요, 유명한 무엇에 대해 아느냐. 그게 나다. 이런식으로 했더니, 어느새 유명해져 있더라고요.”
전의가 방송에서 나가 하는 말마다 그랬다. 전의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묻는 게 바로 마케팅 능력이었다. 평범과 보통을 뛰어넘어 움직이는 광고판이라고 불리게 된 건 어느 날이었다.
전의는 그 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냥 우연, 또는 운명이었던, 어느 타이밍의 순간.’
전의가 집으로 돌아가던 순간, 도착하기 전까지 뭔가 심심해서 슈퍼마켓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하나를 입에 물고 가던 길이었다. 그때 벽에 낙서라고 부르기엔 예술적인 실력으로 그림을 그리던 누군가를 만났다.
전의는 그걸 보고 사진을 찍었다. 그 과정 중에 화가의 얼굴도 나왔다. 시선이 느껴지자 뒤를 돌아보는 그와 마주했는데, 그때 전의는 이미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음. 우리 동네에도 저런 걸 하다니. 그나저나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햇빛이 힘을 잃고 달빛이 세력을 구축하던 시간, 흔히 말하는 포식자가 사냥을 나서는 시간이라고 해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불리던 노을지고 있던 거리였다.
밤의 방해로 그 화가는 전의를 제대로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길을 우연히 전의가 지났다. 그리고 사건이라고 불릴 만한 일은 며칠 뒤의 일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가, 한국을 몰래 방문했고, 그가 그림을 몇 개 그려 놓은 것이 화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보물찾기처럼 그가 그려 놨을 그림을 찾기 시작했고 그 그림 중 하나가 바로 전의가 본 것이었다.
심지어 화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남긴 것이었다.
“이게, 그 유명한…!”
전의도 처음에는 알지 못했지만, 직장에서 곧 화제와 이슈가 되었던 문제에 끼어들게 되면서였다. 식사를 하면서였는데, 요즘 뭐가 요행하고 뭐가 난리인지에 대해서였다.
“트레이드가, 우리나라에 왔다니까.”
“에이, 누가 트레이드 인 척 하는 거 아니야?”
“트레이드는, 그냥 거래 아니야?”
전의가 장난으로 동료들에게 말하는 사이에, 트레이드가 무엇인지에 대한 강의를 들어여했다. 정의는 그때서야 장난이었고, 자신이 트레이드도 누군지 안다고 발뺌했지만, 장난의 대가는 교육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전의는 트레이드에 대해서 귀가 딱지가 닿을 정도로 들어야했다. 트레이드는 거의, 세계가 공유하는 하나의 문화와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트레이드 아트라고 해서, 삶은 아무것도 교환할 수 없다라고 세상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익명이란 아이러니의 인물이었다.
“어…?”
전의는 그때, 자신이 알고 있는 트레이드와, 그리고 어쩌면 그 트레이드일 줄 모르는 화가의 얼굴을 봤고, 그걸 심지어 기록까지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잠깐 사이에, 이 그림, 나 본 거 같은데? 하면서 동료에게 보여주려고 내밀었던 스마트폰을 그대로 잽싸게 낚아 챘다.
그건 본능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트레이드 아트의 정체를 숨겨주기 위한 팬심이었다.
“뭐 뭐야. 근데, 잠깐. 그거 정말 트레이드 아트라고? 얼굴이 있는 거 같은데.”
사진을 보려던 동료가 얼굴이 잘 찍힌 사진을 보고 만 것이었다.
“아니, 아니야.”
전의는 어떻게서든 이를 무마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았고, 곧 동료들 사이를 떠나 회사 전체, 그리고 블록에 마저도 올라와서 많은 사람들이 트레이드 아트의 얼굴을 본 한국인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됐다.
TA, 일명 트아를 가려주려다 유명해진 게 전의였다. 다만 이를 또 똑똑하게 이용해서, 회사 제품의 마케팅을 하기도 했고, 이게 또 대박나고, 그때부터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그냥 트아의 얼굴을 공개했다면, 그저 트아의 얼굴을 공개한 이슈킬러가 됐을 뿐이었겠지만, 그러지 않음으로 전의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의 유명세를 무기 삼아 더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이제는 그 유명세가 역전되어 트아가 몰래, 감사와 함께 전의를 위한 답례를 할 정도였다. 이는 전의가 본 인물이 정말로 트레이드 아트라는 오피셜이 됨으로 두 사람다 한동안 이슈의 가운데, 최고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다 이제는 이슈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과, 그리고 회사들이 전의에게 직접적으로 프로모션을 맡기고 싶어할 정도였고, 전의는 이를 잘 융합하여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인생은 타이밍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했던 말이지만, 지금의 세대에서는 이 말은 전의의 전유물이 되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전의의 다음 행보를 늘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전의가 다음 행보를 위해, 미팅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그 주인공은 4개의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설 때였다.
“저기요. 선전의 마케터 님이시죠?”
“아, 네 안녕하세요.”
전의가 지금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비결 중 하난, 자신의 타이밍과 같은 운명력, 그리고 뛰어난 실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악의를 품을 수 없게 만드는 친절함과 천진난만으로 다가가는 친화력에 있었다.
“저, 이걸 전해드리고 싶어서.”
보통의 유명인 되는 경우, 이런 경우가 너무나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현상이었다. 전의도 회사를 통해 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자신에게 막무가내로 다가오는 경우가 좋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날은 비가 많이 내렸고, 바람도 많이 부는 날이었다. 그가 기다리던 곳이 건물 1층이었다면, 경호원에 의해서 먼저 제지를 당했을 지도 몰랐다.
심지어 이 순간 마저 운명이었다. 평소라면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타고 집으로 갔을 텐데, 그날 비가 와서 였을까, 바람을 동반안 폭우가 내려서 운전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탓일까, 지하가 아닌 1층 로비를 통해 회사 건물을 나서고 있는 전의였다.
이제는 명함에 자신이 C.E.O라고 적힌 회사에서 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폭우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앳되어 보이는 소년과 소녀가 서 있었다.
자신들은 보호하지 못했는데, 살짝 젖은 문서를 보호하기 위해서 온몸으로 감싸고, 어디서 공수해온 L홀더에 있는 문서발이었다. 처음부터 담긴 게 아닌 건 결국 약간은 젖어버린 탓에 금방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내린 폭우에도 일들은 이 문서 하나를 전하기 위해 전의를 기다렸다. 그런데 전의가 만약에 지하로 내려갔으면 마주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랬으면 그들은 그냥 시간을 허비해버렸을 것이었다.
또 건물 안도 아닌 밖인 건, 눈치를 살피니 처음부터 들어오지 않은 건 아니고 경비에게 쫓겨난 것처럼 보였다. 왜냐면 그들은 엄청나게 걱정하는 눈빛으로 전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어. 네. 이게.”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꼭, 한 번 검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을 가지기엔 아직 앳된 모습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들어 본 내용은 그들은 대학교에서 만든 동아리로 시작한, 그러나 실제로 사업자 등록서까지 내민 학생이면서 벤쳐기업가들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굵직한 성적을 내고, 정부에서도 지원을 받았는데, 그게 몇 억대인, 나름 가능성을 충분히 가진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 사업이 홍보가 되지 않아서 망하고 있어서 최고의 마케터인 전의를 찾아온 것이었다.
전의를 집에서, 젖었다가 말라버린 문서를 꺼내 보았다. 그냥 내팽개쳐 버리기엔, 자신의 타이밍이, 문득 그들을 보면서 되새김질됐던 것이었다.
“으음.”
그리고 며칠 후 그들을 불렀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이거. 마케팅 안 합니다.”
그들은 아쉽고 놀라운 표정이었다. 한 명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고, 그런 울 것 같은 표정을 가진 인물에게 위로를 보내는 이가 있었다.
“하지만, 직접 참여하는 거라면,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기획자라면, 제가 직접 투자하고 해보고 싶습니다.”
그들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이게 정말인가? 싶은 표정으로 전의를 바라보았다.
첫번째 운명이 트레이드 아트라면 두 번째 운명은 이들을 만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 사업은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하거나, 위대한 것이 아닌, 그저 보통과 평범을 전시한다는 게, 안 매력적인데, 정말 매력적이라고 느껴졌어요.”
우리가 공유하는 보통에 대한 전면적인 혁명 선언이었다. 이들이 제시하는 건, 보통이라고 불리는, 그리고 그 보통에도 들지 못하는, 사실상 사람을 전시하는 이야기였다. 누구처럼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방구석에 틀어박혀 아무도 모르는 인물까지도.
그가 왜 그렇게 됐을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라, 그냥 그의 모습들을 그대로, 또는 다른 이가 바라본 시각으로, 그래서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쉽지 않게도 보여지는 전시회였다.
“정말인가요?”
“아니면, 굳이 제 사무실까지, 여러분을 초대했을까요? 여러분 그 벤쳐기업. 제가 인수하겠습니다. 내일부터 우리 ‘정정긍긍 파트너스’로 출근하시죠?”
그들은 이걸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고민 중인 것처럼 보였다.
“그냥 투자 정도로, 마케팅 정도로 끝내고 싶지 않아요.”
이들에게는 짧게, 그러나 자신의 은인이 된 트레이드 아트에게는 길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은혜를 베풀고 있는 줄 모르죠. 또 받고 있다는 걸, 저는 그걸 제 그림을 통해 전파하고 싶었어요.’
다른 여러 말도 있었다. 그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말도 굳이 한 다면 여러가지였지만, 핵심은 하나였다.
모든 순간은, 사실 아주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전시 프로젝트는 그 핵심을 아주 대놓고 찌르는 것이었다.
어쩌면 하늘은 이 순간을 위해 자신을 이 자리로 끌어 놓은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게 전의의 생각이었다.
“당신들이 내 제 안을 거절해도.”
전의는 세상으로부터 배운 힘의 논리를 그들에게 쓰는 게 망설였지만, 그 만큼 확신의 목소리를 전달해야했다.
“제가 따로 비슷한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마케팅이 안돼서 찾아온 이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몰래 중소기업의 특허를 빼돌리는 대기업은 들어봤어도, 이렇게 대놓고 협박을 받을 줄은 몰랐다.
눈앞에서 대기업의 횡포를 목격한 이들은 각자가 낼 수 있는 평소엔 내지 않은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보통을 연결하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죠. 매우 특별한 일이에요. 그래서 가장 특별한 여러분과 꼭 함께 하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숨겨줘서 유명해진 남자.
그리고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들을 유명하게 만들려는 남자.
선전의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