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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Jan 07. 2025

ISTJ ♥ ISFJ ≠ ENTJ

갑자기 떠오른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 한 조각. 

"MBTI가 어떻게 되세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가 우리나라에서 한창 유행할 때(지금도 유행 중인 것 같긴 하지만), 나는 MBTI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20대 아이들의 인싸 필수템을 지천명의 나이가 다 되어가는 내가 굳이 알아야 하나 싶기도 했고, 사이비과학 취급받는 "혈액형 성격설"과 뭐가 다른가 싶어서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20대 아이들과 자주 접하는 일을 하다 보니, 학생들과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라도 도대체 MBTI가 뭔지는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혹시 김교수님 결혼식 가셨어요?"

강의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러 왔다가 말을 걸었다. 


"난 다른 일정이 있어서 미리 축하드리고 안 갔는데. 왜 무슨 일 있었어?"

"결혼식은 잘 끝났는데, 얘가 김교수님 결혼식 보면서 울었어요."

"왜?"

"괜히 뭉클하더라고요. 노총각 교수님이 드디어 장가간다 싶기도 하고, 신부 쪽 어머님이 우시기도 해서."

"하하하. 그게 결혼식장에서 네가 울 일이야?"

"... 교수님, T죠?"


'T가 뭐지?'

그렇게 해서 나도, 내 MBTI가 뭔지 알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주변 지인들 중에는 정확한 검사를 위해 유료로 검사를 받았다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럴 정도의 노력을 들일 일은 아니다 싶어, 나는 그냥 구글링을 통해 나오는 테스트를 해 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질문이 너무 애매모호했다. 

아니다, 내 성격이 애매모호한 건가?

문제 하나하나마다 이거인 것 같기도 하고, 저거인 것 같기도 하고...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망설이다 대충 찍어서 결과를 보게 되었다.


그 결과, 나는 ISFJ 인 것으로 나왔다.

'나, T 아니네?'


내친김에 울 신랑도 해보라고 졸랐더니, 매우 매우 귀찮아하면서 아무거나 답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는 '이게 아니라, 저거 같은데' 싶은 답들이 몇 개 보이더니, 결국 나온 결과가 본인도 ISFJ란다. 


"말도 안 돼. 나랑 성격이 정말 다른데, ISFJ야?"

"MBTI도 사이비과학이야."

"그래도, 재미있지 않아?"

"옳지 않아."


이후, 나는 MBTI에 대해서 관련 영상이나 내용이 눈에 띄면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는 정도의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학생들이 '교수님, T죠?'라고 물으면, '아닌데, 나, F인데?'라고 대답할 정도의 정보는 갖게 되었다. 

그러다, 신랑의 MBTI는 본인의 검사 결과와 달리 ISTJ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울 신랑 맞춤형 ISTJ 특징 10가지]

1. 노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친해지면 대유잼. 개그 코그가 맞으면, 그렇게 웃길 수가 없다.

2. 물건 하나 사는데도 철저히 인터넷 최저가 검색해서 필요한 물건만 고심고심해서 구매한다.

3. 융통성이 없는 편. 체계나 가치관이 잘 변하지 않아서 새로운 논리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4.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자기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5. 의심이 많고,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며, 집순이, 집돌이 타입이다. 

6. 기억력이 좋고, 물건 사면 사용 설명서 꼭 읽어봐야 하고, MBTI를 믿지 않는다.

7. 혼자 알아서 척척 잘하는 스타일이고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기가 빨려해서 집을 제일 좋아한다. 

8.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술 안 빼고 계속 마시다가 술 취하면 집에 먼저 가버린다.

9. 용건도 없고 재미도 없는, 영양가 없는 연락을 진짜 싫어하고, 돈을 좋아하지만 잘 쓰지 않는다.

10. 운동이든, 연애든, 여행이든, 뭔가 시작하기 전에 일단 공부부터 하고, 책임감과 인내심이 강하며, 절대 대충대충 하는 것이 없다. 


본인은 아니라고 계속 우기지만, 내 생각에 잇티제(ISTJ)에 가까운 울 신랑은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현실주의자'에 딱 맞는 것 같다. 


그럼, 울 아들은?

엔티제(ENTJ)란다. 


[울 아들 맞춤형 ENTJ 특징 10가지]

1. 말싸움을 할 때 표정부터 자신만만하고, 공격적이며, 말을 잘해서 져본 적이 거의 없다.

2. 항상 완벽하고 프로페셔널할 것 같지만, 사실은 많이 뚝딱거리고 허당인 경우가 많다.

3. 최소의 가격으로 최대의 효과를 추구하는 가성비 추구형이고, 지적 호기심이 매우 강해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4. 할 일이 끊이지 않도록 계속 일을 만들어서, 게으를 틈도 없고, 바빠서 우울할 틈도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5. 인싸는 아니지만, 항상 약속이 있고, 집에 있는 것을 싫어하며, 만나는 사람은 많은데, 진짜 친한 사람은 극소수다. 

6. 계획 세우기는 잘하는데 실천 의지가 부족하고, 새로운 일을 하기 전까지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7. 끈기나 책임감이 뛰어나 맡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만, 자기가 책임지지 못할 것 같으면 일찌감치 포기한다. 

8. 목적 없는 삶을 너무 힘들어하고, 완벽주의자며, 열등감 그게 뭐지?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9. 진짜 화가 나면 차분하고 상냥한 말투로 끝까지 화를 내고, 중간에 화가 풀리거나 그런 일은 없다. 

10. 자기가 관심 없는 일엔 조용하지만, 항상 어디선가 리더를 맡고 있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자극을 받고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MBTI가 사이비과학이든 아니든, 울 아들은 대담한 통솔자, 엔티제(ENTJ)에 가까운 것 같다. 


뒤늦게, 철 지난 MBTI를 알게 되면서 딱 한 가지 좋은 점은 상대방, 특히 아이의 행태를 더 잘 이해하게 된 점이다. 

중학교 때부터 과학고를 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직진하더니, 카이스트를 가서도 4년 내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들을 보내는 것 같았다. 약속이 있었고, 바빴고, 뭔가를 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목표지향적인 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왜 저렇게 숨쉴틈 없이 달리기만 하나 걱정했는데, 그런 성격을 가진 ENTJ 란다. 


'그렇구나!'


누군가 내게, MBTI를 믿느냐고 물으면, "아니오."라고 대답하겠지만, 관련 영상이나 글이 올라오면 또 어김없이 읽어볼 것 같다.


"MBTI 중독자 같으니라고..."라고 욕(?) 해도, 재밌잖아~.


출처 : 짤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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