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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편 Apr 09. 2021

아이 엄마가 아프다

아이와 함께 D+190, 책임감에 대하여

아내가 아프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는 나가지도 않았는데 왜 몸은 아플 수가 있는 걸까? 오히려 출근을 하는 나는 괜찮은데 아내만 아프니까 조금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아이를 낳기 전이라면 옆에서 보살피고 잘 때도 함께 자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 변화는 두 사람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감정적인 아내도, 이성적인 나도 변화가 받아들여지는 심플한 이유는 우리가 부모라는 단 한 가지 사실이다.


아픈 아내는 스스로 몸을 추스르고 나는 아이를 돌본다. 이전처럼 내가 다정하게 안아주지도 못하고 약이나 마실 물도 당연스럽게 혼자서 챙긴다. 잠을 자는 것도 육 년간 단 한 번도 각방 쓰는 것 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씻었거나 더러울 때도, 둘 중 한 사람이 감기 같은 게 걸렸어도, 한 침대 위에 한 이불을 덮었는데 이제는 혹시라도 옮을 수 있으니 아내의 옆자리를 비워두고 아이와 함께 잔다.


아내와 내 아이의 엄마는 같은 사람이지만 아내가 행동하는 방식도, 내가 대하는 방식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결혼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책임지는 관계가 되었지만, 어쩌면 아이를 낳기 전에 우리는 성인이기 때문에 진정으로 ‘책임’이라는 것은 지지도 않았고 질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보면 무책임하게도 한 사람이 아파도 옆에 같이 있어줘야지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같이 아프기라도 하면 ‘같이 아프니 좋네’라는 말을 낄낄거리면서 할 수 있었다. 그게 서로에 대해 충실히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진정 책임진다는 것은 그 사람이 아플 때 나는 아프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아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야 하고 두 사람이 함께 돌보던 아이는 혼자서라도 돌봐야 한다.


아이를 낳고 190일까지 늘 함께 하던 아기 목욕도 처음으로 혼자 해본다. 내가 씻길 때 다음 스텝을 준비해 주는 아내가 없으니 내가 두배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아이를 씻기고 수건으로 닦아주고 로션을 바르고 우는 아이를 달래며 옷을 입히고 분유를 먹이고 재운다. 그렇게 아이에 대해서 해줘야 하는 일은 혼자서라도 해야 한다. 그게 책임감 있는 부모다.


그렇게 무책임을 책임으로 잘 못 알고 있던 무지한 우리 부부는 진짜 책임져야 하는 아이를 만나고서 책임감이 무엇인지 조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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