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뻥튀기를 먹던 청춘들, 어디 갔니?

by 오뉴월


이십 년도 더 전인가?

팔월의 끝자락에 느닷없이 영주행 버스에 올랐다.

친구의 친구였던 은하와 함께.

예나 지금이나 팔월은 덥다.

휴게소에서 뻥튀기를 산 건 기억 속에 없지만

모든 사진 속의 나는 뻥튀기 봉지를 들고 서있네...

팔월이면 아주 더울 텐데...


은하와 나는 죽이 잘 맞았다.

은하는 염세주의적 성향이 강했고 사회에 대한 불만과 국가제도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말 많고 탈 많은 것들을 싸잡아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은하에게 호응으로 죽을 맞췄다.

그건 아니라고 고집 피울 이유가 없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은 흘러가고 바뀔 테니까.

싸울 일이 없다.


은하는 국문학도의 탈을 쓴 이성주의자.

나는 이과출신의 감성주의자.

둘이서 책을 한 권 읽고 떠난 여행.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그 책은 전국을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답사 신드롬을 일으킨 책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우리의 문화유산을 참으로 섬세하게 간결하게 표현하고

그 표현 대로 그림이 그려지는 문장들이 가히 압권이었다.


오죽했으면 차비밖에 없던 우리가 직접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을 만져보고 오기로 작정을 했을까?


무모했으나 아름다웠다.

푸르디푸른 은행나무길을 따라 걸으며 깔깔깔 새우마냥 배꼽을 잡고 웃으며 걸어 도착한 무량수전의 모습과 감동은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책 속의 문장을 복기하며

이 기둥이 그렇게 아름다운 거란 말이지...

이 기둥의 균형과 조화가 남다르다는 말이지

...

흘러내리는 배모양이 맞나?

쓰다듬어보고 우러러보고 우리 배도 아름다운가? 후훗??


뻥튀기를 먹으며 부석사를 한 바퀴 돌고

버스를 기다리며 "저 은행잎이 노래지면 꼭 다시 오자." 약속도 했다.


은행잎이 푸르던 팔월의 영주 부석사에서

조나단의 흔적은 뻥튀기와 함께 남았다.

그때의 은하도 그때의 조나단도 지금은 없지만

달랑 버스비만 가지고 영주행 버스에 오를 수 있었던

그 용기, 그 낭만이 그립다...


친구의 친구였지만 누구보다 잘 통했던 우리는 아주 친해지고 나서도 휴대폰엔 <친구의 친구>라고 저장되어 있었지...

은행나무명소로도 유명한 부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