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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꿍 Aug 13. 2020

카드 긁는 게 제일 쉬웠어요.

저축도 습관 #2. 소비에 대한 고찰

학생에서 직장인이 된 주위의 또래들은  나할 것 없이 신카, 신용카드부터 만들었다. 금전적으로 고달픈 시절을 지나 적당히 여유가 생기면서 신용카드를 쓰기 시작했고, 그 소비습관에 금세 익숙해졌다. 돈 쓰는 재미에 빠지며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들어오기 무섭게 카드 대금으로 빠져나가기 바빴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기까지는 시간과 빚이란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학자금 대출과 월세 살이라는 경제교육을 받으며  이상 빚지는 일은 어색해 신용카드를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다. 당시 괜찮은 금리의 적금 가입조건이 신용카드 발급이라 카드를 만들고 며칠 안 되어 없앴다. 습관을 들인 적이 없어 다행히 오늘의 빚은 후불교통카드 요금과 PC방뿐이다.(집을 구하기 전까지)

졸업 후 결제 회사에 다니며 주워듣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다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로, 카드 소비에도 단계가 있다.

                        신용카드 < 체크카드 < □□카드

1. 신용카드는 카드대금이 익월에 결제되는 식이며

2. 체크카드는 대개 직불의 개념이며 통장에 있는 잔고가 결제 즉시 차감된다.

3. 선불카드는 카드에 연결된 가상계좌 또는 앱을 통해 충전, 즉 카드에 돈을 입금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카드 생활에 익숙해지면 때마다 돈을 충전해 쓴다는 게 여간 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에 익숙해진다면 적어도 무분별한 소비는 막을 수 있다. 지갑이 든든했을 땐 늘 든든한 만큼 돈을 썼고, 수중의 돈에 한계치를 걸어두면서 의식하고 제어할 수 있었다.(어쩌면 신용카드의 한도 초과와 비슷한 맥락일 거다.)

카드같지만 카드같지 않은 일러스트.

내가 사용하는 선불카드는 한때 반짝했었던 코나카드다. 충전 혹은 결제한도를 채우면 여러 편의점, 카페에서 할인, 캐시백을 제공하고 단골가게를 설정하면 결제 금액의 3%를 캐시백해 줘 이전부터 쏠쏠하게 사용하고 있다. 최근엔 눈에 띄는 프로모션 식의 혜택은 없지만 선불카드에 관심이 있다면 이만한 카드도 없다.


선불카드를 사용한다면 되도록 변동 지출과 연결을  추천한다. 점심, 학원비, 공과금 등 매일 매달 큰 차이가 없는 고정 지출은 보통 줄이기 힘든 것들이다. 반면에 쇼핑, 술값, 문화생활 등 삶에 기름칠을 하기 위해 쓰이는 돈들은 대개 변동 지출이다. 이러한 지출을 중심으로 선불카드를 사용한다면, 앞서 언급했던 가계부에 직접 지출내역을 작성한다면 소비 습관과 저축,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소비를 줄인다는 건 보다 필요한 것에 소비를 하려는 행위다. 때문에 무작정 시작하는 게 아니라 목표를 설정해두면 보다 쉽게 저축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라던지 자동차나 집 혹은 결혼이라던지.

(요즘 부동산은 따로 글을 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루 세 끼 먹는 데는 가급적이면 먹고 싶은걸 먹는다. 저축도 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 한 푼 아끼려다 돌아오는 스트레스가 훨씬 클지도 모른다.(마시는 건 먹는 것과 다르며 같이 취급하다간 거지꼴을 못 면한다.)


제대 후 복학하고 얼마 안 되었던 날, 술에 진득하게 절어 강남역에서 집으로 향하는 막차버스에 탔다. 자리에 앉아 한참을 멍 때리다 옆사람 휴대폰 화면이 보였는데(보려고 한 건 정말 아니었다.) 통장잔고에 6천만 원이 넘게 찍혀 있었다. 많이 쳐줘야 20대 후반같이 보였던 옆의 직장인을 보며 그 사람이 돈을 어떻게 벌었냐기 보다 지금부터면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저축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쩌면 술에 취해 6백을 6천으로 봤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마음먹은 일이다.


누구나 더 조건이 괜찮은 회사로 이직을 한다면 연봉도 높아지겠지만 이직은 큰 결심이다. 하지만 저축에는 그 결심의 반의 반도 들지 않는다. 어차피 직장 생활을 할 거라면, 소비를 줄이는 것이 곧 저축의 첫걸음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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