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花, 동화
하늘과 강이 이어져 있는 듯했던
유난히 청명한 날이었다.
두부와 산책길을 따라 발을 움직였다.
쉴 새 없이 자잘한 생각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답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무용하고 또 무용한
생각들이었다.
어지럽히는 생각에 지쳐 무심코 고개를 돌렸을 때
눈에 맺힌 강은 느릿한 겨울의 볕이 물결 위에
잘게 부서져 반짝이고 있었다.
눈이 부시는 강과 위잉 위잉 말 많은 겨울바람은
머리카락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어 놓고
몸을 잔뜩 움츠리게 만들었지만,
그럴수록, 겨우 내 마음 한쪽
부서졌다 모어졌다 다시 진득하게 펼쳐 저 있던
모난 것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귀를 애일 듯 차가운 바람에
두 뺨은 땡땡 얼어붙고 코는 붉게
물들었지만, 요상한것들로 가득 차
버거웠던 마음이 비워지면서
그제야 지금 겨울의 절정에 ,
겨울의 순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랜 금빛 풀들, 좁은 흙길 사이
아직 남아있는 하얀 눈
앙상한 가지 위에 쉬어가는 겨울새,
포옥 포옥 몽글한 구름을 내뱉고
한없이 겹쳐 입은 옷의 보스락 소리,
타닥타닥 뒤따라 오는 강아지,
걸음을 내딛는 단단한 땅,
볕이 물든 은빛의 강,
맑게 빛나던 해 , 바래고 마른 숲
마른 흙이 묻은 낡은 벤치, 고요한 바위
어느 곳에나 겨울이 짙게 스며들어 있었다.
그날따라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던 하늘에.
차가운 겨울바람과 달리 따뜻했던
짙은 햇살에, 얇은 가지 사이
매달려 있던 눈이 아롱아롱 빛나고
그 모습은 마른 가지에 피어난
겨울 꽃처럼 보였다.
겨울을 닮은 투명함 속
흘러가는 구름을 담은 색과
겨울바람이 만든 제각각의
모양새가 하얀새 같기도,
작은 솜털로 가득한 꽃 같기도 한
작고 아름다운 형태였다.
겨울의 눈, 서늘한 바람
부드러운 햇살 모두 평범한것들이지만
그속에 녹아든 풍경은
익숙함에 스쳐 지나가듯 흐르던
겨울과 다시 발걸음을 맞추고
흩어지던 겨울 조각을 붙잡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마음속에 깊이
남았던 풍경을 다시 꺼내
과자로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담아내고 싶은 겨울꽃은
어떤 형태일까 매일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상상한 끝에
부드럽지만 청량함을 주는
겨울의 향이 느껴지는 과자를 만들기로 하고
좋아하는 딸기와 상큼한 유자를 메인으로
구성을 잡고 작업을 시작했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타르트 쉘 대신 다쿠아즈를
만들었다. 크림이 들어갈 수 있게
가운데를 약간 비워두는 형태로 짜고
코코넛을 넣어 풍미를 더한다.
오래 굽지 않고 연한 갈색빛이
날 때까지만 굽는다.
고흥유자즙과 잘게 썬 로즈메리를 넣어
가나슈를 만든다. 유자의 산미와
끝에 나는 로즈메리가 청량함을 더해
입안에서 겨울바람 같은 기분을 준다.
유자로는 크림도 만들어 둔다.
유자즙과 바닐라를 넣어
끓이고 바닐라는 채에 걸러 제거한 후
설탕과 노른자를 넣어 크림을 만든다.
설향딸기는 큐브 모양으로 썰어
설탕을 넣고 하룻밤 지난 후
콤포트로 만들어 보관한다.
코코넛 다쿠아즈 위에
로즈메리 가나슈- 딸기 콤포트- 유자 크림
순으로 쌓아 올리고 생딸기를 잘라
꽃봉오리 같이 옆면에 빙 둘러준다.
그 위에 바닐라크림을 듬뿍 올리고
하얀 머랭 꽃잎을 올려 마무리한다.
맑은햇살. 반짝이는 강
푸르른하늘, 차가운 바람
그속에 아롱아롱 빛나는 겨울 꽃
冬花, 동화
22年01月
고흥유자, 로즈마리 그리고 설향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