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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영 Aug 21. 2015

지극히 평범한 인디밴드를 만들자

2011년이었다. 

"우리 밴드할래?" (김명재, 당시 27세, 훗날 리더가 됨)


저 소리를 몇 번 들었는지 모르겠다. 명재는 밴드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거다. 그는 나와 이날개(당시 28세, 공익근무요원, 훗날 음악 노예 및 내 남편이 됨)에게 틈만 나면 밴드를 하자고 꼬셨다. 명재는 우리를 가끔 자기집에 불러내서 음악 얘기를 하자면서 자작곡 만든 거 있으면 서로 까 보자고 했다. 이날개도 나도 사실 조금씩 곡을 만들었었다. 대단한 꿈은 없었고 그냥 취미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느 날엔 우리를 채팅방에 강제 초대해 놓고 말을 늘어 놓았다. 


(재연)


김명재 님: 여행을 왔는데 여기서 노래하는 개미 동상을 봤어.
                 특이하지? 일반적으로 노래는 베짱이의 몫이라고 생각하잖아. 
                 꼭 우리 같더라고.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 노래도 만들잖아. 
                 그래서 말인데 우리 팀이름 '노래하는 개미들' 어때?

나 님: ㅋㅋㅋㅋㅋ누가 팀이야언제부터 팀이 됐냐 우리갘ㅋㅋㅋㅋㅋ

이날개 님: 노래하는 개미들? 싱잉앤츠?

김명재 님: 오 그거 좋다ㅋㅋㅋ 싱잉앤츠 

나 님: 착착 붙긴 하네ㅋㅋ싱잉앤츠ㅋㅋㅋ



싱잉앤츠는 이렇게 만들어진 이름이다. 


김명재는 얼마 후 신남생(당시 31세, 모 대기업 사원, 훗날 '구린개미'가 됨)를 찾아가 영업을 했다. 그날 신남생은 큰 영감과 도전을 받고 SNS에 글을 남겼다. 


모처럼 가슴이 뛴다. 
싱잉앤츠.


김명재와 신남생은 당시 다른 친구들과 색다른 movement를 만들고 작은 축제를 기획했다. 
복무 중이었던 이날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명은 거기서 각자 만든 노래를 처음 발표했다. 

훗날 이 곡들은 싱잉앤츠의 첫 EP앨범에 수록된다. 

이날 발표한 곡 중에 적어도 향후 1년 넘도록 우리를 먹여살린 노래가 있었으니,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전도사 마누라는 다 예쁘다네> (신남생 사, 곡)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다 알 거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않았던 그 진실. 
어째서 전도사님들은 예쁜 여자와 결혼을 하는가. 


https://youtu.be/8atbvF6a-aw

본격! 전도사가 부러워서 만든 노래 <전도사 마누라는 다 예쁘다네>


 


이 동영상은 꽤 널리 공유되었다. 그 후 놀랍게도 배우 김정화가 전도사님과 결혼을 했고, 원더걸스 선예가 선교사님이랑 결혼을 했고, 배우 이유리(연민정)도 전도사님 사모님이 되었다. 이 노래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각 교회와 젊은이들, 신학대학교 강의 중에, 수업 발표 중에 소개되며 알려졌다(고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 


어쨌든 공연 후, 그날 부른 노래들을 앨범으로 만들자고 해서 본격적으로 연습과 편곡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만 공익 이날개만 끝까지 어떻게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해서 직장인 신남생이 선릉역 어느 고깃집에 데려가 우삼겹을 사먹이며 회유했더니 합류하기로 뜻을 정했다. 나와 신남생, 이날개는 고기를 우적우적 씹으며 단결의 하이파이브를 했다.  




김명재는 보컬과 기타를 맡았다. 그리고 만장일치로 리더가 되었다. 

신남생은 보컬과 기타와 젬베(혹은 카혼)을 맡았다. 그는 웬만한 건 기본 이상으로 해내는 남자다. 

이날개는 피아노를 비롯한 각종 테크놀로지를 담당했다. 레코딩, 에디팅, 믹스까지 몇 인분을 맡았다. 

나는 멜로디언을 불고 에그쉐이크를 흔들면서 이따금 노래도 불렀다. 무대울렁증 생짜초보 보컬이랄까.






그 후 EP앨범을 내고, 작년에 정규 1집까지 나왔습니다. 


가끔 티비 예능에 BGM으로 깔려서 깜짝깜짝 놀랍니다만...



고개를 왼쪽으로 45도만 살짝 꺾으시면 좀 낫습니다... 죄송해요.



위 영상의 BGM은 싱잉앤츠 정규 1집 타이틀 곡 <우주의 먼지>입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한가합니다 (...)


지극히 평범하니까요. 


자기 자리에서 개미처럼 일을 하는 작은 사람들도 

노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


여전히 저희들은 개미처럼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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