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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현 Mar 09. 2023

153


나의 기도-153

 

 

 

 

 

 

설렁탕을 하루 평균 오십 그릇 정도 밖에 못 파니 문제였다. 위치도 안 좋고 근처에 유명한 곰탕집도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문 닫는게 시간 문제라고 말하며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 우리가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또 한 집 망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가게를 열고 보니 큰 전철역 근처인 것에 비해 인적이 드문 골목이라 장사가 잘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게는 내가 훈련에서 배운 것들을 깨우쳐 가는 실습의 장이 되기는 했지만,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되었다.

 

들어 주실까? 창피하고 쑥스러워서 드러내 놓고는 못하고, 불가능하다고 느끼면서도 ‘150 그릇 정도만 팔면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며 기도하고 있었는데, 한 자매가 이왕 기도하는 김에 세 그릇 더하라며 ‘153’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베드로가 주님 말씀에 순종하여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졌을 때 그물 안에 가득 찬 고기의 숫자가 153 마리라니 듣기에 좋았다. 그래서

‘주님, 153 그릇 팔게 해주세요. 근데 하루만 팔아서는 소용이 없고 매일 그렇게 팔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했다. 이게 말이 되나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 당시 우리 집이 장사가 안되니 중고등 학교 동창들이 불쌍히 여겨 한달에 한번씩 우리 가게에 모여 모임을 했는데 모임 이름이 초관작 이었다. 서초, 관악, 동작을 줄인 것이였다. 나는 귀가 나빠 얼핏 ‘초간장’ 인 줄 알았다. 나는 친구들에게 과감히 이야기했다.

“하루에 153 그릇 팔면 먹고 산다. 그래서 그렇게 기도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친구들 대부분이 듣기 쑥스러워 했고, 턱도 없는 소리로 듣는 것 같아 민망했다. 한 두 명 빈말로 위로해 줬다. ‘그래, 그렇게 팔리면 다음은 153 을 거꾸로 해서 351 그릇 팔아라’ 하는데 이번에는 내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그게 말이 되나…’

그러나 주님은 이미 나의 기도를 듣고 계셨고 한쪽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셨다.

 

 

어느 날, 가게가 정전된 날이 있었다. 한국전력에서 기사 두 분이 오셔서 비가 오는데도 전보상대에 올라가 고생하며 고쳐 주시는 것이 감사해 설렁탕 두 그릇과 담배 두 갑을 드렸다. 그랬더니 그분들이,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만 오천 유동인구를 불러올 한국전력 건물 이전계획을 알려주었다. 당시 가게 건너편에 철조망이 쳐진 공사장이 있었는데, 그곳에 큰 빌딩이 지어질 것이고 강남 한국전력이 이전해 올 것이며, 그 때 유입되는 유동인구가 만 오 천명 정도라는 소식이었다. 그것을 주님은 미리 듣게 하셨고, 덕분에 153그릇의 꿈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건너편에 철조망을 거두고 보니 한국전력 이전과 함께 작은 예술의 전당인 아트 풀 센터까지 들어와 공연을 시도 때도 없이 했고, 유동인구는 더 많아졌다. 이로써 153의 기대가 더욱 커진다. 143, 148. 그러더니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다. 그날이 하필 동창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그들은 자기 일인 듯 축하해 줬고 기적의 기도가 이루어짐에 어안이 벙벙해하며 함께 축하해 주었다.

“이게 되네! 말이 되나?”

난 이번 사건으로 주님께 한발 더 성큼 다가갔다.

초관작 친구들 중에는 그날 혹시 주님을 느끼게 된 친구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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