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 초보를 위한 안내서 #1. 무슨 바늘로 뜰까
바늘이 있어야 실을 꿰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처음 뜨개를 시작하고 나서 다양하고 화려한 실들에 현혹되어 이 실도 저 실도 사고 싶어졌다. 실제로 지금도 덮어놓고 구매한 실들과 나눔 받은 실들이 한 박스가 있다. 그러나 이 실들을 꿰지 않으면 그냥 실이 많이 있는 사람이 될 뿐이다.
그냥 실이 많은 사람으로 살아서 무엇하겠는가. 이 실을 꿰어서 멋진 편물을 만들어야만 진정한 뜨개러가 될 수 있다. 자 그러면 실을 무엇으로 꿰어야 할까? 앞서 뜨개초보키트를 설명하면서 말했듯이 뜨개용 바늘에는 대바늘과 코바늘이 있다. 그 둘의 차이는 단어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대바늘과 코바늘의 차이는 편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지금부터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바늘을 사용하면 좋은지 알아보도록 하자.
대바늘과 코바늘의 모양
대바늘과 코바늘의 차이를 알아보려면 그 모양이 어떻게 다른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빠르다.
먼저 대바늘을 보자. 대바늘은 뜨개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의 주인공이다. 뜨개질이라고 하면 역시 나이 든 할머니가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이 대표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 옆에는 털실로 된 공들이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가 있고 할머니의 무릎에는 포근해 보이는 담요가 있다. 이때 할머니의 양손에 무언가 긴 바늘같이 생긴 것에 실이 걸려있고 아래로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뜨개질로 만든 편물이 내려와 있다. 이 장면의 그 긴 바늘 같은 것이 대바늘이다.
대바늘은 최소 두 개가 짝이 되어 있어야 뜨개질이 가능하고 필요한 경우 두 개 이상의 바늘을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대바늘을 떠올리면 나무로 된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지만, 대바늘의 종류도 다양하다. 대바늘이라고 나무로만 되어있지 않으며, 스틸(쇠)로 이루어진 대바늘도 있다. 바늘 사이를 이어주는 줄(와이어)이 있는 것도 있고 그 줄이 없는 장갑바늘(DPN)이 있으며, 길이와 굵기(지름)도 그 용도에 따라 다양하다. 이때 대바늘의 굵기는 보통 대바늘의 사이즈를 구분하게 하는 것으로 이 사이즈에 따라서 사용하는 실의 굵기 그리고 편물을 이루는 코의 크기가 달라진다.
자 이제 코바늘을 보자. 코바늘은 비교적 생소할 수 있다. 대바늘과 다르게 이게 뭔가 싶은 모양을 하고 있다. 바늘이라고 부르기에는 모양이 갈고리가 달린 막대기에 가까워 보인다. 대바늘과 다르게 코바늘은 갈고리 모양의 바늘 하나만으로 뜨개질을 할 수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레이스 같아 보이는 대부분의 뜨개 코스터는 코바늘로 만든다. 코바늘도 대바늘처럼 사이즈가 다양하다 코바늘도 굵기에 따라 사이즈가 결정되며 대부분 스틸(쇠)이나 플라스틱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코바늘은 대바늘과 다르게 하나의 바늘만으로 편물을 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바늘과 코바늘이 만드는 짜임새
대바늘의 편물의 모양을 살펴보면 가장 기본적인 모양인 ‘v’ 모양과 ‘-’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v’와 ‘-’가 모여 편물을 구성한다. 재밌는 점은 이런 ‘v’와 ‘-’ 모양으로 다양한 무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코바늘 편물의 모양은 조금 더 입체적이고 한코한코의 모양이 꽤나 다르게 생겼다. 코의 모양들은 기둥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대바늘처럼 ‘v’ 모양이나 ‘-’ 모양이 있기도 하다. 코바늘의 편물들은 대바늘에 비해 화려한 모양을 내기 좋다는 특징이 있다.
무슨 바늘을 살까
무슨 바늘을 구입할지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편물에 따라서 달라진다. 작은 소품을 위주로 만들고 싶다면 코바늘에 먼저 도전하는 것이 좋고, 옷이나 목도리 같은 의류에 도전하고 싶다면 대바늘을 먼저 구입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코바늘로 의류를 만들지 못하고 대바늘로 소품이나 인형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조금 더 적합하다고 할 수는 있다.
코바늘로 만든 편물은 코바늘 기법의 특성상 같은 면적이라도 대바늘 편물보다 무겁다. 반면에 기둥을 세우거나 입체적인 모양을 만들기 좋다. 대바늘로 만든 편물은 코바늘로 만든 편물보다 가볍다는 특성이 있어 크기가 큰 편물을 만들기 좋다. 반면에 입체적인 모양을 만드는 것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바늘을 구입하기 전 가격이 저렴한 바늘을 한두 개 구입하여 기본 편물을 만드는 것을 체험해 본 후 자신에게 맞는 바늘을 찾아 조금 더 좋은 바늘을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대바늘과 코바늘이라는 종류뿐만이 아니라 바늘의 재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스틸바늘은 매끈하여 뜨개과정 중에 실이 걸리지 않고 부드럽게 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처음 뜨는 사람들은 실이 바늘에서 미끄러져 편물을 만들 때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 반면, 나무바늘은 실이 잘 미끄러지지 않아 편물을 만들 때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실을 잡아준다는 특성으로 인해 편물을 만들 때 실을 옳기는 과정이 뻑뻑하고, 실이 잘 움직이지 않아 힘조절이 익숙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힘이 들어갈 수 있다. 실의 종류에 따라서도 바늘을 다르게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실이 미끄러운 재질이라면 나무바늘을 실이 미끄럽지 않고 장력이 적은 실이라면 스틸바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바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결국 본인이 직접 만져보고 떠보면서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 나는 실이 미끄러워도 그렇지 않아도 나무바늘을 선호하는 편이다. 다른 친구는 실이 미끄러워도 스틸바늘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또 코바늘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코바늘로 소품하나를 뜨고는 몇 달간은 코바늘을 쳐다보지 않는 강경한 대바늘파도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편에서 해리가 지팡이를 사러 가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지팡이를 바로 하나만 보고 구입하지 않는다. 다양한 지팡이를 추천받고 한번 휘둘러 보기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지팡이를 찾는다. 휘두르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뭔가 맞지 않기도 하지만 그러한 과정은 잘 맞는 지팡이를 찾기 위함이다. 여러분도 바늘을 사용하다 보면 같은 편물을 만들더라도 느낌이 다르고 다른 사람은 좋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할 것이다. 다른 뜨개러가 추천한 바늘을 사용하다가 나에게는 맞지 않는 기분이 들 때면 자신의 주인을 선택한다는 마법의 지팡이처럼 왠지 바늘도 주인을 선택한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여러분도 다양한 바늘을 탐색해 보면서 나에게 맞는 마법의 바늘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