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 초보를 위한 안내서 #0. 뭐가 필요하다고?
실과 바늘만 있으면 무엇이든 뜰 수 있어!?
뜨개를 시작한다고 생각했을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역시 실과 바늘만 있으면 무엇이든 뜰 수 있을까? 뜨개러들의 가방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내 뜨개 봇짐에만 있는 용품들을 나열해도 10가지가 넘는다.
물론 이렇게 많은 용품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을 뜨고 싶어 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뜨고 싶은 것이 정해져 있다면 필요한 용품은 거기에 맞춰 준비되어 있으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무늬가 따로 들어가지 않는 단순한 목도리가 뜨고 싶다면 실과 바늘, 가위, 돗바늘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러나 만약 인형이나 무늬가 들어가는 편물 등을 만든다면 코수링, 단수표시핀, 뜨개용 안전핀 등 다른 용품들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래서 뭐가 필요하다고?
실과 바늘만으로는 무엇이든 뜰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 그러면 뜨개를 시작하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 사실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내가 뜨고 싶은 편물 중에 관련 용품을 세트로 판매하는 곳을 찾아 실부터 필요한 용품까지 한 번에 구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험 상 이렇게 구입한 용품들은 내구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적절한 용품을 구비하는 것이 지속적인 뜨개 생활을 가능하게 해 준다. 여기서는 가장 기본적인 필수 용품과 더 다양하고 편한 뜨개 생활을 위한 추가적인 용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본 필수 용품
1. 실과 바늘(대바늘/코바늘)
뜨개질을 시작하기 위해 필수적인 용품은 역시 실과 바늘이다. 표준대국어사전에서는 뜨개질을 '옷이나 장갑 따위를 실이나 털실로 떠서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실이 없으면 우리는 허공에 바늘을 휘젓는 일을 할 뿐이다.
뜨개질에서의 바늘을 바느질을 할 때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바늘을 사용한다. 실을 꿰어 모양을 만드는 것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실과 바늘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할 예정이니 여기서는 실과 바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늘에는 대바늘과 코바늘이 있다만 기억하자.
2. 가위
우리는 실과 바늘만 있으면 뜨개질을 시작할 수 있다. 바늘을 이용해 실을 꿰어 편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과 바늘만으로는 뜨개질을 끝낼 수 없다. 다 끝낸 편물에 이어져있는 실을 끊기 위해서는 가위가 필요하다.
첫 담요를 뜨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가위였다. 돗바늘은 구매 사이트에서 옵션으로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에 구비했지만 가위를 잊었다. 집에 있는 일반 사무용 가위를 사용해서 잘랐다.
자르면서 뭔가 맞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실이 미끄러지기도 하고 가위의 날이 무디면 덜 잘려서 여러 번 자르기를 시도해야 했다. 역시 뜨개용 가위가 필요하다!
물론 집에 흔히 하나씩 있는 일반 가위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우리는 집에서만 뜨개질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카페에서도 뜨개질을 하고, 여행을 가서도 뜨고, 이동 중에도 뜨고, 뜨개러들과 차담을 하면서 함뜨를 할 것이다.
그러니 휴대하기 편한 쪽가위나 작은 휴대용 가위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일반 가위는 작고 얇은 실을 한 번에 깔끔히 자르는 데에 부적합하다. 한 번에 똑 끊을 수 있는 힘 있고 날렵한 가위를 구비하길 바란다.
3. 돗바늘
돗바늘은 조금 생소한 용품일 수 있다. 나는 어릴 때 외할머니와 엄마가 돗바늘로 이불을 꿰는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어떤 물건인지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엄마에게 처음 뜨개를 배울 때도 돗바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돗바늘이 다른 바늘과 다른 점은 크기가 크다는 것이다. 그냥 큰, 아주 큰 바늘이다. 뜨개질을 할 때 실을 꿰는 바늘은 따로 있었는데 이 큰 바늘은 어디에 쓰이는가. 편물을 만들기 시작할 때는 필요하지 않지만 완성 후 또는 과정 중에 실을 교체하게 되면 돗바늘이 필요하다. 뜨개러들이 가장 귀찮아한다는 바로 실. 정. 리. 그것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편물을 시작하고 끝낼 때 하나의 실로만 계속 뜬다고 하더라도 양 쪽 끝에 실이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다. 완성 후에도 실을 바짝 잘라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두고 자르게 된다. 이렇게 달려있는 실은 실 정리라는 작업을 통해 사라지게 된다.
실 정리는 편물에 달려있는 실을 돗바늘을 사용해 편물에 다시 꿰게 된다. 이건 또 차차 알아보도록 하자. 어쨌든 돗바늘은 편물끼리 꿰야하는 상황이 오거나, 편물의 작업이 끝난 후 남아있는 실을 보이지 않게 잘 마무리하기 위해 필요하다. 돗바늘 한두 개 정도는 뜨개 봇짐에 넣어 다니자.
더 다양한 뜨개 생활을 위한 용품
기본 필수 용품으로 소개한 용품들만으로도 뜨개질을 즐기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매번 아는 모양의 편물, 비슷하고 단순한 편물만을 만들면 재미없지 않은가. 한동안 SNS 상에 뜨개구리가 유행하면서 나도 처음으로 인형을 떠보았다. 인형을 뜨개질로 만들다니! 정말 작고 귀엽고 그리고 뜨개 특유의 따뜻함이 더해져 절로 애정이 샘솟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것, 그리고 다양한 것을 해보기 위해서는 조금 더 다양한 용품이 필요하다.
1. 줄자/게이지자
편물을 뜨다 보면 필요한 사이즈만큼 떠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목도리 같은 것은 눈대중으로도 사이즈를 재서 만들 수 있지만 옷이나 파우치, 인형 등 다양한 편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이즈를 재는 것이 중요하다. 휴대하기 편한 작은 줄자를 가지고 다닌다면 지금 뜨고 있는 편물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게이지자는 자의 기능을 통해 게이지를 측정하고, 동시에 바늘의 사이즈를 잴 수 있는 구멍이 있어 바늘의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게 한 도구이다. 여기서 게이지는 무엇인가. 무언가를 뜨기 위해 도안을 보면 게이지가 적혀있다. 게이지는 특정한 바늘과 실로 편물을 떴을 때 10 cmX10 cm 정사각형 안에 들어가는 코와 단의 수이다.
사람마다 손땀(뜨는 크기)이 다르기 때문에 도안에서 나오는 편물의 크기와 같은 사이즈의 편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게이지를 재는 것이 필요하다. 게이지를 재는 방법은 추후에 설명하도록 하고 여기에서는 이러한 게이지를 측정하기 위해 게이지자가 필요하다는 것만 기억하자. 게이지는 게이지자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자로도 측정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사방 게이지자를 사용하면 10cmX10cm 정사각형 안에 들어가는 코와 단의 수를 측정하기 훨씬 편리하다.
2. 코수링/단수표시핀
1, 2, 3, 4..., 둘, 넷, 여섯, 여덟, 열... 뜨개를 하면 마법의 주문이라도 외우듯 진지하게 중얼거리게 되는 문장(?)이다. 뜨개를 하는 단위는 '코'인데 코가 많으면 편물이 커지고 코가 적으면 편물이 작게 나온다. 그리고 뜨개에서 쌓아 올리는 한 줄을 '단'이라고 부른다. 그럼 우리가 담요를 떠본다고 생각해보자.... 코와 단을 10 단위로 뜨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 뜨개질을 하다 보면 옷도 뜨고, 이불 같은 담요를 뜨기도 하고, 숄도 뜨고, 커튼을 뜨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코의 수와 단의 수는 100 단위가 될 것이다. 그 상태에서 뜨개를 한참 하다 보면 쎄~한 기분이 느껴지면서 코가..? 맞나? 단을 얼마나 더 해야 했지..? 하는 때가 온다. 그러면 그 100 단위의 코와 단을 처음부터 다시 세야만 하는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 이때, 코수링과 단수표시핀은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다. 코수링과 단수표시단은 뫼비우스의 띠 같은 코수 및 단수 세기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용품이다.
코수링과 단수표시핀은 말 그대로 코수와 단수를 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 코수링은 작은 고리로 바늘에 걸어 사용할 수 있다. 모양은 원형부터 네모, 하트 등등 다양하다. 단수표시핀은 작은 옷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표시하고 싶은 단에 걸어 표시할 수 있다. 코수링과 단수표시단을 사용하여 표시하면 코와 단을 다시 셀 필요가 없다.
또한 코와 단의 수를 셀 때만 사용하지 않고 원형으로 뜨개를 뜰 때 시작 부분을 표시할 때, 다른 편물과 이어야 하는 부분을 표시할 때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코수링과 단수표시핀은 뜨개 생활에 있어서 언제나 다다익선인 용품이다.
3. 뜨개용 안전핀
뜨개 도안을 보다 보면 갑자기 잘 뜨던 코를 잠시 두고 다른 곳을 뜨라고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쥐를 떠본다고 생각해 보자. 쥐의 뒷모습에 있어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것은 역시 꼬리일 것이다. 길고 귀여운 꼬리를 엉덩이 가운데에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다리를 뜨기 전 가운데에 코를 남겨놓아야 한다. 그래야 그 코에 꼬리를 바로 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조금 크고 색이 많이 들어가는 편물을 뜬다고 상상해보자. 하루 종일 뜨개에 몰입하더라도 크고 복잡한 편물은 캐스트 온 후 당일에 바로 캐스트 아웃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때 편물의 코를 그대로 두면 다음날 우르르 풀려있는 참사를 맞이할 수 있다.
이렇게 코를 남기고 한 편물의 다른 부분을 만들기 위해 또는 마무리를 하지 않은 채로 두었다가 코가 우르르 빠지는 참사를 막기 위해 우리는 안전핀을 사용할 수 있다. 뜨개용 안전핀은 옷핀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그 사이즈와 모양이 다양하다. 코를 2~3개 정도만 잡아두고자 한다면 안전핀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옷핀이나 단수표시핀을 사용해서 코를 잡아둘 수 있다.
더 편한 뜨개 생활을 위한 용품
앞서 설명한 용품들은 초보뜨개러인 나의 뜨개 봇짐에 모두 구비하고 있으나, 여기에서 소개하는 용품은 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용품이다. 그러나 주변에 사용하는 것을 보고 언젠가 나도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정말 너무나 뜨개 생활을 편하게 해 줄 용품들이다. 뜨개질을 시작해보고 계속해서 내가 뜨개질을 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 독자분들은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1. 얀 볼/얀 홀더
얀은 실을 뜻한다. 우리가 구입하는 얀은 얀 자체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얀을 감은 모습 또한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양이가 가지고 노는 실 공의 이미지는 판매하는 얀을 따로 동그랗게 말아놓은 것이다. 판매하는 얀의 모습은 일단 먼저 어디서든 흔하게 그리고 적은 양으로 판매하는 얀의 모습들이 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실타래로 감긴 모습일 것이다. 이 모습도 타원형의 모습을 하고 감겨있는 실태래가 있는가 하면, 꽈배기 모양으로 감겨있는 실타래가 있다. 또 하나는 콘사가 있다. 콘사는 콘에 감긴 실이다. 보통 다른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에 비해 그 양이 많다.
각각의 실 그러니까 얀을 감아 판매하는 대로 사용하다 보면 실타래는 도르르 굴러가기도 하며, 콘사는 매번 필요한 양을 휘휘 돌려 풀어내 줘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과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얀 볼과 얀 홀더를 사용하는 것이다.
얀 볼과 얀 홀더는 말 그대로 얀을 넣는 볼과 얀을 잡아주는 홀더이다. 얀 볼은 원형으로 감은 실타래들을 넣어 다른 곳으로 굴러가지 않도록 해주며, 얀 홀더는 주로 콘사를 끼워 실을 당기면 콘이 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실이 풀리도록 해준다. 얀 홀더에는 콘사가 아니더라도 가운데가 비어있는 형태의 볼도 끼워 사용할 수 있으니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얀 홀더를 추천한다.
2. 실 와인더
실을 사서 뜨개를 시작하려고 하면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다. 콘사나 볼로 감겨있는 실은 그래도 시작하는 겉에 시작하는 지점에서 실을 풀면 자연스럽게 풀린다. 그런데 꽈배기 모양으로 파는 실타래를 가지고 뜨개를 시작한다고 생각해보자. 실이.. 어떻게 풀리게 될까?
꽈배기 모양으로 파는 실타래를 사용하려고 풀게 되면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이 된다. 저상태에서 그대로 실을 당기며 사용하게 되면 실이 왔다 갔다 하다가 엉키게 된다. 엉킨 실을 푸는 건 뜨개를 하면서 푸르시오(틀린 지점 또는 그전 지점까지 풀어서 다시 떠야 하는 것) 다음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이러한 종류의 타래는 사용하면서 엉키지 않도록 실을 다시 감아준다. 손으로 공 모양으로 감아도 되지만 실 와인더를 사용하면 훨씬 빠르고 쉽게 그리고 실의 숨이 죽지 않게 감을 수 있다.(손으로 감는 경우 장력으로 인해 감은 실이 눌릴 수 있다)
실 와인더는 말 그대로 실을 감아주는 기구로 감아서 사용해야 하는 실을 사용할 때 편리하다. 또한 콘사로 산 실의 양을 소분하여 사용하고 싶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손염색실의 경우 꽈배기 모양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손염색 실을 자주 많이 사용하는 뜨개인이라면 실 와인더를 구비하는 것이 좋다.
3. 프로젝트 백
프로젝트 백은 일종의 뜨개 도구 주머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의 두 물품에 비하여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하나쯤 구매해도 좋을 용품이다. 프로젝트 백의 모양은 다양한데 보통 주머니나 작은 가방과 같이 생겼으며, 구멍이 있어 안에 있는 실을 구멍 밖으로 꺼내어 뜨개 작업이 가능하다.
이동하면서 뜨개를 하다 보면 실이 굴러다니거나 테이블 같은 곳에 넣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프로젝트 백에 넣어 뜨개를 하면 실을 보관하면서 동시에 뜨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뜨개를 하다 보면 자신이 어느 정도의 봇짐 크기를 가지고 다니는지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 오니 자신이 자주 들고 다니는 뜨개 봇짐의 양을 고려하여 구입하면 된다.
뜨개 생활=봇짐 생활
한동안 가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는 콘텐츠가 유행했었다. 그걸 보면 뜨개러들의 가방으로 영상을 찍으면 정말 귀엽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소분된 실부터 작고 알록달록한 단수링들, 커다란 콘사를 들고 다니기도 하고, 심지어 작은 사이즈의 얀 홀더를 들고 다니기도 한다.
여기에서 설명한 용품은 정말 정말 적다. 뜨개 생활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질문이 "그건 뭐예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뜨개 용품의 종류와 모양이 다양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용품이 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설명했듯 나도 이러한 용품이 모두 구비되어 있지는 않다.
뜨개를 처음 시작한다면 기본 필수용품만을 우선 구입하여 뜨개 초보의 생활을 조금 즐기다가 더 다양한 작업으로 인해 필요한 용품들이 생긴다면 그때 적절한 용품을 추가로 구비하면 된다. 우리는 모든 용품을 구비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