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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07 Notting Hill

영국 런던 : Track.07 She - Elvis Costello

by 한스
2019.09.21 (토)
영국 런던 노팅힐
Track 07. She - Elvis Costello





영화와 같은 연인이 나타나길 바라며



How long are you intending stay here in Britain?
(얼마나 영국에 머무르실 건가요?)

Indefinitely.
(영원히요)
<영화 : Notting Hill>



영국에 오기 전,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정주행했다. 해리포터 시리즈, 킹스맨, 어바웃타임 등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보며 런던여행 뽐뿌를 제대로 불어넣고 왔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바로 노팅 힐이었다. 특히 노팅힐의 마지막 장면인, 대커(휴 그랜트)가 영국 출국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장면이 가장 여운에 남는다.


영화 노팅힐은 제목처럼 런던의 노팅힐을 배경으로 촬영했는데, 오늘은 영화 속 노팅힐 거리를 거닐어보았다. 특히 런던의 3대 시장인 포토벨로 마켓이 열리는 토요일에 맞춰서 노팅힐에 갔다.


노팅힐에는 런던에서 유명한 포토벨로 마켓이 열린다. 평일에는 평범한 거리가 주말에는 세계 각국의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큰 시장이 된다. 내일부터 비 내리는 날씨가 계속되는 일기예보를 봐서 그런지 몰라도 포토벨로 마켓에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

1_런던 (24).jpg


많은 인파 속의 사람들이 찾는 노팅힐의 매력은 영화 속 노팅힐의 한 책방에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할리우드 스타와의 로맨스 여운을 잊지 못함이 아닐까? 영화 속 남자 주인공 대커처럼, 나에게도 예상치 못한 인연이 다가오지 않을까하는 그런 기대감이 마음 속에 있는 듯하다. 마음에 드는 인연이 없는 솔로 상태로 여행을 왔기에, 그런 마음이 더 드는 듯하다.


책방에서 같은 주제의 책을 함께 보는 로망,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함께 웃어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걸 바라는게 큰 소망은 아니니까. 그저 작은 소망이라 생각하니까. 할리우드 스타의 모습이 아닌 여성으로서의 '안나'를 사랑한 대커처럼, 나 역시도 겉모습이 아닌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노팅힐 서점'은 작은 서점에서 펼쳐진 세기의 로맨스처럼 언젠가 펼쳐질 내 인생의 로맨스를 꿈꾸게 하는 공간이었다. 괜히 가슴이 선덕선덕해지고, 말랑말랑해진다.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27살 아직은 소년의 마음을 지녔던 노팅힐 서점에 데려오고 싶다.


노팅힐 서점과 포토벨로 마켓을 구경하며 영화 노팅힐의 여운을 느낀 뒤, 컵케이크로 유명한 허밍버드 베이커리에서 레드벨벳 케이크를 맛보았다. 세븐 시스터즈 투어를 진행해준 가이드분께서 꼭 레드벨벳 케이크를 먹어보라며 강추했는데, 그 이유를 한입 베어먹자마자 알았다. 달달한 해피 엔딩으로 끝난 영화 노팅힐처럼 노팅힐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혀 끝에 달달하게 남았다.


런던_허밍버드.jpg 런던 노팅힐 허밍버드 베이커리의 레드벨벳 컵케이크





런던의 언덕에서 노을을 맞이하며


동행분과 노팅힐을 나오고, 런던 아이와 버킹엄 궁전에서 수다를 떨었다. 우리들의 목적은 런던의 노을을 느껴보는 것으로 맞췄다. 일몰 시간에 맞춰 노을맛집으로 이동했다. 런던의 노을맛집은 바로 프림로즈 힐(Primrose Hill)이다.


프림로즈 힐에 가기 전 미리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했다. 노을맛집인만큼 한국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언덕의 잔디밭에 앉아 노을이 지는 런던 시내를 눈에 담아두고 있었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런던의 모습은 조용했다. 언덕 뒷편으로 해가 지면서 붉은 빛이 런던 시내를 감돌았다.


파란 하늘이 점차 검은 하늘로 변하는 과정을 차마 카메라가 전부 담지 못하는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다. 노팅힐이 영화 속 감성으로 가슴을 뛰게 했다면, 프롬로즈 힐은 변해가는 하늘을 보며 마음이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다. 프롬로즈 힐은 조용하게, 그저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런 말이 없이 노을이 진 런던 시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로맨틱한 공간이었다.





검은 바탕의 붉은 빛을 뿜어내는 런던아이를 들다


노을이 어느 정도 지자 프롬로즈 힐에서 내려왔다. 시내로 돌아와 런던아이 야경을 찍는 것으로 마지막 일정을 잡았다. 프롬로즈 힐에서 다시 런던아이로 돌아와 런던아이 야경을 배경 삼은 사진을 남겼다. 내일부터 비가 예고되어 있으니 맑은 하늘의 야경을 남기는 건 오늘뿐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셔터를 많이 눌렀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붉은 조명의 런던아이는 더욱 붉게 자신의 모습을 뽐낼 뿐이었다.


영화 같은 노팅힐과 포토벨로 마켓, 여유로운 프림로즈 힐, 그리고 붉은 아우라를 뽐내는 런던아이. 런던에 여행하는 기간 동안, 가장 오랫동안 머무는 런던의 매력은 계속해서 마음속에 쌓이기만 한다.


누군가 영화 노팅힐처럼 내게 얼마나 영국에 머물고 싶은지 묻는다면, 나는 역시 영화 노팅힐의 마지막 대사처럼 답하겠다.


“Indefini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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