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 - 이슬람 여행
중동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무슬림을 경험해보지 못한 한국에서 이슬람은 여성을 차별하는 비윤리적인 종교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언론이 다루는 이슬람은 가족의 명예를 위해 자신의 딸이나 여동생을 살해하는 명예 살인처럼 잔인하고 비윤리적인 일들이나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 테러 같은 끔찍한 일이나 낙후된 여성 인권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으로 미디어의 특성상 자극적인 주제들이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대부분의 기준으로 이슬람이 여성을 차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며, 세계인들은 2021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집단인 “탈레반”이 다시 지배하게 된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자유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것을 미디어를 통해 목격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역행은 현대 이슬람의 크나큰 실패로 사람들은 1300년을 이어온 거대 종교 이슬람의 실체를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슬람 신자들이 거주하는 모든 곳은 여성들이 살아가기 힘든 곳일까? 우리가 말하는 이슬람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세 대륙에 걸쳐 57개 국가와 16억 명이 넘는 수많은 민족들이 모인 거대한 용광로와 같은 곳이다. 아프가니스탄 같은 일부가 이슬람의 정체성을 대표한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가장 유명한 이슬람의 악습들인 명예 살인, 조혼, 여성 할례는 이슬람 이전부터 있던 일부 지역의 악습이 이슬람 전체의 문화로 알려진 것으로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탈레반, ISIS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자신과 같은 무슬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런 곳에서 살고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편의상 이슬람 지역이라고 말하지만 이슬람은 실제로는 상당히 복잡하게 서로를 구분하고 있으며, 민족적으로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아랍권 이슬람 국가와 비 아랍권 이슬람 국가로 나뉘며, 지역적으로는 아라비아 반도가 중심인 중동 지역과 터키, 이란을 포함한 서아시아서부터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동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네시아는 2억 명이 넘는 이슬람 인구가 있으며 또한 종교적으로는 국가의 법에 이슬람의 율법 “샤리아”가 포함되어 있는 이슬람 국가들과 종교와 정치를 분리한 세속주의 국가들로 구분할 수 있다.
이슬람은 정치, 종교적으로 강력하게 뭉쳐진 하나의 집단이 아니며, 누구나 신앙 고백인 1) 샤하다를 선언하면 무슬림으로 인정하는 느슨한 공동체로 지역과 민족마다 모습이 다른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구의 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세속주의 국가인 터키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반바지 반팔 축구 유니폼을 입고 축구를 즐기는 여학생과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인 2) 히잡으로 머리를 가리고 긴 팔과 긴치마를 입고 수업받는 여학생들을 동시에 한 학교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옆 나라 이란은 민주적인 대통령 제도는 있지만 권력은 종교 최고지도자가 가지고 있는 신정 국가로 이란을 방문한 외국인 여성도 머리를 스카프로 가려야 하며 국민의 옷차림과 행동을 관리하는 종교 경찰이 있다.
여성이 이슬람 지역을 여행한다면 주의해야 할 것들은 분명히 있다. 첫 번째. 이슬람을 여행해서 위험한 것이 아닌, 어느 곳을 여행하는 것에 따라서 여행의 안전과 자유는 많이 다르다. 수염을 기르지 않는 한국 남성이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면 현지인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몰매를 맞을 수도 있지만.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한국 여성이 탱크 탑을 입고 거리를 걷는다고 이상한 일이 생기진 않는다. 여행 전 외교부에서 제공하는 해외여행 안전정보를 참조하자. 여행금지 국가는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고 안전하지 않으며, 그중 여성이 더 위험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두 번째. 이슬람 지역을 여행하는 여성들은 불쾌한 캣 콜링이나 성추행에 가까운 일들을 겪는 경우들이 있다. 2006년에 호주의 유명한 3) 이슬람 성직자는 여성이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하는 것은 천박한 옷차림 때문이라고 말해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다. 현대 사회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이슬람 성직자들의 이런 발언은 흔한 편으로 보수적인 이슬람 종교학자들인 4) 울라마들은 여성이 유혹하면 남성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독교가 개인의 구원을 위한 개인의 종교라면 이슬람은 공동체를 우선하는 종교로 무슬림 개인은 이슬람 공동체에 예속되는 존재이며, 개인의 독립되고 완전한 인권의 보장을 근원적 가치로 우선하는 현대 사회의 자유주의적 기준과 충돌한다. 이슬람에서는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지만 성별에 따라 부여되는 권리와 의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기준인 5) 샤리아는 12세기에 정지되었기 때문에 팔백 년이 지난 현대 사회에서 이슬람 여성은 차별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결혼 이전 성행위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슬람은 타 종교의 신자들은 성적으로 무슬림에 비해서 자유롭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으며,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감히 하지 못하는 행동을 지역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 저지르는 경우들이 있다. 이는 이슬람의 문제만이 아닌 공동체적 결속이 강한 힌두교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성추행이나 캣 콜링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나. 가해자와 대화하지 말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알리고 무슬림 여성들에게 도움을 구하며, 경찰과 같은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세 번째, 이슬람 국가라도 여행자가 많은 여행지에서는 복장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사원 같은 종교적인 시설이나 현지인들의 마을에서는 방문한 국가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적당한 복장을 입는 것을 추천한다. 이슬람은 힌두교와 마찬가지로 상의보다 하의 노출을 더 꺼려하는 경향이 있으니 여행 준비를 할 때 긴 바지나 발목 근처 길이의 치마와 얇은 숄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이슬람 사원에 방문할 때에는 여성만 머리카락을 스카프와 같은 천으로 가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원래 중동지역의 전통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신전처럼 신성한 곳은 머리카락을 가리는 것이 예의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공통의 예의이며, 한국에서 천주교로 불리는 로마 가톨릭은 1969년 전례 개혁 이전까지 성당에서 여성들이 숄로 머리카락을 가리는 것이 규칙이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지만 1970년대 이전까지 이슬람 지역에서 히잡과 같은 머리를 가리는 종교적인 행위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1948년 강대국들의 횡포였던 팔레스타인 분할과 이스라엘 독립으로 시작된 1차 중동 전쟁 이후 1973년까지 벌어진 네 차례의 중동 전쟁은 강력한 동맹국 미국의 도움으로 이스라엘이 승리했고 패배에 실망한 이슬람 권의 지식인들은 서방의 문화에 거부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이란을 비롯한 이슬람권에선 여성들이 짧은 치마나 반소매 같은 서양식 옷을 즐겨 입었고 바닷가에선 몸이 드러나는 수영복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연이은 이슬람 국가들의 패배는 “이슬람은 완전하지만 서양의 문화에 물들어 실패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브파와 같은 근본주의자들이 힘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이슬람권은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새로운 이슬람주의를 찾게 되었다. 이란은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최고지도자가 성직자인 신권 국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같은 해 벌어진 메카 그랜드 모스크 점거를 계기로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을 받아들인다.
서구의 기준으로 이슬람 여성의 히잡은 차별이라고 한다 하지만 2013년 뉴욕에서 시작되었고 현재 140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히잡의 날을 만든 방글라데시 출신의 나즈마 칸은 “히잡은 정숙의 미덕을 보여주는 상징이고 이슬람 신앙의 일부”라며 누구도 이슬람을 믿는 것으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1970년대 히잡 착용 금지를 반대했던 이란의 여성들은 지금 이란 정부의 히잡 강요에 저항하고 있다. 전 세계 이슬람 여성들의 선택의 자유가 이루어졌을 때 부르카, 히잡, 차도르는 종교의 탈을 벗고 지역의 복식 문화로 되돌아갈 것이다.
주
1) 샤하다(아랍어: الشَهَادَة)는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무함마드는 그분의 사도입니다."라는 이슬람교의 신앙 고백이다.
2) 긴 스카프나 두건을 이용해 머리와 가슴 부분을 가리는 전통 복식, 단정한 복장과 행동이라는 뜻이 있다.
3) 이슬람은 성직자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슬람의 예배를 진행하는 이맘(이끄는 자)은 기독교처럼 특별한 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아니라. 지역의 학식이 높거나 존경받는 사람을 자체적으로 추대하며, 금요 예배를 진행한다. 이슬람은 기독교의 교황처럼 하느님의 말을 전달하는 중간 단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4) 울라마는 마드라사(신학교)에서 공부한 “학자”를 뜻하며, 꾸란과 율법을 공부하는 자로서 공동체의 원칙(이즈마)을 정하고 합의하는 사람이다.
5) 이슬람교의 기본법, 무함마드가 사람들에게 전한 꾸란과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를 기반으로 무슬림들의 행동을 5가지로 분류한다. 샤리아는 12세기 수니파 법학의 발전으로 중요한 부분이 완벽히 완성되었으며, 그것을 이즈티하드의 문이 닫혔다는 말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