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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더군 Dec 15. 2022

올해 인도 영화제의 불쾌함에 대하여.


얼마전에 인도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감사하게도 한국영상자료원과 주한인도대사관 / 인도문화원은 우수한 인도의 영화를 상영하는 '인도 영화제'를 개최해주었고 영화제의 첫번째 영화인 "파트마바티"를 보며 즐거운 시간이 될 예정이었다. 




이 영화제는 인도대사관 주최로 영화제의 처음에 인도 대사와 시장대리등 내빈들이 꽤 많이 있었고 인도와 인도영화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찾은 즐거운 자리가 될만한 기회였다.  




하지만 과연 첫번째 영화 "파드마바트"의 선정이 옳았냐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큰 의문이 있다. 민족주의가 세계를 전쟁으로 내몰았던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백년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 세계는 신민족주의의 시대로 다시 달려가는 중이고 인도도 마찬가지라는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요즘 소위 “국뽕” 영화의 유행은 전세계적인 추세라고 할만하다. 반일, 반중에 미쳐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국도 비슷한 수준의 나라니까 하지만 거기에서 또 추가로 인도 최악의 악습중에 악습인 사티를 미화하는 영화를 영화제의 첫번째 작품으로 선정한 인도대사관은 문제가 없는것인가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인 선택으로 영화를 보는것과 다르게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관이 영화제의 첫번째 작품으로 민족주의적 작품을 고르는것은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민족주의와 악습인 사띠를 미화하는 영화를 선택했다는건 상대국 국가의 국민들에게 실례라고 할만한 행동으로 봐도 충분하다. 




“사띠란 
인도 서부 라자스탄 주에서 내려오고 아직도 근절하지 못한 인도 최악의 악습 중 하나로 남편이 사망하는 경우 아내에게 따라 죽으라고 강요하는 전통 악습이다.” 



가장 마지막 사띠의 기록은 2008년이다. 인도인들은 이제는 사라지는 악습이라고 말하지만 불과 얼마전인 2020년에도 힌두 전통주의자들의 대규모 사띠 찬양 집회가 있었고 힌두 극우정당들은 그들을 용인하고 있는게 지금 인도의 현실이다. 




그리고 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역시 힌두 극우, 전통주의자들의 지지 기반인 아요디아 사건을 이용해서 세력을 키운 정치인으로 요즘 인도의 분위기는 힌두만이 용인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으며, 전통적인 적대국인 파키스탄에 대한 증오가 소 식용 금지는 물론이고 도축금지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종교적인 우경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 “파트마바티”는 2018년 그야말로 인도 최고의 문제작이었다고 한다. 개봉 전 유출되었던 내용이 영화의 주인공인 파트마바티 왕비가 이슬람의 왕과 함께 로맨스를 암시하는 장면이 있다며, 현 인도 여당의 당 간부가 영화 감독을 죽이는 사람에게 17억원의 현상금을 지급한다는 살해 협박이 있었고, 2018년 영화 개봉 전에는 뉴델리를 포함해 힌두 기반이 강한 지역에서 대규모 상영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과연 이정도로 큰 이슈가 있었던 영화를 인도대사관에서 모르고 선택했다고 보지 않는다. 영화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면, 스펙타클한 전쟁 신, 아름다운 인도의 자연이 담겨있는 영화이며, 크게 흥행했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했다고 국교를 맺은 타국의 국민들에게 그냥 들이밀어서는 안되는 부적절한 영화가 “파트마바티”이다. 




나는 영화에 관해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로 영화를 관람했고, 영화 중 사띠가 시작되자 더이상 영화를 보기 힘들어 자리를 떠났다. 사실 나는 인도 영화의 팬이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보다는 인도 영화를 훨씬 많이 보기는 했고 찬란하다는 말이 모자를 정도로 아름다움과 소탈함, 그리고 다양한 문화가 섞인 인도 영화를 좋아한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파트마바티”를 보았다면 아마 이런 글을 쓸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사관은 국가를 대표한다. 그리고 인도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몰지각한 영화 선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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