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가 책 한 권을 뚝딱 요약해 주었다.

이래도 되는 거야?

by 밥이누나

소소하게 작품을 모으고 있다. 아트 컬렉터라는 말로 나를 표현하기엔 규모가 작지만, 최근 옥션에서 작품을 낙찰받기도 했으니 컬렉터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9년째 국공립 미술관 학예팀에 근무하면서 전시홍보, 기획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옥션에서 심향 박승무의 <기명절지도>라는 작품을 낙찰받으면서 아트 컬렉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약 10여 년간 미술을 공공의 영역으로 연결하는 일을 하다가 취미처럼 시작한 개인적인 영역의 컬렉팅은 새로운 즐거움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전문 컬렉터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읽을만한 책을 검색하다 보니 "가난한 컬렉터가 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이라는 눈에 띄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게 됐다.



평소 거의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구매한다. 무거운 게 싫고 집에 책을 쌓아두는 건 더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이 별로 없는 나에게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위의 책은 전자책이 없고 실물로만 구매할 수 있었다. 집에 책을 쌓아두는 걸 싫어하는 나에겐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책을 샀는데 내용이 별로면 결국 버리게 될 텐데, 그럼 너무 아까운데 이걸 어쩌지?



불현듯 'ChatGPT'라는 녀석이 떠올랐다.

논문이나 과제할 때 ChatGPT가 답을 주거나, 로스쿨 시험문제도 문제없이 풀어냈다는 기사내용이 떠올랐다. 아, 혹시 ChatGPT가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https://openai.com/blog/chatgpt



위 사이트로 들어가서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마치면 바로 채팅창으로 들어갈 수 있다. 굉장히 심플한 구성으로 되어있어 마음에 들었다. 영문으로 입력하면 더 양질의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고 하여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질문을 남겼다.



"엘링카게의 <가난한 컬렉터가 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 책의 내용을 요약해 줘"

진짜 답을 줄까?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ChatGPT는 거침없이 답을 쏟아냈다.





엘링 카게의 '가난한 수집가의 위대한 미술품 구매 안내서'는 미술품 구매에 관심이 있지만 경제적인 제약 때문에 망설이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노르웨이 출신의 모험가 카게는 제한된 수단으로 시작해 점차 주목할 만한 컬렉션을 구축한 미술품 수집가로서의 개인적 경험과 통찰력을 공유한다.



카게는 독자들에게 1. 유행을 따르거나 명성에 따르기보다는 개인적인 취향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2. 신흥 예술가들이나 덜 알려진 작가부터 적당한 가격의 작품들을 사는 것으로 작게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그는 또한 3. 자신을 교육하고 다른 수집가들과 예술가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아트페어와 전시회에 참석할 것을 제안한다.



카게는 컬렉션을 구축하는 데 있어 인내와 인내의 중요성과 함께 계산된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또한 독자들에게 예술은 단순히 재정적 투자가 아니라 본질적인 가치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상기시킨다. 즉 '가난한 수집가의 위대한 미술품 구입 가이드'는 경제적 상황에 상관없이 미술품 수집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질적이고 영감을 주는 가이드다.





위 텍스트는 영문으로 표시된 내용을 네이버 파파고를 이용해 간단하게 번역한 뒤 단어나 문맥이 어색한 부분을 살짝 수정한 것이다. 하지만 수정전 한글로 내용을 봤을 때도 전체적인 문장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번역기는 계속 정교해지고 있고 굳이 영어를 할 줄 아는 게 중요하지도 않게 된 느낌이다. ChatGPT가 해준 이야기들은 대충 맞는 것 같았지만 너무 일반적인 내용이라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을지를 질문했지만 조금 더 길게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길게 늘어트린 같은 답변 중 말꼬리를 잡을만한 녀석이 눈에 띄었다.



"카게가 다루는 미술품 수집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미술 시장이다. 그는 시장이 위압적이고 압도적일 수 있지만, 약간의 연구와 능숙한 협상 기술로, 양질의 예술 작품에 대한 큰 거래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카게는 딜러와 관계를 맺고 경매에 참석하는 등 시장을 탐색하는 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팁을 제공한다."



위에 ChatGPT가 언급한 능숙한 협상기술, 그리고 실질적인 팁이 무엇인지가 알고 싶은 내용 아닌가? 그게 뭔지 한번 더 물어보았다. "아까 네가 위에서 언급한 능숙한 협상기술이라는 것, 그리고 시장을 탐색하는 실질적인 팁이 어떤 거야?"





1. 조사하기: 구매하기 전에, 예술가와 예술작품에 대한 숙제를 하세요. 과거에 비슷한 작품들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알아보고, 현재 시장 동향을 파악해 보세요.



2. 딜러와의 관계 구축: 미술 딜러와의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더 나은 가격을 협상하고 독점적인 작품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갤러리 오프닝 및 이벤트에 참석하고 아트워크에 대한 질문을 함으로써 딜러점과의 관계를 구축해 보십시오.



3. 인내심을 가져라: 부담스럽다는 이유만으로 급하게 구매하지 마세요. 시간을 들여서 적당한 가격에 알맞은 작품을 찾으세요.



4. 정중하게 협상: 협상할 때는 공손하고 정중해야 한다. 딜러를 얕잡아 보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마세요. 대신, 합리적인 제안을 하고 타협에 마음을 열어라.



5. 떠날 준비를 하세요: 만약 당신이 가격에 동의할 수 없거나 그 작품이 옳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떠날 준비를 하세요. 감정이나 압박이 당신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지 마세요.



카게는 또한 최신 트렌드를 따르거나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보다는 자신의 본능을 믿고 자신의 취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독자들이 그들에게 개인적으로 말하는 것에 집중하고 새로운 예술가와 스타일을 발견하는 것에 개방적이 되도록 격려한다.





오, 맨 처음 단순히 요약해 달라는 질문보다는 조금 더 실질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질문한 세 가지 스텝은 다음과 같다.



1. 책 내용 요약해 줘

2.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줘

3. 구체적으로 알려준 내용에서 포인트가 되는 단어에 대해 정확히 알려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범위를 좁혀나갈수록, 최대한 구체적으로 질문할수록 조금 더 괜찮은 답변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ChatGPT를 활용함에 있어서 질문을 얼마나 정교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ChatGPT는 책 한 글자 읽지 않고 내용을 알려달라는 나에게 어쨌거나 적절한 답변을 주었다. 조금 더 분석적으로 바라보자면 큰 틀에서 컬렉팅의 일반적인 내용을 벗어나지는 못했는데, 이는 어쩌면 이 책인 가진 한계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가난한 컬렉터가 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이라는 책 제목부터가 조금 모순이 있는 것도 같다.



뉴스에서 떠들썩하게 말하던 ChatGPT가 읽지도 않은 책 한 권을 뚝딱 요약해 주었다. 좋긴 한데 이래도 되는 거야? 사실 이래도 되나 안 되나가 문제가 아니라, 내 곁에 더 가까이 다가올 AI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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