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밥이누나 Sep 19. 2023

일러스트의 완성 - 채색 편

레퍼런스 이미지와의 놀라운 싱크로율!

+ 미술관 전시 개막준비, 끝나자마자 떠난 늦은 여름휴가로 인해 애니매니션 제작기 브런치 발행이 조금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매주 발행이 될 예정이오니 재미있게 봐주세요!



스케치를 마치고 바로 채색으로 들어갔다. 처음부터 채색은 기본적으로 작가님께 온전히 맡겨서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일러스트 작가님만의 특유의 따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의뢰하게 되었으니까.


1차



1차 채색에서의 수정사항은 밥이 스카프 색깔이었다. 밥이는 노란색을 참 좋아했다. 하네스도 노란색,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도 노란색이었다! 그래서 스카프 색깔을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변경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의견을 드리게 되었다. 아울러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지만 김밥이는 다른 강아지들과는 다르게 옷 입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옷만 입히려고 하면 쬐만해서 별로 무섭지도 않은데 으르렁대고 난리였다. 그래서 산책을 옷을 입고 한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위아래 컬러풀한 옷을 입고 있기보다는 뭔가 벗은 것처럼, 평소모습 그대로 흰 몸통이 드러난 것처럼 흰 옷을 입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다. 그 의견은 아래 2차 시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2차



거의 완성인 것 같았지만 어딘가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상상의 강아지나라 치고는 하늘색이 조금 단조로운 것 같이 느껴졌다. 작가님께 하늘에 그러데이션이 있어서 조금 더 몽환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할 수 있냐고 문의드리게 됐고, 아래 최종그림처럼 마음에 드는 첫 번째 컷을 얻게 되었다.


최종컷!



1차



두 번째 컷은 밥이가 '잠깐만!' 을 외치는 모습이다. 사실상 거의 수정사항이 없었지만 그래도 밥이의 전매특허 트레이드 마크인 발가락 색깔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김밥이의 발가락은 핑크색이지만 군데군데 얼룩덜룩하게 검은색 점박이가 있었다. 고소한 냄새를 맞느라고 발바닥을 자주 들여다봤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차 시안에서 발가락 색깔을 조금 바꾸어서 최종 시안을 정하게 됐다.






최종!



세 번째 컷은 밥이가 강아지 나라에서 무지개 미끄럼틀을 타고 꿈속의 세계로 건너오는 컷이다. 강아지가 죽었을 때 우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미 무지개다리 저편, 강아지 나라에서 살고 있는 김밥이가 꿈속에서 보고 싶은 누나를 만나기 위해 무지개 미끄럼틀을 타고 꿈의 세계로 건너오는 것 같은 표현을 생각하게 됐다. 첫 번째 채색에서는 밥이가 뛰어내리는 구멍이 검은색으로 표시가 되어있었는데, 더 좋은 나라에서 뛰어내려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어서 강아지나라의 하늘처럼 보일 수 있게 수정을 요청드리게 됐다.


1차



하늘은 갤럭시나 은하수와 같이 몽환적이고 어두운 배경이었으면 좋겠다고 처음에 말씀을 드렸었는데, 이렇게 보랏빛의 환상적인 하늘로 나타나게 될 줄이야! 내 머릿속에 있는 상상보다 더 멋있게 표현이 된 것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최종



1차



네 번째 컷은 다시 봐도 사진과 놀라운 싱크로율로 완성이 되었다. 단순히 사진을 똑같이 묘사했다기보다는 하늘의 느낌이 그날의 분위기까지 담아낸 것 같아 놀라웠다. 1차와 최종본의 수정사항을 눈치채지 못한 분들도 계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잘 보면 그림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풀과 나무 부분도 하늘처럼 색깔의 변화가 있는 입체적인 표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부분을 요청드려 최종본을 완성하게 됐다. 채색에 대한 부분을 진행하다 보니 같은 그림이라도 색깔을 조금 더 다채롭게 사용해서 입체감이 있는 표현이 그림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배경을 한두 가지 색으로 단순하게 마무리하는 것보단 다양한 층이 있는 색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최종



마지막 컷은 꿈에서 깨어난 나의 모습이다. 내 방 침대에 덩그러니 앉아 창밖에 밥이를 바라보는 내 모습. 채색에서 1차와 2차는 햇살 번짐 표현의 강도차이를 빼고는 크게 다르지 않다.



1차


2차



깨알같은 디테일!



침대 위 액자를 보면 나와 밥이의 사진이 있는데, 이 디테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내가 요청드린 사항도 아니고 심지어 레퍼런스 이미지로 보낸 사진도 아니었다. 일러스트 작업을 하다 보니 작가님과 인스타그램 맞팔을 하게 되었는데, 작가님께서 인스타그램에 있는 김밥이와 찍은 사진을 보고 임의로 넣어주신 컷이었다. 이 컷을 보고 일러스트 작가님도 나만큼이나 이 작업에 진심으로 임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어 감동을 많이 받았다. 사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작업에 신경 써주심에 아직도 감사한마음이 크다. 또 잘 보면 액자에도 살짝 빛 번짐 표시가 있는데, 액자에도 빛이 반사되는 모습까지 디테일하게 나타내주셔서 많이 놀라기도 했다.



최종



최종본에는 액자의 그림이 조금 더 잘 보였으면 해서 액자 안에 빛 번짐은 없는 것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이건 정말 나만 알 수 있는 디테일이지만 이런 게 창작하는 재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완성한 일러스트가 어떻게 되었냐고? 아직 못 보신 분들을 위해!

https://brunch.co.kr/@bob2nuna/36


매거진의 이전글 상상을 현실로 - 스케치 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