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기계라도 가끔은 타석에 들어서고 싶어서

단상

by 밈바이러스

야구에서 아웃된 타자는 자못 침울한 표정으로 벤치로 걸어나간다.


우선 자신을 세상에 제대로 내보이지 못했다는 아쉬움. 팀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속상함. 무엇보다 왠지 자신이 약간 싫어지는 듯한 기분. 그리고 나는 이 야구라는 스포츠와 그닥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의구심.


인생에는 아웃될 위기와 아웃의 순간이 도처에 넘쳐난다. 짝사랑하던 친구한테서 아웃되고 면접에서 아웃되고, 난 이 세상과는 맞지 않는 사람인가 괴로워하고. 보통의 삶에서 아웃된 낙오자인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어느덧 아웃될 기회마저 몇 번 남지 않은 9회 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당신은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결코 조화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다만 세상의 극히 작은 일부분과 그닥 상성이 좋지 않은 것이다. 지극히 자의적인 로컬 규칙에 매몰되기보다는 다른 게임과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절대로 우리 모두에게 공통되는 단 하나의 유일한 게임과 규칙은 잊지 마시라. LIFE GAME & ALL WE DIE.


인생은 분명 어떤 아웃의 순간을 겪느냐

그리고 그 아웃 순간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갈려버리는 것이다.


내가 나의 인생 게임에서 노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번트와 도주 볼넷, 데드볼뿐이더라도. 아주 가끔씩은 아웃을 각오하고서라도 벤치에서 나와 타석에 들어간다.


은둔기계라도 내가 좋아하는 게임에서라면 기꺼이 아웃될 각오를 무릅쓸 수 있는 법.


덤벼라 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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