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론자 Jan 09. 2023

자아라는 환상

최신 행동과학, 인지과학, 뇌과학. 뒤통수가 얼얼해질 겁니다. 

20살, 대학생 새내기 시절 맞닥뜨린 '나'라는 수수께끼는 정말 희대의 난제였다. 하지만, '생각한다는 착각'을 쓴 행동과학자, 닉 채터가 제시한 새로운 이론에서 영감을 받아 수수께끼의 답을 발견했다. 

자아는 실재하지 않는다.

  무아지경을 들어 봤는가. 뭔가에 몰입할 때 우리는 자아를 잊는다. 그런데, 자아라는 것은 우리의 내면세계를 대표하는 녀석이 아니다. 애초에 우리에게 풍부한 내면세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아는 우리의 뇌가 즉흥적인 사고를 통해 지어낸 가상의 등장인물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몰입할 때 자아를 잊는 것이 아니라 자아는 원래 없고, 뇌가 몰입하기에 바빠서, 즉흥적이고 연쇄적인 의식적 사고를 하지 않는 것이다. 자아라는 것과 내면세계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체성이랑 가치관, 성격도 허구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자아라는 것이 허구에 불과하다면, 무엇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가. 무엇이 나를 다른 개체와 구별 지어주는가. 그것은 기억이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아오며 다른 것을 배우고 느낀다. 그리고 경험과 정보를 기억으로서 뇌의 저장 공간에 쌓아둔다. 그 기억은 또 다른 경험과 정보를 통해 변형되기도 하며 묻히기도 한다. 기존에 있던 기억이 새로운 경험과 정보의 습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사람마다 같은 것을 봐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이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기억들이 연쇄되어 자아라는 것이 즉흥적으로 형성되므로,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이 된다든지 사람이 단숨에 변한다든지 이러는 것은 쉽지 않다. 내향적인 사람의 기억에는 자신이 내향적으로 행동한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런 기억이 수적으로 우세해서, 자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착각해 버린다. 하지만 우리는 변할 수 있다.

  이미 자아라는 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깨우쳤을뿐더러, 우리는 어떤 생각을 흘려보내고 어떤 생각을 품을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기억 저장 공간에 담긴 특정 기억을 다른 기억보다 우세하게 만들 수 있다. 반복하면 된다. 반복하는 것만이 내 안에 흐르는 피가 된다. 내가 반복해서 행하는 것이, 곧 나이다. 매일 자신의 목표와 가치관을 손으로 쓰고 외치고 의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흥적인 뇌가 퍼즐을 맞출 때 특정 퍼즐 조각에 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매일 입 닫고 철학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

  우리의 뇌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외부 신호를 처리해서 정보로 받아들인다. 동시에 우리 신체의 정보도 자율신경계를 통해 수집하는데 순간순간 상황을 판단해서 우리가 특정 감정과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감정과 기분을 통해 우리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탁 트인 거리를 산책하거나 방에 가만히 앉아 멍 때릴 때, 뇌가 처리해야 할 외부 신호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럴 때 뇌는 내부에서 뭔가 재밌는 게 없나 탐색하게 된다. 기억의 저장공간을 가로지르며 유유자적하게 훑는다. 이럴 때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정보와 정보 사이에 새로운 연결고리가 탄생하기도 한다. 정보와 정보의 연결. 이것이 곧 생각의 탄생이다.

  콘텐츠를 즐기다가 문득 재밌다! 하는 순간이 있다. 이런 것은 생각이 아니라 반응이다. 단편적이고 반사적이다. 우리는 생각을 품을 것인지 흘려보낼 것인지 정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다시 반복한다. 당신이 반복해서 행하는 것이 당신이며,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떤 생각의 창으로 세계를 받아들일지는 당신이 정할 수 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서 어떤 생각을 품을지 정하라. 매일 각자 철학시간을 가져라. 매일 당신의 세계를 창조하고 조정하라.

매거진의 이전글 이러면, 뇌 박살 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