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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용규 Nov 12. 2020

생애설계 어떻게 하나요? 두번째 이야기#9

배웠으면 써먹어라-학용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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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기 전날, 십수 년이 지난 가족 앨범을 정리했습니다. 큰아이가 갓 태어난 지 얼마 후에 찍은 사진을 보게 됐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던 때는 8월의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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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위해 처갓집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새벽녘에 장모님이 다급히 깨웠습니다. 아내의 산통이 시작되어 병원으로 급히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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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즈음 지났을 무렵,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아이를 품에 안았습니다. 반가운 이 녀석과의 첫 만남, 악수라도 해야겠기에 손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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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손을 움켜진 채 여간해서 손바닥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움켜지고 왔는지 돌잔치 때 알게 될 것이라고 장모님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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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가 지팡이를 움켜지고 홍해를 내리치자 바다가 열렸습니다. 지휘관들은 지휘봉을 움켜지고 목적지를 가리킵니다. 움켜진다는 것은 강렬한 다짐이며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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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이 손을 움켜진 채 세상에 태어난 것도 목적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아무튼 움켜진다는 것은 소중한 것이므로 삶의 목적 역시 움켜져야 합니다.


ⓒ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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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릴 적 자전거를 처음 탓 던 날이 생각납니다. 아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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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지 말고 힘차게 페달을 밟으라고 했습니다. 아이 허리만큼이나 큰 자전거 바퀴가 힘차게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의 힘든 고비(?)가 있었지만 아이들은 혼자서도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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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자전거가 고장 났다며 풀이 죽어 집에 들어온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자전거 체인(chain)이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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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발판에 있는 크랭크(crank)와 체인을 연결해 주면 자전거를 다시 타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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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최초 발명한 사람은 1790년 프랑스의 백작인 콩트 메데 드 시브락입니다. 처음에는 앞·뒤 바퀴만 있어서 발로 자전거를 굴려서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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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1839년 스코틀랜드 맥밀란이 자전거 페달과 크랭크 개발했고, 지금 같은 형태는 1885년 영국의 제임스 스탈레이가 완성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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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의 자전거 변천 기술은 크랭크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바퀴에 십분의 일(1/10) 밖에 안 되는 작은 크랭크 하나가 자전거 속력을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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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 우리의 목적과 자원도 크랭크 같은 도구에 의해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삶도 자전거처럼 잘 굴러갈 수는 없을까요. 우리는 평생을 배우고 경험하며 개인의 자원을 축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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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을 잘 써먹은 사람들의 능력이 학용(學用)이며, 비유하자면 이것이 크랭크입니다.


ⓒ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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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의 황제 랜스 암스트롱에게 어느 기자가 물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사이클을 타면 어떤 즐거움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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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자에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즐거움을 느끼려고 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통을 느끼려고 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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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스 암스트롱은‘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no pain, no gain)’는 명언을 몸소 실천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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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금지 약물복용 혐의로 그가 쌓은 업적은 물거품이 됐지만, 그는 고환 암에 결려 생존확률 40퍼센트 미만의 자기 운명을 거뜬히 이겨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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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스 암스트롱에게서 사이클은 고통인 동시에 삶의 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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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이루는 삶, 그것은 자전거 타기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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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핸들을 꽉 잡아야 합니다.

이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핸들은 삶의 방향(성공·성장·성화)을 일정하게 잡아 줍니다.


두 번째는 크랭크 페달을 힘껏 밟아야 합니다.

배우고, 써먹고 나누고. 3 고(3GO)의 실천이 있어야 목적과 자원이 제대로 굴러갑니다.


세 번째는 같은 규격의 바퀴여야 잘 굴러 갑니다.

목적과 자원의 일치, 즉 자신의 기대수준과 가진 능력이 일치해야 합니다. 무엇 하나라도 비정상이면 자전거는 굴러가지 않습니다.


ⓒ손용규


A형은 열정적인 초보자 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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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형은 목적만 있고 자원이 부족한 상태이며, 특히 초보자들에게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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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초보자라 함은 어떠한 목표가 숙련이 되기까지 머무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신입사원이 업무 숙련자가 되기 전까지는 열정적인 초보자입니다.

ⓒ손용규


B형은 좌절한 학습자 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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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형은 목적과 자원, 두 가지 모두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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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인 열정인 초보자 단계에서 중도 포기한 유형이거나, 애당초부터 목적과 자원 없는 유형입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목적이 명확해질 경우 A형으로 변화가 가능합니다.


ⓒ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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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은 노(NO)동자 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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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NO)+동자의 합성어로, 목적이 부족하고 자원의 강점을 지닌 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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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유형은 목적의식을 심게 되면 쉽게 D형(학용)이 됩니다. 안타깝게도 많이 배웠거나, 경륜이 쌓인 사람들 가운데서 C형을 자주 만납니다.


ⓒ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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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형은 학용인(學用人) 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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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과 자원이 정상적인 크기로 일치합니다. 이 유형은 목적, 자원, 학용(3GO)의 3대 영역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유형입니다.


ⓒ손용규


이를 종합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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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열정적인 초보자)이 D형(학용인)으로 전환되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다수의 A형(열정적인 초보자)이 U자형 커브 형태로 단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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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열정적인 초보자)은 동기(목적)가 감소되면서 B형(좌절한 학습자)으로 떨어집니다.

그 후 익숙한 습관에 따라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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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좌절한 학습자) 중 일부 사람들만이 C형(노·NO동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C형(노·NO동자)은 목적이 없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목적 바퀴가 줄어든 이유는 성장(成長)과 성화(成花)에 대한 무관심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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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고 지루한 일이라고 생각할수록 노(NO)동자로 살게 됩니다. C형(노·NO동자)은 D형(학용인)으로 충분히 변화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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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기즈이 쓴 『습관의 재발견』에는 이런 구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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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만드는 것은 가파른 오르막, 완만한 언덕, 정상 그리고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페달에서 발을 떼서는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그대로 뒤로 미끄러져서 지금껏 들인 노력이 다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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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인생 아름답도록, Bravo Your Life!!



글 : 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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