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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용규 Nov 22. 2020

사랑이 끝난 곳에서 #11

배웠으면 써먹어라-학용력


ⓒ포토그래퍼  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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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4일, 한 남자가 미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시종일관 답변을 거부하거나 손가락으로 볼펜을 돌리며 히죽거렸습니다. 당시 32세의 그 남자는 튜링 제약회사의 대표 마틴 슈크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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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 된 항생제 다라프림의 특허권을 사들인 후 약 값을 1 정당 13.5달러에서 750달러로 올렸습니다.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한다고 치면 한 달에 약 값만 2,500만 원 가까이 들어갑니다. 돈 없는 사람은 그냥 죽으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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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참석했던 한 의원은 그날 마틴 슈크렐리의 표정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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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비난에도 슈크렐리는 개의치 않았으며 그는 엄청난 수익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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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월 20일, 한 여성이 64세의 생을 마감하며 다음과 같은 시구로 자신의 유언을 대신했습니다. ‘기억하라. 너의 손이 두 개인 까닭을, 한 손은 너 자신을 스스로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위해 돕는 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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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마지막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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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이 뽑은 최고의 자연 미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외모에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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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기아로 얼룩진 아프리카의 척박한 오지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녀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활동했습니다. 우리에게 보살핌과 나눔의 의미를 잔잔한 감동으로 일깨워 주고 떠난 오드리 헵번. 진정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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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적인 논리로 따진다면 특허권을 사드린 후 막대한 부를 축적한 튜링 제약회사의 대표 마틴 슈크렐리는 현명한 경영자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과 노력이 고작 허기진 결핍을 위한 충족에 수단을 둔다면, 삶의 완성은 결국 ‘같이(Together)’가 아닌 ‘가치(Value)’의 저울질에 울고 웃어야 하는 슬픈 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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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방석에 앉은 마틴 슈크렐리 보다 오드리 헵번이 더욱 아름답고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꼭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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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생존 도구는 울음입니다. 소리를 내어야 관심을 받고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걷기입니다. 살기 위해서는 꼭 일어서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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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것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아이가 어른이 되면 돈(Money)이 많아야 행복합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High-profile)이어야 하며,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Position power)까지 올라야 그게 성공이라고 합니다. 결핍은 늘 삶을 고달프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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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흐르는 전기 고통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뛰는 파블로프의 강아지와 우리가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가 고통을 피할 목적으로 성공해야 한다면 지금 이 순간이 지옥입니다.      


-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다.(Money)
-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자.(High-profile)
- 지금보다 높은 위치에서.(Position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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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세에 생을 마감하면서 오드리 헵번은 인생은 살만하고 아름다운 것이라 했습니다. 세계적인 배우로서의 성공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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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은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들을 돌보게 하는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나무의 열매가 그러했듯, 부모님이 그러했듯 내어 놓는 것은 생명체의 본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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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해 ‘현재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가?’를 생각하고, ‘나쁘지 않게 보이도록 행동하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인간이 선하게 살 수 없다면, 선하게 사는 행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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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례없는 고통을 당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 속에 있지만 별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고 한 오스카 와일드 말처럼 누군가는 별을 보고, 누군가는 별이 되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살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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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에서 코로나 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의 모습을 담아 신문 1면에 대형 광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의료진 사진 옆에 장호승 시인의 '봄길'을 함께 실어 그들을 응원했습니다.     

 


봄길  –장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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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승 시인의 '봄길'을 읽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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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했던 선배가 건강을 잃고 세상을 떠나시기 얼마 전 휴대폰 문자를 주셨습니다. ‘소풍 잘하고 갑니다.’ 소풍 같았던 인생을 사셨다는 선배는 행복하게 인생을 마무리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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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생각하니 내 인생살이 바둥바둥 살면 뭐 하겠냐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습니다. 미리 떠날 날을 알았더라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웃었을 거라는 어느 고인의 고백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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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 문장이면 족했습니다.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너의 다른 한 손을 다른 사람을 위해 도와라.'

 

ⓒ  포토그래퍼 손보기



먼 인생 아름답도록, Bravo Your Life!


글 : 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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