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권의 책과 함께한 서른

2024년 독서결산

by 보보


1. <바깥일기> 아니에르노

2. <에세이즘> 브라이언 딜런

3. <소설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정진영

4.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5. <매일의 감탄력> 김규림

6. <밤의 사색> 헤르만 헤세

7. <어떤 섬세함> 이석원

8. <당신을 소모시키는 모든 것을 차단하라> 푸수

9. <태도의 말들: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엄지혜

10. <나의 하루는 세 번 시작 된다> 유근영

11.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12.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금정연

13. <어른의 어휘력> 유선경

14.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알랭드 보통

15. <걱정 마 어차피 잘 될 거니까> 정무늬

16. <나를 움직인 문장들> 오하림

17.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김상현

18.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정영욱

19.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마티아스 뇔케

20. <책은 도끼다> 박웅현

21.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문장> 한동일

22. <작업자의 사전> 구구, 서해인

23. <우리 누나 2> 마스다 미리 에세이툰

24. <우리 누나 3> 마스다 미리

25. <느낌과 알아차림> 이수은

26.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태수

27. <Life goes on 내 삶의 문장들> 최경민

28. <데일카네기 인생경영론> 데일 카네기

29. <린치핀> 세스고딘

30.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유선경


올해는 작년보다 5권 적게 읽었다. 그래도 권수와 상관없이 따뜻한 한 해를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 이 목록에는 끝까지 읽어낸 책뿐만 아니라 몇 장 넘기지 못한 책, 읽고 싶은 부분만 읽은 책, 아직 읽고 있는 책도 포함되어 있다. 완독에 집착하지 않아야 더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읽은 책을 쭉 나열하다 보면 2024년의 나는 무엇에 꽂혀 있었나를 알 수 있다. 꼽아보자면 ‘문장’, ‘어휘력’, ‘소모’, ‘하루’, ‘매일’, ‘결국 해내는’이 키워드다. 반복되는 매일에 의미를 두고 싶고 소모되어 가는 나를 막고 싶었던 것 같다. 아마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은 오늘의 글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조금이나마 흥미롭게 읽히기를.


오늘 소개할 책은 아래의 세 권이다.

1. <태도의 말들: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2.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3. <당신을 소모시키는 모든 것을 차단하라>



<태도의 말들: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작가가 잡지사, 방송국 등에서 기자로 일하며 해온 인터뷰의 정수가 담겨있다.

짧게 소개된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 J.D.샐린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는 만나서 조금도 반가울 것 없는 사람에게 ‘만나서 반갑다’ 한 것에 대해 정말 죽고 싶은 것이었다 말한다. 하지만 살아가고 싶으면 그런 말도 해야 하는 법이라고도 덧붙인다. 책의 저자 또한 비슷한 상황에서 죽고 싶을 만큼은 아니지만 썩소를 숨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반갑지 않은 사람을 봐야 한다는 직장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고통이다. 그 싫음이 극에 달하면 퇴사를 고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하물며 세계적인 작가도 어쩔 수 없이 반가운 척을 할 때가 있다는데, 나도 그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든 그런 척 넘기도록 노력해야겠다.


마흔이 넘어 그림을 시작해 현재 활동 중인 윤석남 화가의 말을 인용한 부분도 좋았다. “재능이 있거나 없거나 난 상관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거라 하는 건데 재능이 있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야?” 재능의 유무를 따지지 않고 일단 쓰기 시작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글은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하명희 드라마 작가와의 인터뷰에서의 인사이트는 인생의 지침으로 삼아도 좋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삶. 그것을 아는 사람이 인생의 고수라고 생각한다. (…) 회사에서 잔뜩 칭찬을 받아도 사적인 관계가 무너지면 견디기 어려워하는 게 사람 아닌가.”


20대 청춘을 어떻게 보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속 한 문장을 소개한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인생은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필요 이상을 계속하는 것은 되려 진짜 인생과 멀어지게 한다. 필요 이상을 하고 싶을 땐 그 에너지를 ‘딴짓’에 써보자. ‘딴짓’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것들이 인생을 풍요롭게 해 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이 책은 23년 12월에 친구에게 선물 받아 24년 1월에 완독 했다. 요즘 ‘기록’이 트렌드인 것 같은데 기록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기록은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게 해 주고, 삶이 건네는 사소한 기쁨들을 알아챌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니 2025년은 기록하는 삶을 살아보자.


저자는 ‘쉬운 비관보다 어려운 낙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낙관이라는 단어는 긍정의 의미로 쓰일 때도 있지만,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일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낙관이 더 어렵다 함으로써 낙관을 선택하는 태도의 근사함을 설명한다. 인생이나 사물을 밝고 희망적인 것으로 보는 것, 그런 눈을 굳이 주변 눈치를 보며 바꿀 필요는 없다.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혹시 스스로를 홀대하고 하찮게 대하지는 않았나? 그러면 불행이 원하는 대로 되고 있는 것이다. 절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말라. 그 누구든 당신을 홀대할 권리는 없다. 설사 그게 자기 자신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좋은 문장을 기록해 두면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소설가 김연수식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지금 좋아서 읽는 이 문장들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문장에 집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신을 소모시키는 모든 것을 차단하라>



직장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면 단연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 던진 돌에 격양된 마음도 가라앉혀 준다.


1) “한 사람이 얼마나 강인한지 판단하는 기준은 화낼 줄 알아도 함부로 화내지 않고, 감정이 있지만 감정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다.”


2) “훌륭한 사람들은 이미 자신을 숨기는 법을 터득했다. 날을 숨기고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야 모든 일이 순리대로 흘러가고, 화를 감추고 차분하게 생각해야 모든 일을 이성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말을 삼가며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아야 자신의 생활에 집중할 수 있다.”


3) “인생이라는 시합장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궁극적인 요소는 감정 조절 능력이다. 감정을 통제하면 기회를 먼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안정된 감정은 평생 당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다.”


4) “부정적인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는 것이 인생의 수양이라면, 부정적인 감정을 남겨두지 않는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5)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 대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 법을 더 잘 알고 있다. (…) 그러니 지금부터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열렬히 사랑하며, 자기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6) “타인의 생각대로 사는 삶이나 타인을 따라 사는 삶은 자기 인생에 대한 최악의 실례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모든 삶은 흐른다>을 추천한다. 비슷한 결의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의 메시지 또한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단단히 하여 자기 자신이 되라는 것이다. 또한 평온한 마음을 강조한다. 평온한 마음은 나약함이 아닌 ‘자신감’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이다. 어딘가 평온하고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만만하게 느껴지던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타인에게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리라 다짐해 본다.







체력의 한계로 3권 먼저 소개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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