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캡터 체리가 되고 싶었던 소녀

어릴 적 만화가 끼치는 영향

by 보보

만화애니메이션은 나의 유년시절을 따뜻하게 채워준 고마운 매체다. 그곳에는 우정과 사랑 같은 낭만이 가득하다. 그때 그 시절 만화를 어쩌다 우연히 보게 될 때면 어릴 적 추억도 같이 떠오른다. ‘아, 그때가 좋았지.’하고 말이다.


일요일 아침 교회에 가기 전, 디즈니만화동산을 보겠다며 일찍 일어나 자연스레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학교 끝나고 저녁밥 먹기 전, 후로 보던 만화가 늘 우리들의 이야기 주제가 되어 주었다. ‘어제 그거 봤어?’ 이 말 한마디면 어렵지 않게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만화를 보며 꿈을 꾸기도 했다. <달빛 천사>의 주인공 루나는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병으로 목소리조차 잘 나오지 않아 노래를 부르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 저승사자인 멜로니와 타토를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건강하게 자란 모습으로 변신해 가수 오디션도 보고 가수가 되어 콘서트에 서기도 한다.


늘 행복에 벅찬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루나의 모습을 우리들은 동경했다. 그때만큼은 가수가 최고의 직업이자 꿈이었다. 가수가 되면 루나처럼 행복할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린아이다운 발상이지 않은가? 어른이 되어서도 루나의 노래를 들을 때면 그때 느꼈던 감동을 다시 느끼며 힘을 얻는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수많은 간증의 댓글을 볼 수 있으니 구경 가보아도 좋다.


<명탐정 코난>과 <탐정학원 Q>를 보면서 경찰보다 멋지게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을 꿈꾸기도 했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검은색 미니수첩을 탐정수첩 삼아 들고 다녔다. 거기에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물품까지 지퍼 팩에 담아 다녔다. 아주 철두철미한 꼬마탐정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남동생을 너도 탐정이라며 조수삼아 데리고 다녔다.


탐정만화를 보고 탐정이 되고 싶었고 나중에는 탐정이 주인공인 소설 셜록홈즈 시리즈를 읽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거기에 책 읽는 재미를 느껴 책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마법소녀 이야기 <카드캡터 체리>는 그저 마법을 부리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 가족 간의 유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 체리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였지만 다정한 아버지, 오빠와 함께 살며 늘 명랑하고 씩씩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비록 어머니가 곁에 계시지 않더라도 어머니의 사랑을 알고 가족들의 아끼지 않는 사랑을 스스로도 알았기에 부족함을 느낄 새가 없는 것이다. 주는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체리네 집은 당번 제도를 도입해 생활했는데 청소와 식사 등 매일 각각의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달랐다. 어느 날은 오빠가 저녁을 준비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어린 체리가 저녁을 준비하거나 설거지를 했다. 밥하고 빨래하는 건 여자, 어머니의 역할이라고들 생각하던 시대였기에 그 모습이 센세이션 하게 느껴졌다.


스스로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하고 밥도 짓고 설거지도 할 줄 아는 어린 체리의 모습은 한 마디로 멋있었다.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무엇 때문인지 말은 안 했지만 집안일을 도와드리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족으로서 내 몫을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디지몬> 시리즈를 보면 디지몬 월드에 떨어진 아이들은 가족이 있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엄청난 고군분투 한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포악한 악당들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고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생각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아이들 모두 각기 다른 재능이 있으며 그 재능이 꽃을 피울 때는 매번 다르다. 각 에피소드마다 활약하는 인물이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그동안 혼자 진화하지 못하던 조그마한 파닥몬이 모두가 쓰러졌을 때 엔젤몬으로 진화해 데빌몬을 무찌른 것처럼 우리 또한 어딘가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화가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냐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이런 친구도 있으면 저런 친구도 있음을 알고 사회를 간접경험 할 수 있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딱딱해지고 쉽게 부러질지도 모른다. 너무 말랑해졌을지도 모르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보다 '그럴 수도 있지'를 말하는 사람이 좋다.






오늘 구독자 수가 50명이 되었다는 알림을 받았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네요.


자주는 어렵더라도 계속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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