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안인사

나는 이렇게 살아요

엄마도 그렇게 살아주세요

by 보부장

2025년 8월


매일 매일 보고싶은 나의 엄마에게


엄마, 오늘 내가 즐겨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어떤 남자 연예인이 매일 아침 자기 얼굴 사진을 찍어서 엄마에게 보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처음에는 얼마나 자기 멋에 빠져 살면, 예쁘게 방송용으로 단장한 모습을 굳이 가족들에게 자랑하나 싶어 역시 철없는 연예인이라며 혀를 끌끌 찼더랍니다.


그런데 가족들에게 자기를 자랑하는 거냐며 놀려대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가 내놓은 대답은 의외더라구.

꼭 예쁘게 단장한 모습이 아니어도 매일 아침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나누고, 혹은 그날 그날의 스케쥴을 공유하려 한다고. 멀리 있는 가족들에게 나는 열심히 살고 있어요, 잘 살고 있어요 라고 알려주는 자기만의 방식이라고. 부모님이 작은 소식이라도 들으면 너무 좋아하시기도 하고 부모님의 응원을 들으면 힘이 난다더라구요.

그말을 들으니 나의 못난 편견이 걷히고, 오히려 그 가볍게 신나는 춤을 추는 그 연예인의 몸짓이 무겁게 느껴졌어요. 무대 위 빼곡히 들어선, 고만 고만하게 짧은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들 중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참 속이 깊구나. 가족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이제 나도 엄마에게 편지를 써보려해요. 문안편지. 내가 좋아하는 글과 그림으로.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나 이런 재미난 일 있었는데, 깔깔깔

오늘 나 너무 화났어 !!

아까 이런 일 있었는데 어찌나 황당하던지, 엄마 그때 기억나? 그때 그때 그런 비슷한 일 있었잖아 !

그런 순간들 엄마와 늘 함께 나누고 싶은데, 엄마는 너무 멀리 있고, 시간이 흐르면 기억도 나지 않을 별거 아니지만, 또 소중한 나의 시간들 말이에요.


엄마 , 나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바다 넘어, 국가 경계선도 넘어 이제 낯설지는 않지만 외국어를 쓰는 다른 나라에서 꿋꿋이 엄마의 딸으로.


20년전 , 처음 중국에 들어와 종이에 눌러쓴 편지를 국제 우편으로 부치던 그때 이후로 이런 편지는 처음인듯도 하네요. 멋진 필체로 답장을 보내주던 아빠는 돌아가시고, 전화기만 손에 쥐면 언제든 얼굴을 볼수 있는 신기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로 엄마에게 내 소식을 전하려니 마음이 설레어요.

하루 한편 짧은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읽어주세요


나는 이렇게 살아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