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공작일보

중국사람들은 왜 지저분한가요?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by 보부장

북경, 베이징을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악명 높은 미세먼지는 멀리 날아가고 맑고 푸른 가을 하늘과 함께 했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베이징을 관광으로 온 것은 거의 10년 만이라, 번쩍번쩍, 이전보다 훨씬 화려하고 무엇보다 깨끗이 정돈된 모습들이 한 나라의 수도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관광지가 아닌, 일반 거리에서 만난 베이징 시민들은 상하이 사람들과 많이 달랐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청결도와 옷차림. 옷차림이야, 특히 상하이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한 관계로 기후의 영향도 있겠지만 (껴입을수록 멋을 내기 힘들다는 건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청결도 부분에서는 상하이가 북경보다 나은 듯합니다. 감지 않은 머리와 기름이 잔뜩 끼어 반들반들한 쟈켓의 어깨와 손목. 그리고 가까이 지나칠 때마다 코를 은근히 스치는 옷장의 케케 한 냄새.


제가 처음 중국에 오던 때만 해도 "치안"과 "위생"은 제 주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던 걱정거리였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중국 사람들의 지저분한 모습이 싫고,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생활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들의 위생문제는 나라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친구의 오래된 아파트를 방문하거나, 직원들의 주거 상황을 얘기 들어보면, 집안에서 한국 사람들처럼 아침저녁으로 씻어대기엔 쉽지 않은 환경이겠더라구요. 중국 사람들이 잘 씻지 않는 것이 아니라, 씻기 힘든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 것이 좋겠네요.


그 예로, 상하이 외곽에 위치한, 제가 자주 들르던 공장 수돗가에는 이런 내용의 경고문이 붙어있었습니다.

<머리 감기, 발 씻기, 목욕하기 금지>

<공장의 물 (특히 뜨거운 물) 집에 가져가기 금지>


그리고 그 와중에도 몰래몰래 물이 졸졸 흐르는, 콸콸 흐르지도 않는 차가운 수돗가에서 몰래몰래 머리를 감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눈이 마주치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얼른 젖은 머리로 총총 사라지던. 작업 반장에게라도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하거든요. 공인들이 단체로 머무르는 숙소에서는 거의 세수와 손발 씻기 정도의 기본적인 위생만 가능한 환경이라 얘기 들었습니다. 그러니 겨울에는 차(茶)를 우려내기 위해 준비해 둔 보온 물병의 물을 몰래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얼마나 추우면 그랬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냐고요? 맞습니다. 중국 사람들의 주거환경도 개선되었고, 적어도 상해 시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씻는 문제, 먹는 문제는 해결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누릴 수 있는 것은 많아졌지만 오랫동안 갖고 있던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0,40대 -특히 남자분들은 방마다 에어컨이 설치되고 화장실이 두 개씩 있는 집에서 생활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는 11월 즈음부터는 여전히 묵은 옷장 향기를 풍기며 거리를 걷습니다. 스피디 한 경제 성장과 위생 의식은 아마도 같은 속도로 진행되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나라도 비슷한 시간을 지내온 것 같네요.



저희 집에는 직장을 다니는 저를 대신해 집안일을 해주시고 아이들을 돌봐주셨던 아이(阿姨) , 도우미 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한 집엣 오랫동안 친정 엄마처럼 함께 살았지만 처음엔 우리와 다른 위생개념에 여러 번 놀라기도 했습니다.


아주머니에게는 위생보다, 건강이 더 중요한 개념이었습니다. 세제를 덜쓰면 세제를 절약해서 돈을 더 아낄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네요.

반면에 한 번이라도 입고 밖에 다녀온 옷은 당장 벗어 매일매일 빨아야 했습니다. 저는 별로 더럽지 않으면 걸어두고 여러 번도 입었는데 말이지요. 아주머니는 제 옷이 세상의 더러움을 죄다 가져온 마냥,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세탁을 하라고 저를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하셨어요.


그런데, 왜 머리는 일주일에 한 번만 감으시는지. 평소에는 꽁꽁 싸매고 계셔서 지저분하진 않았지만, 머리를 감으신 날은 그 오랜 향기(!)가 화장실을 가득 채우곤 했습니다. 저희가 집을 비운 낮에 머리를 감으시는데도, 퇴근 후 까지 그 향기를 느낄 정도였으니 대단했지요.


컵에는 컵 뚜껑을 씌어 두어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합니다. 내가 마시는 물은 소중하니까요. 참 좋은 습관이지요.


하지만. 아침에 사용한 컵을 뚜껑까지 씌워두며 저녁까지 사용하고 먹다 남은 물도 그대로 보관했다 다시 마시는 것은 반전. 맹물을 담은 컵이 뭐가 더러워 매번 씻어 낭비를 하냐며 혀를 끌끌 차셨지요. (입이 닿았던 자리와 물에 둥둥 뜬 기름도 있는데)

물론, 함께 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위생개념과 맞지 않는 부분은 수정해 달라고 요청을 드렸고, 7여 년의 시간 뒤 우리 집을 떠나실 때쯤 아주머니가 사용하신 화장실에서도 더 이상 오래된 머리냄새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잘 바뀌지 않는 오랜 습관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저희가 적응하며 살았답니다. 저희 부부는 가끔 , 아주머니가 안 계시는 일요일 , 그릇을 다 꺼내어 세제로 뽀득뽀득 닦아내곤 했습니다. 저희를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해 일해 주시는 아주머니에 대한 예의라고도 생각했고, 또 일요일마다 가끔 저희 두 부부가 함께 하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네. 솔직히 중국의 위생상태가 한국과 많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주머니가 변하셨듯, 다들 조금씩 변해 가는 중이고, 시간과 교육이 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환경과 우리가 알기 힘든 오랜 문화적 영향에서 오는 차이도 있겠지요.

관광이든 업무로 인해서든 이유가 있어 찾은 중국 땅일 텐데, 굳이 그 땅에서 그 나라 사람들을 흉보며 맘에 들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늘 얘기하지만 내 위생은 내가 먼저!


아, 저도 오늘은 머리를 안 감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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