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공작일보

이럴 때 난 그냥 딱! 한국인

숨길 수 없어요

by 보부장

일전에 중국에 오래 살아 이젠 중국 사람 다 됐다는 글 전해 드린 적 있는데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 틈에 섞여 살아가는 중에도 ‘아,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불쑥 드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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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어쓰기 없는 중국어 필기에 꼭 한국어 의미대로 단어를 띄어 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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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반대의 경우로 중국 학교에서 중국어를 모국어처럼 배운 저희 집 아이들은 한국어를 쓸 때 띄어쓰기를 잘하지 못해 애를 먹었어요. 습관의 힘이란...)


산이 너무 그리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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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고도가 4m 밖에 되지 않고 낮은 언덕 하나 없는 상하이인지라 더위에 습기에 무섭게 자라나는 풀, 나무는 많지만 자동차로 두 시간을 넘어 달려야 겨우 산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뒷산으로 산책을 다녀오는 정도이긴 했지만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땐 숲 깊고 공기도 맑은 뒷산 자락이 참 아쉽더라고요. 아쉬운 대로 상해 최고봉을 자랑하는 90m 서산(佘山)이라도 다녀오곤 합니다.


온돌 바닥 없는 차가운 거실 바닥에서도 엉덩이는 꼭 바닥에 붙여야 쉬는 것 같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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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는 널찍하니 등받이용으로 쓰이거나 혹은 티브이를 시청할 때 누워보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요. 반쯤 기대거나, 반쯤 눕거나. 중국도 실내에서도 슬리퍼나 신발을 신는 입식 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좌식생활에 익숙해진 터라 각종 방법을 통해 엉덩이는 땅에 붙이는 걸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꼭 나이가 얼마인지 궁금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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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언니, 누나를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구체적으로는 저보다 어린지가 그렇게 궁금하더라고요. 꼰대 기질이 있는 걸까요? 보통은 대화 끝에 꼭 물어보게 되네요.


꼭 제 경우뿐 아니라, 역시 한국인이네 싶은 분들을 간혹 만날 때도 있습니다.


술은 꼭 원샷을 해야 하고, 술자리가 끝나면 꼭 노래방을 가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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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마이크에 무슨 원수들을 졌는지…


바람이 쌩쌩 불어 다리가 오돌오돌 떨릴 만큼 추운 날에도 커피는 꼭 얼음 동동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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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저는 이제 이가 시려 여름에도 얼음은 힘들답니다. 흑!


중국말 하나 몰라도 쩌거(这个 이것) 한마디와 이거 , 량거 (一个 한 개, 两个 두 개)의 조합만으로 먹고 싶은 음식 주문을 훌륭히 해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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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씨에 씨에 (谢谢감사합니다)하는 감사 인사는 빼놓지 않아요.


비는 억수같이 내리던 어느 날, 신호는 고장 나고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지 차는 점점 많아지고. 서로 먼저 가겠다며 머리만 들이댈 뿐 누구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꽉 막혀있던 사거리에 서 있었는데요. 어디선가 히어로처럼 나타나 맨손으로 교통정리를 하던 한국 여자분을 보았을 때(저만 알아들을 수 있을 듯한 강력한 경상도 사투리 덕에 한국 분 인줄 알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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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속이 뻥 뚫리는,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이구나. 싶더라고요.




한국에 있을 땐 한국인이 어떤 특성이 있는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 한 발 밖에서 조금 오래 떨어져 바라보니 아,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런 게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있습니다. 좋은 모습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요. 한국이든 중국이든, 또 그 어떤 나라이든, 특성을 그저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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