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다better Mar 23. 2017

내가 나의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

내 이름은 조은아. Euna Cho


이 이야기는 제가 2015년 Star Cruises에서 Guest Services Coordinator로 근무할 때 이야기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영어 이름을 가졌던 것은

초등학교 다닐 무렵 외국어 회화 학원에 다녔을 때로 기억한다.

학원에 등록한 첫날 영어 원어민 선생님은 내게 TAMMY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예쁜 이름인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게 얻게 된 나의 또 다른 이름.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냥 이게 내 이름이 구 나하며 승선 전까지 TAMMY라는 이름을 사용했었다.

같은 학원의 중국어 원어민 선생님은 내 이름을 한자로 적어보라 했고, ZHAO EN YA(조은아)는 

중국어로도 굉장히 예쁜 이름이라 했다. 다른 아이들의 이름처럼 외국 이름의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고

참 예쁜 이름을 가졌다고.
같은 학원에서 같은 날 수업을 받았지만 나는 영어 수업 시간보다 중국어 시간이 더 좋았다.

그리고 그에는 분명 이름의 영향도 있었다 생각한다.


승선을 하기 전 나는 배에서 사용할 영어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하고 고민했다. 더는 TAMMY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왕이면 내 이름과 비슷하고 예쁜 ANNA라는 이름을 사용해야지 했다. 


승선 첫날 이름표를 만다는 순간 ANNA CHO라는 이름을 사용하겠다 했더니

이미 RECEPTION(FRONT OFFICE)에 ANNA가 있으니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갑자기 이름을 바꾸라니 새로운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언제나 멋지고 본 받고 싶은 퀸연아.


순간 YUNA KIM이 떠올랐다. 
(우리 세 자매를 포함 우리 가족은 모두 김연아 선수의 열렬한 팬이다.)

그래, YUNA는 내 이름과도 비슷하고 발음하기도 좋으니까 YUNA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나의 첫 이름표와 유니폼을 착용하고 찍은 기념 사진)


그렇게 YUNA로 살아가던 어느 날, 쫑이(JHONG의 애칭)가 내 여권을 보고는 원래 이름이 EUNA네?

YUNA와 비슷한 발음이지만 네 이름이 더 예쁜데 왜 네 이름을 사용하지 않아?라고 물었다.

 (실제로 쫑이는 우스갯소리로 YUNA보다 EUNA가 EUROPE과 비슷한 발음이라 더 ELEGANT 하게

들린다 했다.)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쾅 맞은 그런 느낌. 내 이름을 영어로 적으면 EUNA,

그대로 발음하면 유나. 발음하기 어렵지 않은 이름을 왜 꼭 영어 이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날 부로 나는 내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는 느낌이다.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예쁜 이름.

한글로도 영어로도 중국어로도 예쁜 내 이름.

앞으로는 어딜 가게 돼도 내 이름은 오직 하나, EUNA CHO.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제임스나 안나 같은 낯선 영어 이름 대신

자신의 이름을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