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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씩한 스텔라 4시간전

남편의 상간녀는 벤츠 타는 여자

거머리 같은 그여자를 떼어내고 가정을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24. 7. 30. 화 제10화     

      

벽을 보며 등돌려 누워있는 유책이를 향해

아무렇지도 않고 일상적인 듯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인천 꼭 가야되? 오빠 요즘 일이 많아서 주말에도 밤 10시 넘어 집에 오는데 연가까지 내면서 제사 가는건 아닌거 같아. 가지마”

“아씨! 짜증나게 하지 말고 잠이나 자. 너 애들이랑 가서 자. 너랑 같이 자는거 소름끼쳐“

”무슨 인천 가지 말라고 했다고 애들방으로 가라고? 나는 다 오빠 생각해서...“     

유책이는 벌떡 일어나 앉더니 나를 향해 한숨을 쉬며 말을 걸었다.

”너 이생망 이라는 말 알아?“

”이생망? 그게 뭔데, 나 몰라“

”이번 생은 망했다는 뜻이야. 그럼 그렇지 니가 뭘 알겠냐. 내가  널 만나서 이생망 이라고“

”참나... 별말이 다 있네. 인천 가지마.. 느낌이 안좋아. 오빠 거기 가면 안되“

”나 나간다.“

베개를 들고 나가더니 작은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얼른 쫓아가서 잠긴 방문을 사이에 두고 소리쳤다

”왜그래? 얼른 문열어... 인천가는거 진짜 느낌이 안좋아서 그래. 문열어!!! 같이 자자“

딸깍.

작은방의 불이 꺼지더니 곧이어 유책이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주저앉아버렸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고 여수여행 가려는 유책이를 막을 수가 없겠다는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밤새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로 남편을 마주하니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혀를 차며 씻으러 들어갔다.

원래도 깔끔한 유책이었지만, 언젠가부턴가 정말 최선을 다해 씻고 머리를 만지고 옷을 가다듬는 모습이 

이상했다. 

이제는 왜 저렇게 최선을 다해 씻고, 향수를 뿌리고, 멋을 내는지 알게 되었지만 

이젠 알아도 아는척을 할 수가 없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회사와 집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결혼 후 마땅한 취미도 없이 아이들 키우는 것에 전념했는데

돌아온 것은 남편의 불륜이라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거머리 같은 그여자를 떼어내고 가정을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유책이와 아이들이 나가고  혼자 남은 거실에서 머리를 굴렸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가족끼리 자주 만나는 아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어젯밤에도 유책이가 술을 먹고 차를 

안가져왔다는 말을 했다. 

역시나 그 동생 남편과 같이 술을 마신 모양이었다.     

”언니, 나 남자들 차 어디다 대고 술 마시러 다니는지 알아. 내가 알려줄테깐 10분 후에 나랑 같이 가보고, 

점심 먹자“

평온한 일상의 연속인거 마냥 가면을 쓰고 동생을 만났다. 동생은 이미 몇 번 가본 모양인지 익숙하게 

유흥가 주변에 있는 아파트 상가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언니 남편 차 저기 있네“

절대 말 안해주던  주차하는 곳을 알아냈다. 

나만 몰랐던 남편의 사생활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나중에 알게된 거지만 그 아파트는 상간녀의 아파트 상가주차장이었다.     


인터넷으로 상간소를 검색했다. 내가 지금껏 모르고 살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불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랬고, 나보다 더 지독한 불륜도 많았다.

상간소, 불륜, 외도, 바람을 키워드로 회원수가 제일 많은 카페에 가입하고 바로 상담 신청도 했다.     

예약한 시간이 되자 실장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아 남편의 수상한 사진과 여수호텔예약을 얘기하며 

남편을 여수로보내기 싫다고 했다.   

”애들이랑 같이 거기 쫓아갈까요?“

할수만 있다면 사람 많은 호텔 로비에서 그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싸우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유책이가 정신이 들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다고 사장님의 바람이 끝나지 않아요. 오히려 더 치밀해지고 교묘해지죠. 일단 여수를 보내시고 

숙박 영상을 증거로 잡아서 상간소를 시작하세요. 상간소를 해보면 같이 데리고 살 놈인지 버려야 할 놈인지 나와요“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남편이 딴 여자랑 바람 피러 가는 걸 알면서도 보내줘야 한단다. 억장이 무너졌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는 사실에 비참함을 피할 길이 없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이 뜸했던 언니에게 대뜸 2월 27일에 아침에 와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애들아빠가

 바람난거 같다는 말에 나지막하게 육두문자가 들렸다. 언니는 망설임 없이 2월 27일 아침 일찍 형부와 함께 

썬팅이 진하게 된 차를 끌고 와줬다     


당일 아침 

유책이는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에 인천으로 가겠다고 했다. 하룻밤 자고 28일날 오겠다는 말과 함께 

종이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이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할머니집에 다녀오겠다고 말하는 유책이가 가증스러웠다. 

그러나 어떤 내색도 하면 안됐다.

진짜 오전근무를 하는지 믿을 수 없던 나는 남편 회사로 전화를 했다.

일하느라 바쁜데 전화했다며 빨리 끊으라고 짜증을 내는 유책이에게 마지막으로 시가에 가지말라고 

부탁 했지만 헛수고였다.     


일찍부터 와있던 언니와 함께 유책이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상가주차장으로 갔다.

대각선 기둥 옆에 차를 대놓고 유책이가 누구와 나타나는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유책이 때문에 화장실도 쉽게 갈 수가 없었다.     

잠복을 하면서 상간녀가 과연 어떤 어떤 여자일지

수많은 추측이 오갔다.

유책이가 스크린 골프를 자주 쳤는데 골프 치다 만난 사이라면 그여자는 아마 비싼차

끌고 다닐거라고 형부가 예측했다.     


9시부터 시작된 잠복이 3시간이 넘어가고..12시쯤이 되자 

회색 벤츠가 한 대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유책이 차 옆에 주차하더니 사진 속  그 여자가 유책이와 같이 내렸다.

150정도의 작은 키에 날씬한 몸매 그리고 부티가 나는 옷차림.  

나보다 잘난 여자인것 같아 순간 주눅이 들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던 그 둘은 신이 나있었다.

유책이가 벤츠 트렁크에서 여행용가방을 꺼내더니 본인의 차로 옮겨 실었다.

여자에게 조수석 문을 열어 태워주는 꼴을 보자 이성을 잃었다.     

눈으로 직접 보자 화를 주체 할 수 없었던 나는 잠긴 차문을 억지로 열고 나가려고 했다.     

”안돼 가지마. 너 여기서 나가면 안돼“    

 나를 강제로 끌어안고 언니가 막았다.

숨이 안쉬어졌다. 

유책이의 차는 상가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저여자랑 지금 여수로 가겠지

그리고 둘이서 뜨거운 밤을 보내겠지. 

    

"너 어떡하냐... 아이고 저 미친놈이 진짜 바람이 났네... 너 어떡하냐.. 불쌍한 내동생.."

언니도 기가 막힌 듯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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