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핀 남편에게 재산분할 해주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다
24.6.4.화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붙이면 남이 된다더니... 부부에서 이제 서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된
날부터 싱글 워킹맘의 삶은 현실이었다.
사실 전남편이 이혼소송 중 상간녀와 살겠다며 집을 나가고 나서부터 줄곤 혼자서 애를 키워왔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삶이 예습이었다면 이제 본게임이 시작된거다.
부부로 산 세월이 만 14년이었음으로 서로에게 줄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하는 마지막 절차가 남아있었다.
나는 전남편에게 14년식 외제차 한대를 명의이전으로 받아야 했다. 이차를 실절적으로 사용한 사람이 나였기 때문에 불행히도 전남편은 집을 나가는 날 이차만은 가지고 갈 수 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차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나였지만 명의가 전남편이었음으로 나는 이혼소송 하는 중에 이 차에 대한 수많은 협박을 받아야 했다.
"자동차 보험 가입을 해주지 않겠다." "차량운행정지 신청으로 못쓰게 하겠다." 등등.
이게 왜 나한테 그토록 무서운 협박이었냐면 그때 당시 나의 직장은 왕복 100km 거리의 군단위 타지에 있었다. 여긴 지방이었으므로 출근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도 없었다. 자동차에 대한 모든 세금과 보험료 수리비 등 모든걸 내가 부담해왔지만 사이가 틀어지면서 명의가 내가 아니라는 사실로 전남편이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는 게 날 힘들게 했다.
반면에 나는 전남편에게 재산분할로 나한테는 꽤 큰돈을 줘야 했는데... 그 지급기한은 6월 말까지였다. 일개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당장 현금으로 그 돈을 줄 여력이 안됐다. 눈물을 머금고 만기가 남은 모든 적금을 다 해지하고도 돈이 모자랐다. 추가로 직장금고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만큼 받았다. 그래도 돈이 부족했다. 재직증명서와 신분증을 가지고 떨리는 마음으로 은행을 찾아갔다. 전세자금대출도 카카오뱅크 비대면으로 받았던 내가 처음으로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 창구의 번호표를 뽑았다.
띵동
내차례가 되었다. 은행 직원에게 애써 담담한 척 신용대출을 받고 싶다며 상담을 시작했다. 나에게 담보는 그나마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는 신용뿐이었다. 40대 중반이 다 되갈때까지 집도 없었고 땅 한필 없었다. 딱히 잡을 만한 담보가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 돈은 3700만원인데 은행에서 대출로 받을 수 있는 돈은 3000만원이라고 했다. 그것도 조건이 아주 까다로웠다. 은행앱을 깔고 자동이체 3건 등록하고 매월 거래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에게 필요한 돈은 오로지 나한테 필요한 돈일 뿐이었고 세상은 나에게 필요한 만큼 돈을 덜컥덜컥 내어주지 않았다.
실제로 대출을 받을 경우 추가로 필요한 서류 안내를 받고 은행을 나왔다. 그리고 다시 신용대출을 알아보니 인터넷 앱으로 대출을 받으면 대출한도가 더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행이도 3700만원을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전남편에게 재산분할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재산분할로 나눠 줄 수 있는 돈을 대출로 마련해서 다행이다 싶었지만 곧 현타가 왔다.
앞으로 양육비를 제대로 보낸다는 보장도 없는데... 나는 외도의 피해자인데도 대출까지 받아서 재산분할을 해줘야 한다니.... 울화가 치밀고 화가 났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바람핀 놈이 먼저 이혼소장 날리고,
이혼 하면서 와이프한테 돈도 받고 나온다니..
이건 정말 전남편의 완벽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