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 그분의 초대장이었다."
나는 열여덟 살 무렵부터 내 몸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다리가 유난히 무거웠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묘한 어색함이 따라붙었다.
그때는 그저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병의 시작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스물한 살,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대학도 그만두고, 오디션이 있다면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낯선 현장에서도 두려움보다 설렘이 컸다. 그때의 나는 믿었다.
무대 위에서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조명이 켜지고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나는 진짜 나로 숨 쉬었다.”
촬영이 시작되면 아픈 것도 잊었다.
그 순간만큼은 다른 인물이 되어 살았다.
불 꺼진 카메라 앞에서라면,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걸음은 무거워지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당시만 해도 젊은 나이에 파킨슨은 드문 일이었다.
의사조차 처음엔 진단을 확신하지 못했다.
의사는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그리고 스물셋, 결국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날 이후, 세상이 멈췄다.
꿈도, 자신감도, 나라는 사람의 정의마저 흔들렸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연기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스스로를 속이며 버텼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어느 날, 병이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만큼 깊어졌을 때
나는 교회로 발을 옮겼다.
복음을 찾으려 한 게 아니라,
그저 “치유받고 싶다”는 간절함 하나였다.
예배 중, 강단에서 목사님이 외치셨다.
“질병의 저주는 그리스도 이름으로 저주받고, 내게서 떠나갈지어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잠시만, 연기를 내려놓자. 예배에 집중하자.”
그건 포기가 아니라, 말씀의 믿음으로 시작된 순종이었다.
이후 우연히 사무직 일을 하게 됐다.
서류를 정리하고,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을 배웠다.
하지만 몸은 점점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평범한 하루를 지켜내는 것이,
그때의 나에겐 연기보다 더 큰 연습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이 병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일하다 떠난 사람’처럼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감추지 않으려 한다.
나는 이 병을 통해 복음을 만났다.
증상이 아니라, 복음이 내 삶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멈춤의 자리에서 다시 써 내려가려 한다.
그 자리가, 어쩌면 하나님이 기다리고 계신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글쓴이 한마디:
삶은 때때로 우리를 멈춰 세웁니다.
그 자리에 앉아 울던 나를, 하나님은 복음으로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이 글은 병과 싸운 이야기가 아니라, ‘멈춤’ 속에서 생명을 배운 여정의 고백입니다.
고통이 끝이 아니라, 초대였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다시, 복음 안에서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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