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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돌 Aug 05. 2024

방콕여행2

내 인생의 여행들

 세 번째 방콕 여행은 2017년 6월이었다. 샤이니의 방콕 콘서트를 보기 위해, 은영이랑 3박5일 여행을 떠났던 것. 항공은 저가항공인 스쿠트로, 호텔은 콘래드 도쿄로 묶인 여행 상품이 있다. 방콕 콘서트 티켓은 일본 대행업체를 통해 송영 서비스 포함 구입했는데, 나중에 보니 태국 사이트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티켓팅 난이도였다. 그렇게 19년에는 세븐틴 방콕 콘서트를 셀프로 예매해서 가게 되는데.. 이것은 2년 뒤의 이야기.      

 첫날은 도착해서 근처 쇼핑몰에서 가볍게 식사만 하고 끝내고, 피곤함에 기절했다. 방콕이 은근 멀다니까. 아닌가, 대놓고 먼가. 둘째 날이 콘서트 당일이어서, 아속역에서 12시30분에 집합했다. 공연은 18시부터인데, 스탠딩 입장을 빨리 하기 위해 가서 대기한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일찍 안가도 펜스 앞쪽으로 얼마든지 진출 가능했다. 당연히 제 1열 펜스까지는 못가도, 시작 30분 전에 가도 충분했음. 왜냐면, 2년 뒤 세븐틴 콘서트에서 그렇게 했으므로... 이날은 콘서트장인 썬더돔에 13시30분에 도착해서, 샌드위치랑 쥬스만 간단히 먹고, 방콕의 땡볕에서 2시간 동안 줄을 섰었다. 그렇게 줄을 섰는데 중간에 비가 쏟아져서 결국 줄이 다 흩어짐. 아 놔... 아직도 내 몸의 세포가 반응하는 그날의 분노. 17시부터 스탠딩 구역에 겨우 들어가서 자리를 맡았는데, 이미 우리 둘 다 체력방전. 한국에서 콘서트를 가도 이렇게 해 본 적이 없건만. 흑흑. 첫 해외투어 참가라 우여곡절이 많았다. 공연은 당연히 재밌었고, 가까이서 샤이니들을 봤으므로 만족했다. 단지, 다시는 대행업체 픽업 서비스까지는 이용 안한다고 다짐했을 뿐. 뭐.. 다 우리들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누구를 원망하리오.      

 호텔로 오는 셔틀도 대행업체 픽업 이용자들과 함께 탔는데, 한 10명 됐나. 썬더돔에서 바로 귀국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돈므앙 공항부터 갔다가, 방콕에 있는 호텔에 하나씩 떨궈주는 것이었다. 심지어 우리가 숙박하는 콘래드가 제일 마지막이었다. 아 놔... 공연 끝나고 숙소 돌아오는데 두 시간 걸렸다. 우리끼리 택시타고 왔으면 30분이면 왔을 것을. 아침 11시쯤 나가서 22시에 숙소에 도착한 우리들. 땀과 비에 젖은 몸을 씻고, 룸서비스로 스테이크, 똠양꿍, 쏨땀 등등을 시켜서 와구와구 먹었다. 너무 피곤하고 배가 고파서 스테이크 자르던 손이 달달 떨렸음. 11시간 동안 먹은 것이 샌드위치와 쥬스가 다였다니. 먹깨비 듀오에게 있을 수 없는 일. 담에 또 콘서트 보러오면 그때는 우리가 티켓도 셀프로 예매하고, 택시타고 오자고 둘이 약속했다. 그리고, 2년 뒤에 나 혼자 이때 다짐했던 스케쥴대로 진행했다.

 원래 목적이었던 콘서트도 재밌게 봤고, 남은 이틀 동안은 방콕 관광의 시간. 방콕에 와서 짜뚜짝 시장, 카오산로드, 왕궁에 한 번도 안 가본 나. 셋째 날은 은영이랑 짜뚜짝 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갔던 6월이 더운 기간이기는 한데, 짜뚜짝은 야외라서 그런지 머리 뚜껑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짜뚜짝에서 라탄백 사는게 유행이었던 시절이라, 라탄백 찾아서 삼만리. 겨우 가게를 찾아갔는데, 상인분이 1바트도 안 깍아줘서 빈정 상해서 나왔다. 얼마 안 해서 그냥 사도 됐지만, 태도가 너무 차가웠다구요. 은영이만 엄마를 위해 귀여운 소품 몇 개 사서 한시간만에 시장에서 후퇴했다. 얼마나 더웠냐면,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사자마자 줄줄 녹았다니까요. 진짜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오봉뺑에 가서 베이글 샌드위치랑, 스벅에서 커피를 사서 객실로 올라왔다. 밥 먹고 에어컨 틀고는 한 숨 자고 일어나서, 호텔 수영장에 갔다. 수영장 썬베드에 누워서, 아이패드로 유튜브 샤이니 영상들을 보던 우리들. 여기까지 와서 유튜브 보고 있는 모습이 어이없어서 둘이 웃었다. 그래도, 이 시절에 덕질은 원 없이 해서 행복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있을 때 마음껏 하자. 시간 지나면 다 시들시들 해 지니까.      

 센트럴 엠버시 쏨분 시푸드에 가서 뿌빳뽕커리도 먹고, 인디고 호텔 루프탑 바에 가서 모히토도 마시고. 여행 마지막 날 밤을 신나게 불태웠다. 3박5일에 콘서트까지 하루 가는 일정은 매일 아침 공진단 먹어야 소화 가능한 것이구나. 이때는 그래도 어려서 아직 체력이 남아있었던 듯하다. 지난 두 번의 방콕 여행은 혼자 다니는 시간이 길어서, 좋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했는데 세 번째 여행은 은영이랑 함께 해서 재밌었다.      

 네 번째 방콕 여행은, 2019년 11월이었다. 9월에 체조경기장에서 봤던 세븐틴 콘서트가 너무 재밌어서, 11월 방콕 콘서트도 덜컥 예매했던 것. 콘서트가 아니라도, 방콕은 좋아하는 도시니까 겸사겸사해서 휴가를 받고 홀로 여행을 떠났다. 17년 샤이니콘에서 배운 교훈대로, 티켓도 공연장 송영도 모두 셀프로 진행했다. 한 번 경험 해 봤다고, 두 번째는 수월하네. 이번 숙소는 프롬퐁에 있는 하얏트 플레이스. 방콕에서는 프롬퐁역이 있는 지역을 제일 좋아한다. 엠포리엄, 엠콰티어 쇼핑몰도 있고, 아침마다 룽르엉 국수도 조식으로 먹을 수 있고. 고메 마켓도 호텔 오며가며 몇 번이고 갈 수 있고 좋은 점 밖에 없다. 너무 좋아. 일년 정도 살고 싶어!! 이렇게 5박6일 일정으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방콕에 와도 관광은 안하고, 쇼핑몰과 발 맛사지만 주로 받는다. 짜뚜짝은 2년 전에 평생 한 번 갈 찬스를 썼으니 다시는 안가도 되고. 왕궁도 별로 안 당기고. 우선 룽르엉에 가서 똠양 비빔국수랑 물 국수 한 그릇씩 하고, 센트럴월드 차바트리에 가서 와인 안주용으로 쓴다며 나무 접시도 사고 (집에서 감자칩 담느라 딱 한 번 씀) 백화점서 꼬치도 사 와서 맥주 한 캔 사며 첫날밤을 보냈다. 루프탑 BAR고 뭐고, 숙소 돌아와서 샤워 쌱 하고, 캔 맥주 마시는 것이 제일 편하다. 라고 쓰고는, 다음 날은 DAUM 카페에서 알게 된 동행을 만났다. 엠콰티어 쇼핑몰에 가서 램자런 시푸드도 먹고, 아속역 쉐라톤 호텔 리빙룸 재즈 바에 갔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텐데 일행이 있으니 좋구나. 재즈 바에 앉아서 마티니를 마시는 나. 제법 멋져요. 사실은, 잔이 예뻐서 마티니 시켰는데 써서, 일행이 자신의 모히토랑 바꿔줬다. 역시 칵테일은 토닉워터가 들어가야 제 맛이지.     

 그리고, 세 번째 날은 세븐틴 콘서트. 콘서트 자체는 한국에서처럼 재밌었다. 택시타고 가려다가 인터넷 찾아보니, 모칫역에서 셔틀버스 타고 가면 된다기에 50바트 내고 현지인들과 버스를 탔다. 공연시작 30분 전에 도착했더니 딱 좋더라. 샤이니 콘서트 때는 사서 고생 너무나 했던 것. 이 글을 쓰는 현재는 콘서트고 아이돌이고 전혀 관심이 없어졌으므로, 역시 모든 것은 한 때라는 것을 한 번 느낀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방에서 맥주 한 캔 하려다가, 호텔 위의 라운지 바에 올라가봤다. 오, 사람도 없고 좋구나.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코스모폴리탄 칵테일 한 잔. 캬. 신나서 하이네켄도 한 잔 추가해서 마셨다가 다음날 숙취로 고생했던 것만 빼면 즐거운 밤이었다. 이 여행 때는 4일 동안 아침은 무조건 룽르엉 똠양 국수에, 세븐 일레븐에 들려서 아이스 커피를 사서 오는게 일과였다. 프롬퐁에 숙박해서 가능했던 스케쥴. 역시 프롬퐁 최고시다.      

 다섯 번째 방콕 여행은, 23년 5월이었다. 5월 중순부터 새 회사 출근 예정이었다. 에어 프레미아 왕복 항공권이 25만원 밖에 안 하기에 출발 일주일 전에 급 지른 여행이었다. 5월은 워낙 더워서인지 이때 아시아나도 왕복 28만원 밖에 안 했었다. 티켓 가격이 저렴하다면 더위도 견딜 수 있지.      

 여행 가기 4일 전에 감기에 걸려, 여행가서는 코가 막혀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숙소는 역시나 프롬퐁. 오크우드 레지던스였다. 조식으로 룽르엉 실컷 먹으려고 호텔을 여기로 했는데, 감기 때문에 맛이 안 나서 한 번 먹고는 못 먹었다. 지금까지의 방콕 여행 중 가장 식욕이 없던 여행. 그래도, 이때 갔던 포시즌 호텔의 카페가 너무 좋아서, 다음에는 꼭 숙박을 하러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호텔 라운지 카페의 온도, 습도, 향기 못 잊어!! 로또 되면 혜정이랑 가려고 했는데, 아직도 로또가 안 되서 못가고 있는 현실.      

 컨디션 난조로 다섯 번째 여행은 크게 한 일은 없고, 밥 먹고 마사지 갔다가 숙소 와서 휴식을 취한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프롬퐁역 앞에 있는 마사지 가게의 JOY라는 직원 분을 알게 되어 삼일동안 예약해서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원래 발만 받는데, 마지막 날에 타이마사지까지 받았음. 대만족. 다음 여행에 가도 JOY님이 계실까. 또 만나고 싶다. 마사지 받을 때 그냥 문질 문질만 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열심히 해 주시는 분들도 있더라.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뭘 해도 티가 난다. 방콕은 마사지 받고, 팟타이만 먹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다. 아니아니 기왕이면, 쏨땀, 무삥, 똠양꿍도 다 먹을래. 앞으로도 질리기 전까지는 일 년에 한번 씩은 가고 싶다. 희희.      

 여행을 다니다보면, 궁합이 맞는 나라와 도시들이 있는데, 방콕은 나와 궁합이 잘 맞는다. 그냥 편하고 좋다. 태국 요리를 좋아해서 그런가!? 에라완 사원가서 기도하면 이뤄진대서 네 번이나 갔는데, 아직도 안 이루어지고 있네. 소원 빌러 올해 내로 방콕에 다시 한 번 가야겠다. 샤머니즘 최고. 이 책의 인세를 받아서!? 갈 수 있을까!? 그것 보다 로또 1등 될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는 비정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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