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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미미 Mar 21. 2022

우리는 서로의 지구

몸으로 배운 힐링의 기술(2)

몸으로 배운 힐링의 기술(2) <우리는 서로의 지구>

눈을, 얼굴을, 존재 전체를 깊히 보는 것만으로 상대와 깊은 연결감, 충족감을 얻을 수 있다. 깊히 본다는 것은 관찰하고 발견하는 눈. 비교하고 우열을 가리는 눈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느낌마저 끊어버린다




파트너와 서로의 눈을, 얼굴을, 몸 전체를 보며 멀어졌다. 그 사이를 다른 이들이 지나쳤다. 몇 걸음의 발자국이 우리 사이를 벌려나갔다. 그럼에도 우리의 시선은 하나로 묶여 있었다. 우리는 태초에 한 몸이었던 달과 지구. 혹은 발바닥을 든든히 받쳐주는 서로의 지구. 우리의 눈은 서로를 묶는다. 연결한다. 사랑한다. 주변은 우리와 같은 수많은 별들로 고요했다. 광활했다. 


깊은 연결감을 맛본 파트너와의 춤이자 파트너 외의 이들과 어우러진 군무였다. 서로을 깊히 보는 것만으로 이런 충족감을 얻을 수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사전에 계획한 것은 없었다. 그저 우연히 만난 상대를, 그 눈을 , 얼굴을, 존재 전체를 깊히 보려고 했을 뿐. 내가 끌리는대로 거리를 조정하며 움직였을 뿐이다. 그런데 지켜보던 최보결 선생님은 탄성을 지르셨다. 아름답다며. 


시작은 걷기 춤이었다. 힐링커뮤니티댄스 1급 지도자 수업 참여자들은 바닥을 느끼며 걷기 시작했다. 보결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눈길이 닿은 주변과 손가락, 팔꿈치, 무릎 등을 가볍게 접촉하며 움직였다. 그러다 두 명씩, 네 명씩 손을 맞잡았으며 이윽고 큰 원을 만들었다. 풀려나간 원 사이사이 눈길이 맞닿은 이와 파트너가 됐다. 서로의 척추를 느끼며 등으로 춤을 췄다. 멈춤 후 천천히 돌아 서로를 마주했다. 


눈과 발로 춤을 췄다. 우리 사이 거리를 느낌대로 벌렸다가 줄여가며. 사이를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그 순간과 광경이 상대와 하나로 어우러졌다.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듯 따뜻하게 다가왔다.  


"춤이란 형식 규범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고 춤에 대한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전개하는 것이다. 

자신의 느낌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춤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커뮤니티댄스이기도 하다. " (<힐링커뮤니티댄스 지도자를 위한 안내서(엮은이: 최보결의 춤의학교> p7.)


힐링커뮤니티댄스 덕에 가족 사이에도 느끼기 어려운 깊은 연결감, 안온함, 만족감을 만난다. 이런 감정과 감각을 가족이나 연인과 느끼고 싶은 이들이 있지 않을까? 사실 내가 가장 그렇다. 명절날 가족들이 만나면 밥 먹고 티비 보고 옛날 이야기 나누는 게 매번 똑같다. 가끔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갑자기 명절 하루 본다고 가능할리는 없다. 사실 평소에 그게 불가능하니까 명절날도 어려운 거겠지만.


가족이나 오래된 연인처럼 너무 당연한 관계 속에서 뻔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지겹다면? 새로운 이야기와 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싶은 이들을 대상으로 플레이숍(<->워크샵)을 기획해보고 싶다. 일단 우리 집부터 추석에 시도해봐야겠다. 엄마와 오빠의 아내는 열린 마음으로 참여할 것 같은데, 오빠와 아빠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고민이다. 내가 느낀 그 연결감을 선물하고 싶지만, 선물은 강제할 수 없으니까. 


우리는 서로의 지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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