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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Jan 18. 2024

스마트 폰이 낳은 신인류   


 스마트 폰이 낳은 신인류


     

                                                         이숙진


     

   스마트 폰을 신체 일부처럼 다루는 신인류가 포노 사피엔스다. 포노 사피엔스는 세상이 바뀌어 스마트 폰 없이는 살기 어렵다.

   바이러스 시대가 길어지면서 원격근무와 재택근무로 인한 온라인 문화로 4차 산업혁명이 더 빠른 속도로 왔다. 인공 지능, 로봇,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드론, 자율주행 차, 3D프린터 등이 4차 산업 혁명을 이끌어갈 기술로 거론되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는 특히 금융, 유통, 미디어에서 큰 변화가 왔다. 

  인터넷 뱅킹, 텔레뱅킹, 자동화기기 등 무인화 서비스로 은행은 지점이 차츰 줄어든다. 필자도 은행에 직접 나갈 일이 없다. 이젠 통장 정리도 할 필요가 없다. 휴대전화기에 금융 앱을 깔아놓고 모든 금융 업무를 본다. 4차 산업혁명에 다리 하나 걸치고 따라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선진국 거지는 사람들이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깡통에 QR코드를 붙여서 구걸한다는 세상이다.

   유통도 스마트 폰으로 하므로 백화점이나 시장에 잘 나가지 않는다. 의식주 중에 ‘의’는 쿠팡으로 ‘식’은 배민으로 ‘주’는 직방으로 해결된다. 4차 산업 혁명의 거센 바람이 부도 난 빈 가게 셔터를 흔들어 댄다. 오프라인 시장 경제는 빠른 대처와 적응이 필요하다. 일전에 인터폰이 고장 나고 보니 일상생활이 마비 상태가 된다. 일단, 음식 배달이 안 돼서 로비까지 내려가는 법석을 떨었다. 비밀번호 노출이 겁나는 시대라 함부로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손녀가 오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지 않고 노트북을 열고 그림을 그린다. 일 학년 과정에 벌써 코딩을 배워서 전문 디자이너 같다.

  손녀 그림 그리라고 철 지난 달력을 모아 둔 이야기는 단군신화가 되어 버렸다. 학교 수업이 원격수업의 일상화가 되면 세계 유명 대학 강의를 집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지만, 경쟁력 낮은 국내 일부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니 걱정할 부분이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은 TV 시청을 줄이고, 스마트 폰으로 원하는 프로그램만 찾아본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TV 시청하던 시대는 지났다. 아들이 오면 골프 채널을 양보해 줘도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스마트 폰으로 본다. 어쩌다 거실에 나와 앉아도 휴대전화기에만 시선을 주며 ‘아이 돈 케어’ 모드다. 에멜무지로 말 좀 떠 걸어볼까 싶다가도 아니꼽고 자존심 상해서 말을 삼킨다. ‘꼰대 라테’의 자격지심이겠지만, 선뜻 말 걸기가 싶지 않다.

   솔직히 나도 시청료 내지만 KBS 거의 안 본다. 스마트 폰으로 실시간 뉴스를 보게 되므로 시청료는 억울한 부분이 있다. 요즘 TV는 노인들만 시청한다는데, 스마트 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에 맞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우선이겠다. 모든 것은 포노 사피엔스들이 결정하게 되니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눈여겨볼 일이다. 농촌에도 이젠 상머슴, 중 머슴, 꼴머슴을 둘 필요 없고 농업 기술 교육 이수자들이 필요하다. 기계화되었으며 과학화되었기 때문이다. 속도로 치자면, 아날로그가 신발을 신는 동안 디지털은 지구 한 바퀴를 도는 현상이다. 몸을 놀리는 행위를 천대했던 성리학적 질서와는 결이 다르지만, 농업도 바야흐로 몸을 쓰지 않고 머리를 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우버를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으나, 택시의 기득권을 무시해 온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우버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게 했다. 소비자의 선택이 자발적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우버에 의한 택시 산업의 파괴가 포노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인류의 자발적 선택이라면 과연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까.

   몇 년 전 베트남에서 아들과 함께 사원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을 때다. 기사가 중간에 미터기를 슬쩍 조작하다가 눈치 빠른 아들에게 들켰다. 괘씸한 마음에 엄중하게 타이르고 내렸다. 놀라운 것은 우버를 부르니 5분 만에 탁! 우리 앞에 당도하는 것이다. 우버의 매출이 전년 대비 엄청나게 상회한다니 신인류의 여행 문화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 카카오 택시처럼 도착지를 찍으면 요금이 정확하게 나오기 때문에 미터기 조작 같은 구시대적 행위는 설 자리가 없다.

   그 여행에서 와이파이 박스를 사서 잘 쓴 적도 있다. 일행이 함께 이 와이파이 박스 하나에 기대어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공유하니 편리하다. 전에는 호텔에 들어와서 와이파이 번호를 찍어야 사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와이파이 박스로 실시간 소통할 수 있으니, 일행과 좀 떨어져도 걱정이 없다. 이런 문명을 유용하게 쓰는 한편 신기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 와이파이 박스 사업이 유망할 것 같다. 국내 여행 중에도 카카오T 앱을 깔아놓고 어디서나 택시 부를 수 있으니 편리하다. 여행 중에도 실시간으로 내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두려움이 없어진다. 유난히 길치인 필자가 길 찾는데도 아주 유용하다.

   요즘은 인공 지능 AI 챗GPT에 들어가면, 그림도 그려 주고 시도 써 주고 짧은 수필도 써 준다. 창작 예술의 개성과 질이 걱정스럽다. 노트북 안고 끙끙댈 필요 없게 다 해결해 주는 세상이다. 개성이 없고 범박한 게 단점이지만, 밀려드는 AI를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다만, 문장에 파란이 없는 것은 여인에게 곡선이 없는 것과 같으니 이 곡선을 위해서라도 창작을 불태워야 할 이유는 되겠다.

   코로나 이후에 파산의 위기, 실업의 위기, 취업의 위기가 올 것이란 비관적인 우려가 크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온라인 문화가 또 다른 사업을 주도할 것이란 희망도 있다. 

   세계 최고의 기업은 우선 서방 국가를 보면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이다. 아시아 쪽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겁나게 달리지만, 삼성이 앞서가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자본이 선택한 문명의 표준은 포노 사피엔스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는 문명의 교체기라 피할 수 없는 산통이 따르리라.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문명에 도전하고 먼저 온 미래를 적극 수용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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